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절(開天節)은 하늘이 열린 날이란 뜻입니다. 하늘은 우리 힘으로 열린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열어주신 날입니다. 하나님이 하시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참 많습니다. 내 의지로 하는 것 같아도 하나님이 개입하셔서 되게도 하시고 안 되게도 하신다는 고백을 종종하게 됩니다. 최근에 브라질에서 개천절처럼 하나님이 열어주시지 않아서 못 만난 사건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꾸리찌바 가는 길 멀기도 멀어요
 꾸리찌바에 가려고 여러번 시도를 했는데 가려고 할 때마다 사건이 생기는 것입니다. 꾸리찌바에는 제가 한국에서부터 알던 고 정영창 장로와 부인되시는 김신자 권사가 살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원로목사님 가족이어서 브라질에 가서 만나 뵙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상의하라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제 유일한 후견인인 셈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브라질에 와서 얼마 되지 않아서 입국 신고만 하고 차일피일 만날 것을 기약만 하다가 정영창 장로가 세상을 떠나고 그 부인인 김신자 권사 홀로 남았습니다. 상파우르에 사는 아들 정집사도 통화만 했지 막상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서로 사는게 바빠서 그렇기도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남의 교인이니 목사가 함부로 만나면 안될 것 같아서 입니다. 그러다가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접했습니다. 정장로가 세상 떠나고 삼년상도 치르지 않았는데 김신자 권사가 몸이 아프다는 소식을 한국의 신종철 김부자 원로목사님 내외에게 들은 것입니다. 몹시 궁금해 하십니다. 브라질까지 달려오실 수는 없고 코앞에 사는 제가 가서 뵙고 기도해드리고 소식을 전하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는 듯합니다. 또 다시 만나 뵐 계획을 합니다. 마침 이과수에서 중남미감리교선교사 힐링캠프가 있어서 하늘이 준 기회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사는 피라시카바에서는 상파울 과룰로스 공항에서 이과수까지 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리고 상파울까지 가는 중간에 깜비나스 비라코포스 공항이 있습니다. 거리상으로는 100킬로쯤 떨어진 곳이지만 제일 가까운 공항입니다. 깜비나스 공항에서 꾸리찌바를 경유해서 이과수로 가는 코스여서 가는 길 오는 길 중에 김신자 권사를 만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화-금 중남미선교대회, 금요일 꾸지찌바 토요일 깜비나스 이런 코스를 정하고 “꾸리찌바 인터시티 호텔”에 금요일 숙박을 예약했습니다. 이젠 3년간이나 오매불망하던 일이 이뤄질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상파우르에서 사업을 하는 김신자 권사의 아들 정 집사에게 주소와 전화번호를 확인하고, 꾸리찌바의 한인교회 목사에게 조언을 들었습니다.
 카스카벨(Cascavel) 지방공항에서 깨달은 진리
 선교대회를 잘 마치고 공항에 갔습니다. 좌석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동티가 났습니다. 우리가 예약한 항공 일정이 취소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러다간 꾸리찌바 심방은 커녕 주일 지키려 목양지 브라질선교교회로 돌아갈 길이 막막해진 것입니다. 꾸리찌바에 가려면 항공사가 지정해주는 호텔에서 일박을 하고 내일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꾸리찌바 김신자 권사 심방을 다음으로 미뤄야 할듯 합니다. 당장 주일 준비가 급합니다. 내일이 토요일이어서 오늘 늦게라도 깜비나스에 도착하는 방법을 항공사와 의논합니다. 주보 전송도 문제가 생기고 서두르지 않으면 총체적으로 주일준비에 비상이 걸리게 됩니다. 항공사는 자동차로 두 시간 거리에 있는 카스카벨(Cascavel)공항에서 깜비나스 가는 비행기를 주선하겠다는 겁니다. 깜비나스에 도착하면 밤 10시 20분. 그래도 현재로선 그것이 최선입니다. “부킹닷컴”에 연락을 해서 “꾸리찌바 인터시티 호텔” 예약을 취소하고 주보 봉사를 하는 박주엽 성도와 연락하고 두 시간 후에 떠날 카스카벨 시골공항 의자에 앉아서 강단여백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모르긴 해도 ‘감리교중남미 선교대회’를 마치고 돌아가는 이들이 다 나처럼 마음이 바쁘긴 마찬가질 것입니다. 오 주님, 정석윤 집사가 공항에 나오겠다는 메시지가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