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문학 산책)싱클레어 루이스의 “버들영감 액셀브로드”
2019/11/07 22:19 입력  |  조회수 : 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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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광 목사(World Share USA)
 
조럴레몬 읍에 사는 크누트 액셀브로드는 ‘버들영감’으로 불렸습니다. 이유는 그 영감의 집을 둘러싸고 버드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65세가 된 크누트는 스칸디나비아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와서 나름대로 성공한 사람입니다. 잠시 교사 생활을 했지만 농장을 경영하여 잘 가꾸었고 자녀들을 잘 키워서 자녀들도 성공적으로 살고 있었습니다.

 자신은 성공하지 못해도 자식들만 잘되면 만족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달관한 마음으로 하루하루 살아갑니다. 그런데 액셀브로드는 청춘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대담하게 미를 갈구하는 젊은 마음을 지키고 있었고 틈틈이 열심히 책을 읽었고 미지의 도시나 학문을 동경하며 살아갑니다.

 그는 자신의 농장을 딸 내외에게 물려주고 자신은 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버드나무 옆 비탈에 오두막집을 짓고 독립해서 삽니다. 손수 식사를 준비하고 시내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열심히 읽습니다. 삶의 패턴을 바꾸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일과를 시작했던 그는 스스로에게 관대해서 아침 여덟시에 일어나 일과를 시작하지만 하루의 생활은 독서와 청소 그리고 가축들을 돌보는 등 규칙적이었습니다. 

 무료한 버들영감은 책들을 열심히 읽는데 과거에 읽던 경제학이나 역사책을 읽기 보다는 소설들을 읽었습니다. 특히, 자신이 기르는 공주라 부르는 고양이를 무릎에 앉히고 연애 소설을 읽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예일대학의 생활을 화려하게 그려낸 소설 한권을 읽었습니다. 그 소설은 어느 학생이 고학으로 공부하며 예일대학 우등생이 되는 멋진 이야기였습니다. 그 책을 새벽녘까지 읽으며 크누트 영감은 대학을 가야겠다고 결심합니다. 60대 영감이 평생 미루어 온 꿈을 다시 꾸기 시작한 것입니다.

 대학 진학을 꿈꾸며 버들영감은 열심히 공부합니다. 하루 12시간씩 집중해서 공부합니다. 열정의 독서습관도 오래전 교사경험도 공부에 도움이 됩니다. 공부를 해 보니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대학가서 좋은 교수님들 지도를 받으면 보람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열심히 공부하다 실망합니다. 공부하는 것이 그의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것이었습니다. 그 실망감에 지쳐서 입시 공부를 시작한지 2년째 되는 가을에 공부를 멈췄습니다. 대학을 포기하고 읍내에 나갔는데 잡화점 주인이 이죽거렸습니다. 공부하는 것을 비웃는 것인지 공부하다가 포기한 것을 비웃는 것인지 몰라도 비웃음에 부아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조롱당한 것이 너무 분해서 돌아오는 길에 다시 진학을 결심합니다. 

 뉴욕으로 건너가 시험을 보고 예일대에 합격합니다. 신입생이 되어 기숙사를 배정받고 부푼 가슴으로 대학 생활을 시작하는데 꿈꾸던 대학 생활이 아닙니다. 기숙사 룸메이트는 교사를 하다 더 많은 월급을 받는 교사가 되기 위해 진학한 레이 그리블이었습니다. 그를 통해 엿보는 젊은이들의 대학 생활이 시시합니다. 세련된 문학의 맛을 보기 위해 대학에 왔다는 버들영감에게 그리블은 그런 것은 쓸데없는 공부라고 충고합니다.

 버들영감의 대학생활의 실망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우연히 블레빈스 교수의 강의를 듣고 감동을 받습니다. 명강의를 즐기지 못하고 오히려 방해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실망합니다. 아울러 교수님께 다가가는 버들영감에게 불쾌해 하고 쌀쌀한 반응을 보이는 교수님을 보고 더 실망합니다. 교수와 학생들에게 실망합니다. 실망과 회의를 겪으며 고향이 그립습니다.

 이러다가 길벗 워시번이라는 학생을 만납니다. 버들영감은 그를 직접 만나기 전까지 길벗을 시답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만나보니 문학도 알고, 낭만도 아는 멋진 젊은이였습니다. 그가 건네는 “뮈세” 시집도 매력적이었습니다. 그와 함께 “이사예”라는 공연을 관람을 갑니다. 두 사람의 주머니를 탈탈 털어서 3등석 입장권을 사고 겨우 저녁을 먹고 왕복 차비를 마련했지만 두 사람은 행복했습니다.

 버들영감은 자신이 목말라했던 낭만에 흠뻑 취했습니다. 그야말로 황홀한 밤을 보냈습니다. 그 공연도 근사했지만 함께 갔던 길벗 워시번과 보내는 시간이 좋았습니다. 그들은 낭만에 취해 기숙사까지 걸어서 옵니다. 10월의 달빛어린 신작로를 걸어서 오는 길에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새벽 5시에 돌아온 그들은 잠을 자지 않습니다. 취한 낭만의 기운을 유지하고 싶어서 음식을 사서 길벗의 방으로 갑니다. 그 젊은이의 방에서 또 다른 낭만여행을 합니다. 길벗이 여행지에서 구한 기념품들을 보고 길벗의 자작시를 듣고 벅찬 감정으로 기숙사 방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짐을 챙겨서 그날 오후 다섯 시 고향 행 열차를 탑니다.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걸려 있고 눈에는 만족감이 어려 있었고 손에는 프랑스 책 한권이 들려 있었습니다. 그는 간밤에 오랫동안 꿈꾸었던 대학의 낭만을 다 경험한 것이었습니다.

 이상은 1930년에 미국 문학계에서는 처음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싱클레어 루이스(Sinclair Lewis)의 “버들영감, 엑셀브로드”라는 단편의 줄거리입니다. 싱클레어 루이스는 미국의 소설가이자 사회비평가로 활동했습니다. 그는 1907년 예일대학교 졸업 후 기자로, 여러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했습니다. 그는 1922년 속물적 미국인을 파헤친 ‘배빗’을 출간했고, 미국의 자만심에 일격을 가하는 풍자소설을 써서 폭 넓은 인기를 얻었습니다.

 버들영감 액셀브로드 이야기는 감동의 휴먼 드라마입니다. 멋진 대학생활을 꿈꾸며 만학의 열정을 불태운 할아버지 크누트 액셀브로드의 열정과 청춘의 기백이 큰 감동을 줍니다. 좌절된 꿈에 주저앉아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큰 도전을 줍니다. 하룻밤의 낭만으로 꿈을 이뤘다고 생각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모습도 싱그러운 청춘의 멋을 담고 있습니다.

 만학도 크누트 영감이 길벗 워시번과 함께 낭만의 밤을 경험하고 미련 없이 귀향열차를 탑니다. 그의 진정한 낭만에 부러움의 박수를 보냅니다. 싱클레어 루이스는 버들영감 엑셀브로드를 통해서 만족할 줄 모르는 시대를 고발합니다. 과도한 집착이 많은 악의 뿌리가 되고 만족하지 못한 마음이 불행의 씨앗입니다. 성경은 “자족하는 마음이 있으면 경건이 큰 이익이 되느니라(딤전6:6)”라고 합니다. 자족이 인품이요 자족이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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