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잡상인 물건을 구경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상하게 나는 시장을 가면 기분이 좋고 사람이 북적거리는 곳에 가면 행복해진다. 그렇게 이것저것을 구경하다 흥정도 하고 구입도 하는데 얼마 전 한참 물건을 구경하던 중 상인 아저씨가 갑자기 보따리를 챙기더니 도망가는 것이다. 단속반이 떳다. 주변을 살피니 이미 단속반에 붙잡혀 물건을 압수당하는 이들이 보였다. 안타까웠지만 그렇다고 단속반을 이해못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 교포들만 생각해도 비싼 세금, 월세 다 부담하시며 어렵게 장사하시는데 왜 이해 못하겠는가? 하지만 또 그들의 상황을 생각하면 안쓰럽기는 매 한가지이다. 전철을 타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작은 모니터에선 잡상인들의 물건을 구입하지 말기를 광고한다. 하지만 아랑곳않고 그들은 전철에 들어와 물건을 소개한다. 이어폰, 손톱소재기, 카드지갑, 헨드폰 렌즈 등. 나도 가끔은 그들의 물건을 사지만 어떤 이들은 인상을 지푸리고 싫은 티를 낸다. 역시 이해할 수 있다. 자주 있는 일이지만 헨드폰을 도둑맞았다며 또 지인 한 분이 SNS에 새연락처를 올린다. 넉넉하지 않은 분인 줄 알기에 더 속상하다. 그리고 얼마 전 Centro근처에선 차 뒤에 앉아있던 딸이 소리를 지르기에 보니 길가던 한 아주머니가 몇 녀석들에게 헨드백을 갈취당하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을 생각할 때 무허가 노점상인들이나 잡상인들은 그나마 도둑질 안하고 살아보겠다며 몸부림치는 것 같아 고맙기도 하다. 하지만 뭐 그렇게만 생각하면 또 안되는 거겠지.
 세상은 이렇게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하나님은 이 완벽하지 않은 세상에서 복음을 전하라 하신다. 그러나 이 세상은 모순 투성이이다. 내가 바른 일을 선택한다 생각할 때도 그 뒤에는 늘 어두운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다. 그리고 그런 가운데 우리 감정은 무뎌지고 우유부단해지며 서로 눈치를 보며 정체성을 잃어가기도 하는 것 같다. 교회에서도 신앙생활도.. 그래서 우린 지혜로워야 한다. 나의 관점, 경험, 원칙으로 현실을 다가갈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께 나아가 여쭈어야 한다. 왜냐하면 이 세상엔 변하지 않는 원칙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원칙은 오직 모든 상황을 꾀뚫어보시는 하나님 한 분이심을 기억하자.
 예수님은 늘 자신을 ‘인자’라 소개하셨다. ‘사람의 아들’죽음을 피할 수 없는 연약한 존재. 예수님은 자신의 이 ‘인자’라는 정체에 가두시고 모든 상황에 아버지의 자리로 나아가 기도하시며 삶을 준비하셨다. 그래서 작은 기적 하나도 아버지의 허락없이 행하지 않으셨다. 그리고 우리 생각엔 실수라 여겨지는 가룟유다도 그렇게 아버지의 뜻에 따라 선택하셨던 것이다. 아버지가 우리의 원칙이 되시고 아버지가 우리의 현실이 되기까지 우린 이 세상에 복음을 전하는 일은 감당치 못할 것이다.
 Bar에서 간식을 하는데 걸인이 들어와 구걸을 한다. 나도 아버지의 마음을 따라 지혜롭게 그 분의 원칙을 적용하여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돈은 못주지만 배가 고프다면 얼마든지 드세요!”. 그랬더니 걸인은 고맙다며 식사포장 한 셋트와 2리터짜리 음료수까지 한 병 챙겨 가신다. 27헤아이스가 나왔다. 지불을 하고 보니 버스비만 남는다. 나가며 고맙다며 악수를 청하는데 하고 났더니 손에서 지린내가 난다. 아버지의 원칙대로 사는 것은 역시 쉽지 않다. 그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