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사님, 내일이 한국의 큰 명절인 추석인데 여긴 하나도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한국 기업체들은 어김없이 정상출근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그러려니 하는데 오히려 한국에 사시는 분들이 송편은 먹었느냐는 안부부터 거기도 토란이 있느냐 고사리는 있느냐 등등 한국식탁을 기준으로 여러 가지 질문을 해옵니다. 제 대답은 한결같이 “네 그럼요, 다 있고말고요.”
 한국 추석의 신풍속도
 제가 부모님께 효도하는 길은 어머니의 이야기를 끊지 않고 들어드리고 자세히 설명해서 궁금증 없이 하는 일이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주는 특히 마음이 더 허전하신 듯합니다. 청주 사는 동생네 식구들 소식부터 조카딸 아이 슬기가 신랑감을 데리고 인사시키러 온다는 이야기, 우리 아들 용기와 다운이 그리고 사위 나일즈가 추석에 강화도 할머니 할아버지 뵈러 온다는 소식, 여동생 네 딸 맑은 샘과 아들 종민이가 추석날 아침상을 같이 나누고 그리고 친가에는 점심을 나눈다는 어머니의 으쓱 하심을 전해왔습니다. 그러니까 친가에 가서 아침상을 받는 것이 아니라 처가에서 아침상을 나누는 것은 작은 아들이어서 가능하고 큰 아들이 아침을 같이 하고 처가로 떠나고 여동생과 제부는 홀어머니와 점심을 함께 하는 것으로 교통정리를 한 모양입니다. 이것이 신한국 추석 풍습인 것 같습니다. 제 처가는 장모님이 요양병원에 계셔서 일단 외출이 가능한지 확인하고 처제와 처남, 그리고 장인어른이 장모님을 모시고 함께 추석을 지내는 것으로 결론이 난 듯합니다. 멀리 있어 처가나 친가에 늘 죄송한 일이어서 ‘브라질 너트와 아싸이’등을 한국 가는 편에 몇 꾸러미 만들어서 미리 보내고 위로를 받습니다.
 올해는 추도예배 예문, 내년에는 공동추도예배를
 유권사님, 혹시나 해서 이번 주 주보는 추석 가정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순서를 더 넣었습니다. 한국에서는 고향에 못간 성도들이 통합 추석예배를 드리고 토란국에 한 끼 식사를 나누는 경우도 많은데 우리는 다 고향에 못가는 성도들이라서 이미 포기한지 오래되어서 그런지 통합 추도예배 같은 것은 아예 생각하지 않는듯 합니다. 하긴 추석날도 정상출근해서 브라질 노동자들과 함께 평일처럼 일하고 있으니 그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을 것입니다. 그래도 아침 일찍 출근 전에 미리 사진을 준비하고 국화꽃도 준비하고 연합으로 추도예배를 드리고 식사를 나누고 출근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추도예배는 부모님들을 신앙 안에서 다시 기억하며 그 뜻을 받들어 사는 것을 다짐하는 시간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내리사랑으로 자녀들에게 계승되어야 하는 신앙의 유산이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경을 초월해서 자녀들과 함께 드리는 추도예배가 꼭 필요한 것입니다. 객지에서 혼자면 어떻습니까? 혼자서 드리는 추도예배가 안 된다는 법은 없잖습니까? 그 각각의 혼자들이 함께 모이면 여럿이 되고 우리가 됩니다. 이미 천국환송예배를 경험한 이들이란 공통분모가 있잖습니까? 내년에는 여선교회가 추석음식을 준비하고 남선교회 회원들과 새벽같이 모여 추석 예배를 드리고 함께 공동식사를 한 후에 정상 출근하는 방안을 강구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