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섭리의 신앙과 악의 실재
 창조자 하나님은 피조물들이 스스로 굴러가도록 내버려 두지 않으신다. 오히려 주님은 피조물을 향한 계속적인 돌보심과 은혜로 그 정해진 목표로 인도하신다. 아마도 성서에서 가장 잘 알려진 것은 하나님은 선인과 악인에게 동일하게 비를 내리시며(마5:45), 공중의 새를 먹이시고, 들의 백합화를 입히시며(마6: 26-30), 우리의 머리카락까지 세신 바되었다(마10:30)고 말하는 예수의 가르침일 것이다. 1536년의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에는 섭리의 신앙은 “전능하고 언제나 함께하는 하나님의 능력인데, 하나님은 그의 손으로 천지와 모든 피조물을 붙드시며, 잎과 풀, 비와 가뭄, 풍년과 흉년, 음식과 식수, 건강과 병, 풍부와 가난 등의 모든 것들이 우연에 의해서가 아니라 아버지 되시는 하나님의 손에 의해서 우리에게 오도록 하는 가운데 이 세계를 다스린다.” 이러한 섭리적 신앙은 현실적이고 경험적으로 나타나는 악의 실재와 세력에 의하여 가장 크게 도전받는다. 악의 실재와 세력은 환상도 아니고 단지 겉모양도 아니며 사라져 가는 힘도 아니다. 20세기 이후로 엄청나게 파괴적인 전쟁, 기아, 질병, 인종 살상을 목도하면서, 우리는 이런 거대한 악의 실재에 직면하여 하나님의 주권과 섭리를 계속해서 신뢰할 수 있는가? 하나님이 전능하고 선한 분이라면, 이 세상에 왜 그렇게 많은 악이 존재하는가? 여기서 우리는 두 형태의 악을 말 할 수 있다.
 1) ‘자연적 악’은 질병, 사고, 지진, 화재, 홍수, 자연재해, 이상기후 등으로 인하여 생기는 인간의 고통과 질병과 사망을 지칭한다. 예를 들자면 젊은 모친이 불치의 암에 걸린 것, 갓 태어난 아이가 AIDS에 걸린 것, 화산의 분출로 인해 수천 명의 사람들이 급작히 묻힌 것, 기차나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것 등은 하나님의 섭리적 돌봄과 사랑과 은혜에 대하여 회의하게 하고 심지어는 절망하게도 만드는 것이다.
 2) ‘도덕적이고 역사적인 악’은 제2차 세계대전 중에 6백만의 유태인의 학살 현장인 아우슈비츠와 같은 것들이다. 이것은 참으로 악의 실재이며 강력한 악의 세력이다. 그러기에 “고난은 어느 순간 동안 하나님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도록 만든다.” 하나님의 부재는 엄청난 악의 경험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악은 실재로 존재하며 막강한 것이고, 그것은 저항되어야 하는 것이고, 시편 기자의 질문처럼(주여 언제까지니이까?, 시편13:1) 아니면 주님처럼(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 마15:34)을 이해하게 된다.
 2. 악의 실재에 대한 신학적인 해석과 이해
 1) 악에 대한 하나님의 측량불가능성-우리는 이 세상에 왜 그렇게 많은 악이 있는지, 왜 악이 불공평하게 나타나는지 알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하나님을 믿으며 인내한다. 하나님의 길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제한되어 있으며, 때로 엄청난 고난과 절망을 대처하는 데에 있어서 설명보다는 차라리 침묵이 낫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주님처럼 절대자이신 아버지 하나님께 “엘리 엘리 라막사막다니?”라고 처절한 절규가 가능하지 않겠는가?
 2) 악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심각한 고난의 경험을 악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으로 해석하거나, 하나님의 자녀에 대한 하나님의 연단이라고 해석한다. 이 해석은 하나님은 선한 자나 악한 자나 모두 그들이 받아야 할 것들을 받도록 이 세계를 다스리신다. 칼빈에 따르면, “성경은 우리에게 가르치기를, 질병과 전쟁, 그리고 다른 재앙들은 하나님께서 우리의 죄를 다스리기 위하여 사용하시는 하나님의 연단이다.”라고 말한다. 허나 주님은 장님 된 사람이 지신의 죄 또는 부모의 죄로 인하여 장님으로 태어난 것이 아님을 말하며(요9:1-3 ), 실로암의 탑이 무너진 것이 실로암의 사람들이 특히 악하기 때문이 아님을 지적하신다(눅13:4). 이같은 해석은 죄와 고난의 관계를 너무나 단순화시켜 파악한다.
 3) 악에 대한 고난의 경험을 하나님의 교육으로 해석하는 것-그리스도인들은 모든 고난을 영적인 성장의 기회로 간주한다. 하나님께서는 가난, 상실, 질병 등의 위험을 보내셔서 우리로 하여금 이 지상의 것들로부터 눈을 돌려 천국을 바라보도록 하신다(칼빈). 바울은 “생각건대 현재의 고난은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과 족히 비교할 수 없도다”(롬8:18)라고 증언한다. 여기서 바울은 그리스도와 복음을 위한 고난임을 알아야 한다. 악에 대한 하나님의 최종적 승리를 바라보는 희망이 죄없이 당하는 고난을 이기게 한다는 바울의 증언에 우리는 전적으로 동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