요즘 바빠졌다. 선교로만 바빠야 하는데 교회사역이 늘어났다. 부르시는 곳이면 어디든지 가겠다 큰 소리쳤더니 하나님께서 복을 넘치게 주신다. 주중엔 수요예배, 토요일은 두 교회의 청년부 예배,  주일에도 두 교회에서 교사예배, 그리고 오전, 오후 예배를 인도한다. 바쁘긴 하지만 아직도 불러주시다니 정말 신나고 감사할 수밖에 없다.
 여러 교회라고 소홀할 수 없어 주 중에 두 교회를 시간나는대로 번갈아 출석하며 기도도 드리고 사무도 본다. 그런데 역시 사무실에서 종일 일을 하려면 꼭 필요한 것이 몇가지 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생수와 화장실이다. 물이야 늘 들고 다니는 병에 채워 올라가면 되지만 화장실은 멀리 있으면 조금 불편하다. 다행이 한 교회는 화장실이 같은 층에 있어 좋은데 다른 한 교회는 화장실이 내가 사용하는 사무실과 모두 다른 층에 있다. 다른 층에 화장실이 있는 교회에서 아래층으로 가려니 두 층을 내려가야 하고, 윗층으로 가려면 한 층만 올라가면 되어 윗층을 사용했다. 그런데.. 처음 그 화장실을 들어가던 날 뭔가 설명할 수 없는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뭐지 이 스카이라운지에 온듯한 분위기는?’. 나는 왜 그럴까 하여 옆을 보는데, 세상에나~ 벽 전체가 모두 유리로 되어 있었다. ‘헉! 이렇게 경치가 좋다니?’ 화장실 유리창을 통해 시내가 보였고 교회 건물 바로 맞은 편에는 여러 아파트들이 날 마주보고 있었다. 난 조금 망설여졌다. 당연히 유리는 코팅되어 있다 하겠지만 그래도 일을 치르기에는 뭔가 찝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상대편 아파트가 보이지만 정말 저기선 내가 안보인단 말이지?’하는 의문에 먼저 과학적 논리로 분석을 해 보았다. 현재 시간이 오후 14:30, 아직 해가 쨍쨍하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내가 이 안에서 밝은 불만 켜지 않는다면 코팅 유리이기에 이 안이 보일 확률은 상당히 낮았다. 그리고 또 만약 보인다면 교회에서 이대로 사용하라고 두었겠는가 싶었다. ‘그래 뭐 안보이니까 이렇게 만들었겠지!’하는 마음으로 나는 과감하게, 또 시원하게 일을 치르고 나왔다. 그리고 좀 있다 한 번 더 치렀다.(그 날 좀 과하게 먹은 터라..) 그리고.. 오후 늦게 교회 수위와 마주치며 인사를 했다. 그리곤 웃으며 그냥 확인 차, 지나가는 말로 이렇게 말했다. “저 마지막 층 화장실 경치 죽이네요~”. 그런데 그 때 같이 웃으며 인사하던 수위가 갑자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러게요 빨리 커튼 달아야 하는데..”. 나는 그 때 갑자기 정수리에서 식은땀이 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왜.. 왜요?”. 그랬더니 수위가 등을 돌리고 집으로 들어가면서 “누가 쓸까봐요..”. “꺅~~ 그 그게 무슨 소리야!” 나는 기절할 것 같았다. 나 오늘 거기서 두 번이나.. 그리곤 그 주, 그 교회 안수집사님들과 회의가 있어 만났는데 조심스레 화장실에 대해 물었다. 맘속으론 집사님들 중 한 분이라도 “아 걱정마세요 안보여요~”하시길 바랬다. 그런데 교회 바로 맞은 편 사시는 집사님께서 하신다는 말씀이 “아 안그래도 우리 안사람이 이번 주 누가 그 화장실 쓰더라고 빨리 커튼 달아야 하겠다고 하던데요..”하는 것이다. “아 어떡해 어떡해 어떡해!! 난 몰라 난 몰라!!” 식당에서 망연자실하고 있는 나에게 집사님들이 먹을 것을 권한다.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아..’
 집에 와서 기도를 드리기 전 화장실 생각이 나서 혼자 키득거리고 웃었다. 그리곤 주님께 이렇게 중얼거렸다. 주님 안보신다고 화장실보다 더 심한 짓 참 많이 했죠.. 그러고 보니, 이게 뭐 챙피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