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늦잠을 자는 바람에 버스 시간이 임박했다. 놓치면 10분을 더 기다려야 하기에 열심히 뛰어 정거장에 도착, 길만 건너면 되는데 저기 버스가 이미 와 있다. 아, 차들은 왜 이렇게 많은지.. 하지만 타는 속도 모른 채 버스는 떠나버린다. 나는 이왕 늦은 김에 커피나 마시자 싶어 Bar에 들어가 커피를 주문했는데, 이럴 수가.. 다음 버스가 온 것이다. 갈등된다. 아깝지만 커피를 뒤로 하고는 부랴부랴 차에 올랐다.
 전철역까지는 몇 정거장되지 않아 빨리 내리기라도 하려고 버스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런데.. 도착하자마자 갑자기 뒤에 있던 녀석이 먼저 뛰어내려 가는 것이다. 근데 이게 뭐라고 억울하지? 나는 녀석을 마구 쫒아갔다. 녀석은 빨랐지만 나도 열심히 걸어 녀석을 추월하는데 성공했다.(아, 이 묘한 성취감) 승강장에 도착, 조금이라도 빈 칸에 타려고 끄트머리 쪽으로 갔는데, 이런.. 아까 그 녀석이 따라온다. 괜한 긴장감에 전철이 도착하자 얼른 들어갔는데 남은 자리 하나를 아까 그 녀석에게 빼앗기고 만다. 우씨.. 나는 또 혹시 빈자리가 있을까 찾는데 역시 없다. 내 목적지는 Ana Rosa. 생각을 해봤다. 11정거장을 가는 동안 가장 많이 유동하는 역은 Sé와 Paraiso. 하지만 Paraiso는 안되고 Sé역에서 자리를 하나 잡아야 하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내 경험으론 졸고 있는 분들은 십중팔구 멀리 가는 분들이다. 대신 대화를 하거나 헨드폰을 하는 이들은 곧 내릴 분들이다. 그 순간 난 기차에서 가장 눈빛이 똘방똘방한 친구 둘을 발견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그때 나만큼 고수같아 보이는 한 양반이 내 옆으로 온다. 아마 이 양반도 똘방똘방 친구들을 노리는 듯 싶다. 나는 더욱 똘방이들에게 밀착하고는 ‘내꼬야..’를 속으로 외쳤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 친구들은 안내리고 방금 전까지 졸던 분들이 먼저 내리시는 것 아닌가? 아까 내 옆에 왔던 고수도 이미 빈 자리를 찾아 앉았다. 갑자기 똘방이들이 왜케 미운지.. 그런데 그 때 갑자기 이 똘방 둘이 확 일어나 나간다.(들었나?) 나는 부랴부랴 얼른 창가쪽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갑자기 어마어마한 한 아주머니가 옆에 앉는데 나는 자동으로 창에 붙어버린다. 혹시나 슬쩍 확인하니 아주머니도 반쪽만 걸터앉으셔서 나름 나를 배려하고 계신 것이었다. 하지만 숨이 막혀 도저히 견딜 수 없어 결국 한 정거장 일찍 일어나 문 앞에 서 있는데 아차! 그게 Paraiso역이였다. 문이 열리자마자 엄청난 인파들에 결국 같이 내려버렸다. 당황해서 얼른 다시 타려는데.. 전철문이 닫혀 버린다. 휴.. 결국 다음 차를 타고는 한 정거장만 더 가면 끝이다 싶어 이번엔 확실히 내릴 것이라 생각하고 문에 딱 붙어있는데 역에 도착하니 내쪽 문이 아니고 반대편 문이 열린다. 놀라서 얼른 반대로 나가려는데 여자 둘이서 날 보고는 키득키득 웃는다.(오늘 왜 이러냐..)
 결국 그렇게 새벽부터 버스, 전철과 씨름하다 겨우 내려 걸으며 이미 늦어 내 앞 환자들로 오늘도 늦게 끝나겠구나 하고는 병원에 도착했는데, 이럴수가? 내가 오늘 환자들 중 제일 먼저 도착한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제일 먼저 치료를 받고 마치게 되었다. 그리곤 집으로 돌아와 가만히 새벽에 있었던 일들을 생각하니 왜 이렇게 내 자신이 유치하고 부끄러운지.. 신앙이 있으나 없으나 그 때 그 때 상황에 따라 혼자 민망한 짓은 다하고 다니면서 선교는 무슨..정말 언제나 믿음따라 걸음마다, 순종하고 주님따라 인도받을런지.. 주님도 참 인내심 대단하시다 싶은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