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1971년 11월 21일에 부모님을 따라 브라질로 이민 갔습니다. 도착한 그 주일에 교회를 처음 갔고, 그 후로 점차 하나님을 알아 갔고, 예수님을 나의 구원자요 내 삶의 주인으로 모시고 있습니다. 그럭저럭 계속 교회 뜰 안에서 생활해 왔고 이제 성인이 되어 슬하에 딸 셋과 첫 손자를 둔 할아버지 장로로서 인생의 후반전을 멋지게 살겠다고 다짐하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46년의 신앙생활을 통해 믿는 삼위일체에 대해 알건 다 안다고 생각했습니다. 올해 6월까지.
 교회 목사님과 LA를 방문 중 위의 책을 구입했고 부담 없이 한 장씩 읽어 내려갔습니다. 왜 이토록 한 선교사님의 간증이 나의 마음을 씁쓸하게 할까. 내가 사는 브라질 아마존에서 사역하시는 많은 선교사님의 간증을 꽤 많이 들었었어도 왜 이 책은 나에게 부담을 줄까 하는 의문 속에 읽고 또 읽었습니다. (고)유석경 선교사님의 과감하고 당당한 표현들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인지 궁금하고 솔직히 나에게 시기심까지 불어 놓았습니다. 그거야 뭐 고칠 수 없는 병에 걸리셨으니 당연히 마지막으로 한마디 던지시고 가시면서 맺힌 한을 푸시는 거겠지... 하면서 입니다.
 유 선교사님의 12살 때 예수님을 영접하시고 달리는 버스 안에서 흘리신 눈물은 나 자신이 쉽게 생각했던 그 상황의 결과가 아닌 성령님께서 허락하신 겨자씨 같은 믿음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번 화끈했다가 금방 꺼져가는 불꽃 장난이 아닌 꾸준하면서도 계속 부풀어오는 뚜렷한 헌신의 모습이 그의 말과 행동에 젖어왔음을 느꼈습니다. 다양한 헌신의 모습 중 그래도 버젓이 남 눈에 띄고 이왕이면 재직명단 첫 페이지에 나의 이름 글자가 새겼으면 어떨까 하는 속셈을 넘어 예수님을 모르는 생명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어쩜 제일 핵심이면서 기본적인 그리스도인의 의무요 임명을 당연하듯이 말하는 선교사님이 점점 내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그렇지, 나와 남들은 슬그머니 숱한 핑계로 피하는데 이 선교사님은 이토록 열정이신데 한평생 우리나라의 사도바울로 명성을 떨치시겠지.
 이게 무슨 날벼락! 나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하나님의 주권과 섭리는 우리 인간이 감히 추측 할 수 없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 그분 만의 성품인 것을. 그러나 왜 하필 바로 이때, 지금 막 시작하시려고 열심히 최선을 다 쏟으실 때 이런 최악의 병을 허락하셨을까. 아니, 유 선교사님은 우리 인간의 고통이 하나님으로부터가 아닌, 주님은 우리의 행복을 우리 자신보다 더 원하시고 우리가 고통당할 때 나 자신보다 더 아파하신다는걸, 그래서 선교사님은 그의 암을 감사하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글쎄, 아무리 그래도 인간인 피조물이 어떻게 이 세상이 증오하는 병을 놓고 감사하나. 맞다, 우리 모두가 흔히 말하는 피조물이기에 가능하구나. 먼저 나의 확실한 신분이 밝혀지니 복잡하게 보였던 모자이크 조각들이 들어 맞춰집니다. 도대체 나는 누구인가. 장로인 나, 할아버지인 나, 남편인 나, 아버지인 나, 하나님의 자녀인 나 그리고 예수님의 제자라고 일컫는 나. 유석경 선교사님은 자신 안에 능력이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이 능력이야말로 세상이 선호하고 끊임없이 외치는 외모의 능력, 재물의 능력, 지식의 능력, 학벌, 집안, 인맥... 이 모든 것 보다 하나님의 능력이 우리 인간 모두에게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홍해를 가르고, 귀신을 쫓고, 앉은뱅이를 일으키시는, 죽은자를 살리시고 그 무엇보다 전능하신 신이 보잘 것 없는 인간으로 오신 그 사랑의 능력이 내 안에 벌써 존재한다고 확신하십니다. 우리 가운데서 역사하시는 능력을 모르고 세상의 압력에 고개 숙여 마지못해 소리죽여 고백하는 나 자신부터가 정말 한심합니다. 이 우주 만물을 지으시고 생명과 죽음을 통찰하시는 하나님의 능력을 왜 이제껏 몰랐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