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성 목사(브라질선교교회 담임)

 

유권사님, 지난 교회 뒤에 100평에 훨씬 못 치는 빈 공터가 있습니다. 우린 벤자민 성전 신축부지라고 부르지만 보통 사람들은 나대지라고 부르겠죠.
 얼마 전에는 너무 잡초들이 많이 자라서 ‘범이 나올 것 같아’ 싹 정리했더니 일부러 심지도 않았는데 야생 방울토마토가 급속히 자라고 주렁주렁 열렸습니다. 아이나 어른이나 거기 자란 토마토가 신기해서 따기도 하고 주서를 만들어서 먹기도 하는 등 한동안 인기가 많았습니다. 흙을 발에 묻혀서 타일을 지저분하게 하는 것은 안중에도 없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모습도 참 보기 좋았습니다. 그것이 요나의 아주까리 같아서 좋았는데 시들해져서 넉걷이를 했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쪽에 왕성하게 자라 다시 토마토 풍년을 이루고 있습니다.

 교회터 나대지에 토마토가 자랐다
 아이들을 위해서 건축자재 등 위험한 것들을 다 치워서 맘대로 다녀도 될 정도가 되었습니다. 제 아내는 그 공터에 주중에만 사용하는 빨래줄을 걸어 달라고 해서 이동식사다리 두 개를 양편에 세우고 튼튼한 줄을 매주니 헌다한 빨래널이가 되었습니다. 가운데 처지는 것도 역시 사다리를 펴서 줄을 그 위로 지나게 하니 감쪽같습니다. 교회 짓기 전에 그 나대지를 보기 좋게 할 수 있는 다른 것은 없을까? 한국처럼 메밀을 심을까, 아니면 맨드라미나 백일홍 군락지를 만들까? 과연 그 식물들이 브라질에서 잘 자라줄까 등등 생각이 많았습니다. 이럴 땐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얼마 전에 우리교회를 방문한 적이 있는 브라질의 명문대학 ‘우수피농대’ 출신 양선교사님에게 문자를 넣었습니다. 아침에 바로 전화를 주셨습니다. 우수피 농대 대학원의 당신 새까만 후배와 통화를 했다면서 금요일에 학생을 보낼 테니 그 학생이 상태를 보고 조언할 것이란 답을 들었습니다. 키 작은 해바라기는 어떻겠냐는 부언입니다. 좋은 의견입니다. 반 고호의 해바라기가 생각납니다. 도시 한복판에 섬처럼 있는 공터가 해바라기 밭으로 변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노란색 수천송이 꽃이 피면 핀대로 좋고, 꽃이 피지 않은 줄기일 때도 푸른색 집단미가 좋을듯합니다. 해바라기 씨는 또 식용으로 간식거리가 되어서 서로 따가려고 할 것이라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뭔가 교우들에게 기여하는 목사가 된듯합니다.

 해바라기 꽃밭으로 변신을 준비합니다
 부레옥잠이 교회에 계속 펴서 마치 나에게만 화신이 온 것처럼 호들갑을 떨며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에다 ‘자랑질’을 한 것에 비하면 이건 메가톤급 ‘굿 뉴스’가 될 것으로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사실 브라질에서는 해바라기 농장이 더러 있습니다. 수십만 평의 노란 해바라기를 지평선처럼 볼 때마다 땅이 넓고 규모가 다른 브라질의 농업을 생각하게 됩니다. 제 경우는 나대지에 관상용으로 심으려고 하는 것입니다만...
 유권사님, 권사님 댁 밭둑, 재래종 감나무는 누가 돌보지 않아도 수천 개의 감이 이파리가 다 떨어지고 주홍색 감만 남았을 때 그 보기 좋았던 기억처럼 해바라기 수만 그루에 노란 꽃이 집단적으로 폈을 때 그런 느낌이 들 것 같습니다. 다 잘되어, 꽃이 피면 권사님이 보실 수 있도록 영은 교회 목사님에게 영상으로 사진을 보내겠습니다. 기대해주세요 권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