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음악성
 브라질 사람들 음악 참 잘합니다. “음악을 잘한다”는 것이 주관적인 평가이기도 하지만, 많은 음악학자들은 브라질인들의 음악을 의미 있게 만드는 ‘음악성(音樂性)”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습니다. 음악이 음을 매개로 인간의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하는 시간적인 예술이라고 한다면, 브라질인들은 타고 난 것 같습니다. 노래면 노래, 악기면 악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친구들이 주위에 참 많습니다. 체계적으로 배우지 않은 친구들의 몸 안에 흐르는 음악적인 기질에 놀랄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음악이라고 할 때 유럽 중세 전통이 만들어내고 미국이 재해석하여 전세계에 퍼트린 조성과 화음, 악보와 해석을 강조하는 ‘서양 음악’을 말합니다. 이 믿음 때문에 근거 없는 문화적, 인종적, 사회적 우월성을 주장하여 많은 문제가 생기기도 하지요. 하지만 전세계에는 다른 철학, 체계, 가치, 실천을 가진 음악이 엄연히 존재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브라질 음악입니다. 다양한 인종적 사회-문화적 기원, 악보를 뛰어넘는 즉흥성과 창작성, 그리고 풍부한 음악적 토양은 이 땅의 음악을 독특한 위치로 올려놓았습니다.
 두 개의 뿌리: 포르투갈과 아프리카 전통들
 McGowan, Pessanha(1998)의 『The Brazilian Sound』에 따르면, 브라질 음악의 중요한 뿌리 중 하나는 포르투갈 전통입니다. 포르투갈 정복자들은 500년 전 유럽의 조성 음악 체계를 들여왔습니다. 특히 이베리안 반도를 5세기 이상 지배한 북아프리카에서 이주한 무어인들은 유럽과 아랍 문화의 전통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들의 음악적 유산이 브라질에 함께 들어왔습니다. 로마 가톨릭 전례와 관련된 수 많은 축제와 야외 극장음악이 유입되었고 피아노 바이올린과 같은 서양 악기들, 그리고 네 줄의 작은 기타 까바낑요cavaquinho, 유태인 하프, 그리고 아코디온도 소개되었습니다. 감수성 풍부한 포르투갈 노래 모다moda는 브라질에서 모징야modinha로, 자장가인 아까란두acalanto는 18세기에는 춤 음악인 포파fofa로, 이후에는 구슬픈 기타 선율에 맞추어 부르는 파두fado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뒤엉켜 밀가루 물을 던지던 축제인 엔트루도entrudo는 브라질로 건너와 광란의 카니발의 시작을 알리는 음악적 재료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유럽에서 아랍, 아프리카 전통을 보존하고 있던 포르투갈 음악이 브라질에 수용되고 재해석되었습니다. 한편 아프리카 전통은 브라질 음악을 다양하고 풍부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는 노예제가 전세계에서 가장 늦게 폐지된 영향이 큽니다. 인권과 정치경제적 대외 의존성과 같은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 문화와 음악이 뿌리를 내리는데 어느 정도 기여했습니다. 미국에서 흑인음악이 재즈, 알앤비, 힙합, 레게, 블랙가스펠과 같은 독자적인 장르를 구축했다면 브라질의 흑인음악은 기존의 음악어법들과 잘 섞인 특징이 있습니다. 특히 아프리카 토속 종교와 관련된 음악은 가톨릭교회의 포교 의지와 결합되어 브라질 전역에 퍼졌고 지금도 곳곳에서 그 영향을 발견 할 수 있습니다.
 사람과 사회를 읽는 음악
 브라질 음악의 뿌리는 포르투갈과 아랍의 전통, 아프리카 노예들이 토속 종교의식입니다. 그리고 유럽, 미국, 아시아 문화의 영향을 받아 발전한 ‘혼종성(混種性)의 음악’이라 불릴 만 합니다. 이제 케이팝K-Pop과 국악 그리고 한국 문화에 대한 브라질의 높은 관심은 브라질 한인들에게 새로운 도전을 주고 있습니다. 음악의 이해는 단지 악보에 적힌 음을 잘 연주하고 감상하는 법을 배우는 것 뿐 아니라 음을 음악답게 만드는 사람과 사회를 바라보는 것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열린 귀와 마음으로 브라질 음악을 보고 들으며 사람, 믿음, 가치, 실천을 발견하고 의미의 그물망을 만들어 낸다면, 이 땅의 음악 전통이 말해 주듯 한국의 음악을 둘러싼 사람과 문화도 이 토양에서 수용되어 뿌리내리고 공감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