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사회 읽기:한인의 미래)냄새와 문화
2018/07/19 21:14 입력  |  조회수 : 812
트위터로 기사전송 페이스북으로 기사전송 구글+로 기사전송 밴드공유 C로그로 기사전송
정기중.jpg
 정기중 선교사(한국외대 국제지역학 박사수료)
 
냄새는 문화다
 3년 전으로 기억합니다. 브라질 남부 히오그란지 두 술에서 오신 목사님이 집회 참석차 한국에 2주일간 머문 적이 있습니다. 이 분이 음식문화에 관심이 많아서 식사 때 마다 재료와 조리방법은 무엇인지, 왜 밥, 국, 김치는 빠지지 않는지 묻곤 했습니다. 브라질에 돌아와서 다시 만났을 때 한국에서 자기가 식당을 갈 때마다 독특한 냄새를 맡았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마늘과 고춧가루가 섞인 강한 향인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살라미(Salame)와 식민 스타일 치즈(Queijo Colonial)의 본고장인 남부에서도 한국을 떠올릴 때마다 이 독특한 냄새와 함께 만났던 사람, 방문했던 장소, 공기, 그리고 한국문화가 많이 생각난다고 했습니다. 우리 코에는 너무 익숙해져서 신경 쓰지 않았던 한국의 냄새가 브라질 현지인에게는 독특한 경험이었나 봅니다. 이렇듯 어느 장소의 특정한 냄새는 사람과 둘러싼 문화를 나타내는 것 같습니다.
 상파울로, 혼종의 냄새
 브라질 하면 어떤 냄새와 이미지가 떠오릅니까? 몇 년 전 살라 상파울로(Sala São Paulo)에 공연을 보러 간 적이 있었는데, 화려한 외부 건물과 내부의 장식은 마치 몇 백년 전 유럽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공연의 질도 좋았지만 분위기와 환경에 더 깊은 인상을 받았지요. 하지만 공연이 끝나고 밖으로 나오는 순간 모든 환상이 깨졌습니다. 과연 같은 하늘에 있는지 착각될 정도로 코를 찌르는 듯한 오줌과 쓰레기, 탁한 공기가 뒤범벅인 냄새가 코를 찔렀습니다. 상파울로는 남반구 최대의 도시입니다. 수 많은 인구, 다양한 인종, 다문화, 역사가 뒤섞여 움직이는 복잡하고 역동적인 곳이지요. 하지만 이 혼종성(混種性)의 배경에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삶의 방식(Jeito Brasileiro)와 관료주의(Burocracia)는 정부나 주 단위에서 도시계획을 세우며 공중보건을 실행하고 관리하기에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브라질에서 정복자와 피정복자의 계급의 형성과 갈등, 광활한 땅과 천혜의 자연 속에 인간의 욕심과 무계획이 만들어낸 총체적 환경은 우리가 매일 마시고 사는 공기 안에 냄새로 묻어있습니다.
 한국냄새, 한국인, 한국문화 
 그렇다면 브라질에서 반세기 이상 살아 온 한인들의 냄새는 어떨까요. 우리가 맡는 냄새 말고 브라질 사람들과 사회가 느끼는 것 말입니다. 지금은 덜 하지만 과거에 많은 한인들은 현지인을 만나기 전 김치와 강한 한국식 양념이 들어간 음식 먹는 것을 꺼렸다고 합니다. 혹시나 만남 중에 실례가 되지는 않을까 양치와 가글을 몇 번이나 하고 참 노력을 많이 했지요. 처음에는 일본인, 두 번째는 중국인이 되었다가 결국에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두 나라에 낀 허리가 잘린 작은 반도의 남쪽에서 온 민족임을 힘들게 설명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한국인임을 자랑스럽게 말하지 못하고 소수민족의 서러움을 겪었던 시절에는 냄새 조차도 부끄러웠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떻습니까. 마늘, 고춧가루 기본 베이스에 젓갈, 김치와 같은 강한 양념과 냄새가 특징인 한국음식은 한국과 한인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한국에 다녀 온 브라질 사람들은 첫째로 눈부신 경제와 기술의 발전에, 둘째로 거리에 가득한 삐쩍 마른 사람들에 놀라곤 하지요. 육류와 단 것을 좋아하고 움직이지 않는 문화(Sedentarismo)탓에 세계 5위 비만국가인 브라질에서 한국식 요리는 건강이 꽤나 신경을 쓰고 기민하고 끈기 있으며 창의적인 우리 민족의 특징을 드러내는 것 같습니다. 이렇듯 인종적, 문화적인 다층성과 혼종성의 브라질에서 한국인의 냄새 속에 드러난 기질과 정체성은 60년 이민역사를 지나오며 독특한 위치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음식 뿐 아니라 앞으로 브라질 한인들이 드러내야 할 문화의 풍성함과 향기를 발견하고 개발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이겠지요.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ammicj@hanmail.net
"남미복음신문" 브라질 유일 한인 기독교 신문(nammicj.net) - copyright ⓒ 남미복음신문.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댓글달기
  • 많이본기사
  • 화제의 뉴스

화제의 포토

화제의 포토더보기
설교하는 이영훈 목사

  •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제휴·광고문의
  • 기사제보
  • 정기구독신청
  • 고객센터
  • 저작권정책
  • 회원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 RSS
  • 남미복음신문(http://nammicj.net) | 창간일 : 2005년 12월 2| 발행인 : 박주성 
    주소 : Rua Guarani, 266 1°andar-Bom Retiro, São Paulo, SP, BRASIL
    기사제보 및 문서선교후원, 광고문의(박주성) : (55-11) 99955-9846 nammicj@hanmail.net
    Copyright ⓒ 2005-2024 nammicj.net All right reserved.
    남미복음신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