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두 개의 뿌리
 브라질에 오래 살다가 한국으로 영주귀국한 지인을 만났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한국에 오게 됐는데, 한국사회에 대한 이런 저런 불평을 합니다.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에티켓이나 예의가 없다, 교통이 너무 복잡하고 공기가 안 좋다, 물가가 비싸다, 경쟁이 치열하다 등등. 그러면서, 브라질의 그리움을 이야기합니다. 날씨가 좋고, 사람들이 따뜻하고, 자유롭고, 음식문화가 풍부하고… 브라질에 살 때는 몰랐는데 한국에 와 보니까 브라질의 좋은 점이 너무 많다고 합니다. 한 발짝 떨어져서 보면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고 하지요. 브라질에서 살 땐 한국이 좋아 보이고 한국에서 보면 브라질이 좋아 보이나 봅니다. 이민자들의 숙명이라고 할까요. 두 개의 뿌리를 내리고 사는 삶 말입니다. 
 2. 이민자들의 초국가성과 사회통합성
 이민자들의 첫번째 뿌리는 초국가성(transnationalism)입니다. 이민자는 누구나 모국(고향)과의 관계를 맺으며 살아갑니다. 현재 이주국의 삶에 영향을 주는 모국과 관련된 믿음, 가치, 실천입니다. 이민 1세와 1.5세처럼 다른 문화권에서 이주한 이민자는 이주 전 경험한 사회적, 인적, 문화적 자본을 국가와 사회를 넘어 이주국으로 가져오는 매개체로서 역할을 합니다. 부모의 영향과 강한 민족적 동질감을 가진 2세도 이런 초국가적인 실천의 영향을 받습니다. 특히, 이민자들의 초국가성은 이주국 사회에서 재형성됩니다. 다시 말하면, 이민자들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 정서적 안정감, 가족에 대한 연결을 이주국에서 실현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문화적 자본을 모으고 활용하고 있습니다. 교회, 한인회, 모임, 단체, 재단, 한글학교 등, 한국정체성을 가지고 만나고 공유하고 관계를 맺는 모든 과정은 이민자들의 초국가성의 실천입니다.
 이민자의 두번째 뿌리는 사회통합성(social integration)입니다. 이민자는 누구나 이주국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갑니다. 이 개념은 현재 거주하고 있는 특정 장소에서 경험한 자원, 관습, 문화, 지식, 감정과 같이 삶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총합을 말합니다. 루마니아 부카레스트 대학(University of Bucharest) 사회학 박사 출신인 아스트리드 함버거(2014)는 이 개념을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인 관점으로 설명합니다. 문화적통합은 이민자가 이주국에서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습득하고 사용하는 언어적 구사력, 관습과 문화에 대한 이해와 수용과 실천을 말합니다. 사회적통합은 이주국에서의 교육이나 복지 시스템의 지불과 혜택을 받는 과정, 경제적통합은 노동시장과 고용 접근성과 참여도를 말합니다. 마지막으로 정치적통합은 사회통합의 최종단계로서 투표의 권리와 피선거자로 참여, 혹은 시민권의 획득을 의미합니다. 브라질 사람들을 만나고,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정치에 참여하는 모든 과정은 사회통합의 과정입니다.
 3. ‘이주자로서 경험’, ‘한인으로서 경험’
 브라질 한인은 재외한인사회의 ‘한인’으로서 또 다른 한국을 경험하고 있습니다(초국가성). 브라질 한인은 ‘이주자’로서 현지사회와 만나며 이민경험을 해왔습니다(사회통합성), 따라서 브라질에 사는 한국사람은 브라질이라는 한 뿌리와 한국이라는 또 하나의 뿌리가 엉켜 있는 삶입니다. 이 뿌리는 이민자들의 다양하고 중층적인 이민경험으로 열매 맺습니다. 사회통합성과 초국가성은 이민세대별로 특징을 보입니다.
 1세는 한국과의 관계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가족과 사회관계 안에서 이 정체성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1.5세는 한국과 브라질의 이중정체성을 가지고 양국의 믿음, 가치, 실천을 다루는 협상가입니다. 2세는 부모세대의 강한 한국정 정체성과 브라질 내 긍정적 한국 이미지로 강한 브라질 사회통합성을 지니지만 한국에 대한 관심도가 높습니다. 성별, 직업의 종류, 이민의 목적, 소득수준, 교육수준, 언어 구사력, 종교에 따라서도 사회통합성과 초국가성의 특징은 상호작용하며 드러납니다. 브라질 한인의 이민경험은 한국과 브라질이라는 두 뿌리에서 형성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