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그랬듯이 내게 유년 시절은 낯선 브라질을 적응하는 기간이었다. 당시 포어가 서툴어 브라질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곤 했지만 사실 내성적이었던 나는 별 이유없이 학교를 빼먹고 나만의 시간을 가질 때가 많았다. 당시 즐겨 다니던 추억의 아지트들이 있었는데 그 중 제일 좋아하던 한 곳은 Republica의 어느 전자 오락실이었다. 여하튼 학교를 빠지면 그곳엘 달려가‘1942’라는 게임기 앞에서 순서를 기다리곤 했다. 밤에 잠자리에 들어서도 아침에 게임할 생각에 잠을 못이루곤 했는데, 어느 날 한 몇 주 열심히(?) 학업에 열중하다 그곳을 찾으니 문이 닫혀있었다. 그리고 그 날만 닫을 줄 알았던 그 자리에는 옷가게가 들어섰다. 또 기억나는 곳은 한 극장이다. 그냥 극장이 아니다. 80년대 브라질 최고의 영상과 사운드를 자랑하던 Comodoro라는 극장이었다. 이 곳은 내가 ‘E.T’와 ‘Indiana Jones’를 처음 관람한 곳이다. 그래서 액션물을 개봉하면 난 언제나 여기서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Evita’라는 마돈나가 리메이크한 시시컬컬한 영화를 마지막으로 극장은 운영난에 문을 닫아버렸다. 사실 당시 쇼핑센터들 안에 극장 체인점들이 들어서면서 Centro의 극장들은 교회들로 전락해 갔다. 하지만 극장이 그곳 뿐이더냐? 나는 언제나 먹거리를 사들고 다른 극장들을 배회했는데 그 전에 늘 들리던 집이 Churrasco Grego(쥬스를 무료로 주는 싸구려 센드위치) 집에서 운영하던 한 철판 핫도그 집이었다. 재료는 Pãozinho에 마요네즈, 소시지와 야채가 다였지만 사람들은 줄을 서서 먹었다. 이유는 가격도 가격이지만 조리법이 남달랐다. 먼저 마요네즈는 우리가 보는 앞에서 믹서기에 기름과 노른자, 식초를 넣고 그 자리에서 만들어 냈으며, 소시지는 철판에 갖은 야채들과 함께 끓여냈다. 거기에 그 집만의 매운 Pimenta 소스는 정말 기가 막혔다. 하지만.. 그렇다. 역시 어느 날 자취를 감춰버리고 만다.
 아직도 난 당시 그곳들의 음식들과 추억들이 그립다. 그러나.. 사실 내가 그리워 하는 것들은 언제나 마음 속에 있었다. 한국을 떠나오면서 부산에서 연탄불에 구워먹던 시장의 꼼장어 구이와 미더덕과 해삼은 이민을 와서 내내 먹고 싶은 메뉴이다. 그러던 어느 날 한국을 들나들 기회가 생기며 드디어 꼼장어와 해삼, 그리고 미더덕을 먹을 기회들이 찾아왔는데 온갖 기대를 안고 꼼장어, 미더덕, 해삼을 젓가락으로 한점 씩 집어 입에 넣은 그 순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뭐야 이게..? 어떻게 된거지? 이 맛이 아니었는데..’ 실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비싼 돈을 지불하고 사주신 지인을 봐서 난 이렇게 외쳤다. “와! 바로 이 맛이에요~” (뻥치고 있다..) 그 뒤로 난 깨달은 것이 있다. 그건 바로 그 당시 내가 원하던 것들은 오직 내 추억 속에서만 살아있다는 것이다.. 나는 잊고 있었다. 이 낯선 브라질이 더 이상 내게 낯설지 않다는 것을.. 지금 내가 간절히 원하던 그 시절도 만일 지금 돌아간다면 행복할 수 있을까? 아니다. 그건 내 착각이다. 그러나 때로 이런 착각에 빠져 잠시 행복할 수 있었으면 그것으로 된 것 아니겠는가? 
 지금 브라질이 힘들고 어려운 것은 어쩌면 또 다시 한 시대에서 또 다른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이기 때문은 아닐까? 지금은 고통스럽고 힘들지만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한걸음 한걸음 따라가보자.. 과거를 뒤돌아본들 무슨 소용있을까? 잠잠히 믿음으로 그 분의 음성을 듣고 순종하면 어느새 우린 나도 생각지 못하던 평안 가운데로 인도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