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예수님의 탄생을 맞이하고 축하하는 날이다. 역사적으로 이 날짜가 진짜 예수님의 탄생일이 아니다 하는데, 뭐 그게 중요한가? 그런데 난 예수님의 탄생이야말로 죽음을 묵상하기 가장 적절한 시즌이 아닌가 생각한다. 왜냐하면 예수님은 처음부터 우리 인류를 위해 죽기 위해 태어나셨기 때문이다. 만일 내가 누군가를 위해 죽으려 태어났다는 것을 안다면 과연 난 내 생일을 축하할 수 있을까? 조금만 아프고 힘들면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으면..’하고 후회하는 것이 우리 인생인데 예수님은 애당초 처참히 인간들에게 죽음 당하시기 위해 태어나셨으니, 정말 우리들은 이 날을 큰 기쁨으로 맞이하면서도 깊은 감사와 경배를 그 분께 드리지 않을 수 없다.
 해를 접할수록 경제악화로 이젠 들뜬 분위기보단 소박한 성탄 시즌을 맞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그래도 평화로운 연말을 지내는가 했는데 갑자스레 지인 두 분의 소천 소식을 접하게 됐다. 한 분은 내가 오래 전 가르쳤던 사랑하는 제자의 어머님, 아직 젊으셨는데 갑자기 심장마비로 일을 당하셨고, 또 한 분은 가까운 친구의 어머니이신데, 오랫동안 우울증으로 고생하시다 결국 못견디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다는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한 해 동안 힘들었지만 그래도 아름답게 연말을 맞으려던 그들의 기대는 완전히 사라지고, 이제 남은 것은 사랑하는 어머니를 떠나보내는 절차들과 슬픔, 그리고 못다한 후회들만이 남겨졌다. 친구도 제자도 모두 이렇게 말한다. ‘혹시 내가 뭘 잘못한 것은 없을까?’, ‘지금도 전화를 받으면 엄마의 목소리가 들릴 것만 같다.’ 난 같이 울어줄 뿐 위로해 줄 말이 없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했다. 교회를 멀리하던 제자에겐, 열심히 믿으셨던 어머니는 지금 주님 품에서 안식하실 수 있고 영생으로 들어가심을 잊지말라고, 그리고 우울증으로 어머니를 잃었지만 같은 우울증으로 고생하고 있는 친구에겐, 지금 네 아들 둘에겐 절대 이런 아픔을 물려줘선 안된다고, 부디 강해져야 한다고.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한마디했다. 지금 복음 전하는 일은 생명을 전하는 일이니 절대 게을리하지 말자고..
 죽음을 통해 우린 큰 아픔을 지나갈 수 밖에 없지만, 죽음이 있기에 바쁜 현실로 보지 못하던 것들을 보게되고 그 깨달음을 통해 우리 삶이 변화로까지 발전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해 본다.    
 예수님은 생명을 주시기 위해 이 땅에 오셨다. 논쟁보다, 정죄보다. 투쟁보다 본인을 드림으로서 온 인류에게 생명을 주시고 용서와 은혜의 보혈로 새 기회를 주신 것이다. 그래서 난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이렇게 생명을 주는 그리스도인이 되었으면 좋겠다. 논쟁과 정죄와 투쟁보다 생명을 주고 용서와 은혜를 나눠주는..
 10년 전 TV에 동성애자들이 수녀들과 논쟁을 벌이는 가운데 한 동성애자가 종교인들을 비판하며 그들이 자신들의 자유를 침범한다고 공격했다. 그러자 한 수녀님이 인자하게 이렇게 말씀하신 것이 기억난다. “우리가 때로 제재하는 이유는 하나님께서 여러분들의 자유보다 영혼(생명)을 더 소중하게 여기시기 때문입니다.” 맞다. 권리 자유도 중요하지만 죽으면 끝인 것이다. 과연 지금 우리들의 투쟁은 죽음 뒤 후회로 남지 않을 수 있을까? 내가 가진 관점이 하나님 것인지 아닌지를 본인 기준에서 착각하고 확신하는 것은 없을까? 이 성탄에 예수님을 묵상하면서 그 분의 죽음과 함께 생명이 묵상되는 귀한 시즌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