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묵 목사(신광침례교회 담임)
마가 4장에는 예수님께서 천국에 대해서 강론하신 후에 제자들과 배로 이동하시던 중에 풍랑을 만난 장면이 나옵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반복되는 낱말 하나가 나오는데 우리말 성경에는 각각 ‘큰’, ‘아주’, ‘심히’라는 말로 되어있지만 헬라어 원문에는 “메가”라는 낱말 하나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날 밤 배로 이동하던 중에 예수님께서 “큰(메가톤 급) 풍랑”이 일렁이는 바다를 꾸짖으시자 바다는 “아주(메가톤 급으로) 고요해졌고”, 그 모든 상황을 본 제자들은 “심히(메가톤 급으로) 놀랐었다”는 말이 됩니다. 한편으로는 마가가 그 내용을 기록하면서 일종의 word play 즉 재치 있는 언어유희를 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폭풍을 만난 상황에서 예수님께 다급히 도움을 요청하던 제자들의 외침의 이면에는 혼란스런 마음이 있었습니다. 자기들은 그저 먼저 앞장서서 주동하시고 먼저 배에 오르기까지 하신 예수님께 순종해서 배에 탔는데 왜 풍랑을 만난 것일까 싶은 혼란, 그리고 다 죽게 된 그 와중에 무슨 조치커녕 외려 태평스레 주무시는 것 같은 예수님을 보며 어떻게 저러실 수 있나 싶은 마음으로 인한 혼란 등이 있었을 것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또한 그 내용을 대하는 우리는 ‘예수님이시니까 그런 풍랑 속에서도 잠을 주무실 수 있는 거겠지’라고 쉽게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게 그렇지 않은 것이 100% 하나님이시면서 동시에 100% 인간으로 이 땅에 오신 그분은 우리가 그러는 것처럼 먹지 못하셨을 때 시장하셨고, 슬픈 일에는 우리와 똑같이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그러니까 ‘이까짓 태풍쯤이야 나의 신적 전능함으로 얼마든지 제압할 수 있다’는 전능자로서의 만만한 자신감으로 그 배 뒤편에 혼자 누워 태평스레 주무셨거나 그 상황을 즐기셨던 것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사실 그날 밤 제자들이 직면했던 문제의 핵심은 메가톤급 폭풍이 아니라 그들 자신의 믿음이었습니다. 그래서 두려움으로 우왕좌왕하는 제자들에게 “너희가 어찌 믿음이 없냐”시며 책망하셨던 예수님의 말씀은 “너희에게 조금이라도 믿음이 있었더라면 이 상황에서 좀 다르게 반응했을 것이다”라는 뜻으로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결국 그날 밤 갈릴리 바다에서 있었던 일의 핵심은 폭풍까지도 다스리시는 예수님의 능력 보다는 문제적 상황 앞에서 드러난 제자들의 믿음의 수준에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적어도 갈릴리 바다에서는 자신만만했던 제자들은 그 자신감으로 자기들과 함께 같은 배에 동승하여 계신 주님께 집중하지 못했고 그 자신감의 결과로 자기들이 당면한 문제 앞에서 실패를 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믿음의 실제는 나는 정말 하나님과 함께 있는지를 분명히 하는 것입니다. 그 확인을 이번 주일 예배를 통해서 하실 수 있습니다. 예배 가운데 주시는 은혜로 나와 함께 하시는 하나님, 내가 함께 하는 하나님을 확인하고 체험하시기를 진심으로 권면하고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