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종교지형의 변화
 브라질은 세계 최대의 가톨릭 국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500년전 유럽의 정복자들은 광활하고 풍요로운 땅을 수탈하기 위해 여러가지 장치들을 고안했고 가톨릭교회는 정복자들의 효과적인 지배 수단이었습니다. 개인, 집단, 문화, 사회, 조직, 일탈과 범죄, 계급, 인종, 젠더, 가족, 교육, 건강, 도시화, 사회 운동과 같이 사회학에서 다뤄지는 주제들은 가톨릭의 틀 안에서 해석이 가능할 정도로 그 영향이 컸습니다. 하지만 지난 반세기동안 신적 체험, 은사, 방언의 강조를 통해 실제 삶의 해법을 제시해 도시 빈민층을 대거 흡수한 오순절 계통의 복음주의 교회의 폭발적인 성장은 기존의 가톨릭교회 뿐 아니라, 아프리카 영향의 종교들, 강신교(spiritism), 무신교들의 교리와 실천의 구조를 바꾸어 놓았습니다. 따라서, 오늘날 브라질의 종교지형은 교리, 믿음과 같은 내면의 신앙을 세우는 것 보다, 신도들의 실질적인 필요를 채워주고 문제 해결을 위해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무한경쟁의 뷔페식당’으로 변하게 되었습니다.
 ‘종교적 해리’ 경험
 브라질 종교지형이 가톨릭의 지배성을 넘어 다양하고 중층적인 구조를 띄면서, 종교의 기능과 일상의 ‘잘 사는’ 문제가 대두됩니다. 자신의 삶에 아무런 유익을 주지 못하는 종교는 어떠한 매력도 성장도 없다는 인식이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지요. 따라서 삶의 해법을 제시하는 방법이 경쟁적이고 세속적으로 변한 브라질의 종교지형을 연구하는 사회학자들은 신도들의 웰빙(well-being)과 종교적 체험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질문을 던집니다. Utah State University의 H. J. François Dengah 교수는『Religious Dissociation and Economic Appraisal in Brazil』(2016)라는 연구에서 종교의식의 일탈적인 경험이 삶의 환경과 조건을 새롭게 해석하는 매개체가 되고 있음을 전제하고, ‘종교적 해리’(Religious Dissociation)의 개념을 제시합니다. ‘해리’(解離)의 사전적 정의는 ‘풀려서 떨어지거나 풀어서 떨어지게 함’ 혹은 화학용어로 ‘화학 분자나 물질이 용매, 전기 따위로 인해 다른 분자로 분해되는 것’입니다. 적용해보면, 종교적 체험을 통해 평소와는 분리된 지각, 이성, 감정의 어떤 신비한 경험을 하는 것이지요. Dengah 교수는 이 개념을 ‘예언을 받거나 해석’(giving and interpretation of prophecy), ‘신적 치유’(divine healing), ‘영 소유’(spirit possession), ‘신으로부터 계시’(a revelation from God), ‘방언’(speaking in tongues)으로 설정하고 이 경험이 설문참여자의 사회경제적 평가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분석합니다. 브라질 도시 지역에 살고 있는 1000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개인의 ‘종교적 해리’의 경험이 클수록, 현재나 미래의 경제적인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인 삶과 종교
 브라질인들의 ‘종교적 해리’는 다른 사회와 구분되는 특징입니다. 대물림 되는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고질적인 사회범죄의 환경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일종의 ‘최면제’라고 불릴 만합니다. 그렇다면 한인들의 종교생활은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을까요 현지이들의 ‘종교적 해리’ 와는 정도가 다르지만 종교생활이 이민자로서의 삶에 긍정적 평가의 매개체가 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브라질의 종교와 깊은 연관을 맺은 한인은 드물지요. 이민초기 한인들은 한국말로 예배 드리려 삼삼오오 모여 공동체를 이루고, 희로애락의 길을 함께 걸어온 역사가 있습니다. 지금도 종교를 통해 믿음을 지키고, 민족적 정체성을 유지하고, 사회관계를 세우고, 브라질을 보는 세계관을 형성하고 있지요. 다양하고 복잡한 브라질의 종교지형에서 한인들 특유의 ‘종교적 해리’의 경험은 삶을 이해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