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죄인으로서 인간
 인간의 본성에 대한 성서적 이해는 현실적이며, 경험적이다. 기독교적 인간 이해는 피조물로서 하나님의 형상인 동시에 죄인으로 이해한다. 창조 시에 인간에게 부여된 하나님의 형상은 죄로 인해 흐려지고 왜곡된 것이다. 우리가 전적으로 타자인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살도록 지음을 받았고 동시에 다른 피조물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게 창조되었다면, 본질적으로 죄란 우리와는 다른 존재에 대해 관계성을 거부하거나 부인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전적인 타자되시는 하나님에 대한 의존성을 부인하고, 우리의 동료 피조물에 대한 신뢰성을 거부한다. 이런 점에서, 죄란 타자에 대한 관계성 파괴, 거부, 부인하는 깊은 태도에 있다.
 가. 죄란 하나님에 대한 관계성을 부인하며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절대적인 필요성을 거부하는 것이다. 죄란 하나님의 은혜에 반대하는 것이며, 그의 사랑에 대해 부인하는 태도이다. 우리가 죄를 단지 도덕적 계율을 위반하는 것으로만 알면 죄의 깊이를 오해하는 것이다. 죄란 무엇보다도 우리와 하나님 사이의 관계를 파괴하는 것이다. 다윗이 “내가 당신께만 범죄하였나이다”(시51:4). 죄는 하나님의 은혜를 거절하고 자신을 절대화하는 경향을 갖는다. 우리의 자유가 무한하다고 선언하면서, 우리 스스로 하나님 행세를 한다. 이것이 교만하고 자기를 극대화하면서 자아 중심적이고 자아도취적인 죄이다. 이를 자기중심적인 우상숭배라 한다. 반면에 인간이 하나님의 은혜를 거부하는 가운데 자기 자신을 부정하면서 다른 피조물을 자기의 삶 안에 하나님의 자리를 허락하는 행위이다. 이를 타자 중심적 우상숭배를 낳는다. 한마디로 우리 자신을 잃어버림으로 자신을 보잘것 없고 우상에게 절하며 숭배하는 것이다.
 나. 율법과 죄의 인식-율법은 죄를 깨닫게 하는 기능을 가진다(롬3:20, 4:15). 하나님의 계명은 인간에 대해 심판으로 작용한다. 첫째로 하나님의 계명으로서 율법은 하나님과의 만남에서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으로 깨닫는다. 둘째로 율법은 하나님의 자기 계시로서 하나님 앞에서 죄인 됨을 깨닫게 한다. 이러한 율법은 행위를 규정하는 복수형 율법이 아니라 하나의 율법 즉 사랑의 계명이다. 셋째로 율법 안에는 하나님의 은혜의 의지가 나타난다. 죄의 이해는 하나님의 은혜 계시를 전제하지 않고는 받아들일 수 없다. 죄는 살아계시는 하나님의 현존 앞에서 설 때에 인식하게 된다. 이러한 죄의 인식은 죄의 고백으로 죄의 인정으로 나타난다.
 다. 원죄-원죄설은 인간이 구원받아야 할 존재, 은혜가 필요한 존재임을 알려주는 교리이다. 어떤 이는 죄의 기원을 인간의 육신적 존재나 인간의 성적 욕구, 자기 자랑, 교만, 무지, 불의한 사회구조라고 보기도 했다.
 a. 성서는 죄의 보편성을 가리킨다. 죄에 물들지 않은 인간이 없다는 것은 성서 전체에 나타난다(롬3:11-12, 시14:1 이하, 53:1이하). 그러나 동시에 죄는 스스로 선택한 행동으로서 우리가 책임져야 한다. 죄의 보편성과 개인적 책임성 사이의 긴장 관계를 바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
 b. 죄는 인간의 모든 행위 가운데 숨어 있는데, 이것은 악으로 정죄 되는 것 안에만 아니라 선이라고 칭송받는 것 안에도 있다. 이것은 죄는 선을 행한다고 가장하는 가운데도 교묘하게, 악마적으로 숨어있음을 말한다. 죄는 이런 역설적 표현 없이는 이해하기 어렵다.
 c. 죄는 개인의 부패와 타락인 동시에 공적이며 집단적인 구조 안에서도 강력하게 드러난다. 현대 사회는 죄를 매우 사적인 것으로 간주하려 하나, 성서는 인간이 악의 연대성을 갖고 하나님을 대항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라. 인간의 죄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은 진노와 심판이다. 하나님의 심판의 열심은 하나님의 사랑의 거룩한 열심으로 계시한다. 따라서 심판은 복음의 빛에서만의 의미로 말해야 한다. 하나님의 심판은 창조적이고 적극적인 측면이 있다. 하나님의 심판은 실재성과 인격성을 가지고 있다. 하나님의 실재적인 심판은 두 가지로 나타난다. 하나는 하나님의 믿는 이에게 행하시는 자유로운 심판의 행위이다. 하나님의 심판은 어떤 때는 속히 하시나, 또 어떤 때는 오래 참고 기다리신다. 하나님의 심판은 어떤 공식으로 파악할 수 없다. 하나님은 재화를 빼앗거나 건강을 잃거나 가난하게 만들거나 삶의 계획을 망치게 하신다. 그것은 어떤 죄에 대한 심판인지 알 수 없는 경우도 많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은 자기의 십자가를 지기 마련이다. 그리스도인은 알지 못하는 심판에 대하여 감추어진 하나님의 심판에 대해 겸비해야 하고 인격적으로 받아들이고 회개해야 한다. 둘째는 불신자에게나 신자들에게도 율법에 따라 질서 있게 살게 하심으로 이것에 대해 어기는 자에게 주시는 심판이다. 내재적인 질서를 위해서 모든 개인과 공동체에 내려지는 심판이다. 소위 사필귀정이란 말이다. 일반적으로 하나님은 법을 따라서 공동체를 유지하게 하신다. 인간에 의해서 내려지는 심판 속에는 하나님의 심판이 내재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