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남철 목사(그레이스성결교회 담임)
나는 지금 크로스 볼펜을 23년째 사용하고 있다. 금색의 펜인데 고급 볼펜이다. 내가 79년 미국에 유학 왔을 때 교회에서 어느 집사님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크로스 볼펜을 하나 나에게 선물한 것이다. 김재윤 집사님이었는데 미국에 막 와서 고생하며 공부하는 것을 보니까 좀 안타까웠던 모양이다. 크로스 볼펜은 Life Time 개런티이기 때문에 잘못되면 바꿀 수가 있다. 나는 비싼 그 볼펜에 언제나 신경을 쓴다. 그래서 잃어버리지 않는다. 싸구려 볼펜은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에 소중하게 생각지도 않고 그래서 자주 잃어버린다. 비싼 것을 사면 아주 귀하게 쓴다. 싸구려 두 개 세 개 사는 것 보다 고급 것을 한 개 사는 것이 훨씬 낫다. 고장도 잘 나지 않고 오래 쓸 수 있고 고쳐 가면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펜을 리필만 갈아 끼우면서 쓴다. 정말 한 번도 잃어버리지 않고 항상 신경을 쓰면서 지금까지 잘 쓰고 있다. 이 볼펜을 사용한지 10년쯤 되어서 볼펜 머리 부분이 찌그러졌다. 내가 쓰는 볼펜을 본 어느 권사가 “목사님 그 볼펜 좀 볼까요?” 하더니 볼펜에 뚜껑 부분이 망가져 있는 것을 보았다. 그 권사님은 “저에게 주세요 새것으로 바꿔 드릴게요. 이것은 평생 보증하기 때문에 새것으로 바꿔줘요” 3주 후에 새 것을 가져왔다. 그 권사님은 문방구를 경영하시는 분인데 리턴해서 새것으로 바꿀 수 있었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망가진 것을 쓰고 있었다. 그 일이 있고 난 그 이후에는 그 볼펜을 더욱 소중하게 쓴다. 크로스 볼펜 선물을 받은 지 2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새것처럼 잘 쓰고 있다.
그리고 쓸 때마다 그 선물을 준 집사님을 기억하게 된다. 기도도 하게 된다. 고마운 일이다. 나는 목사이고 당시에 학생이었기 때문에 볼펜을 많이 사용했다. 학교에서 다른 사람들은 싸구려 볼펜을 썼지만 나는 금 빛나는 그 볼펜을 썼다. 회의에 나가서도 미국 사람들은 아무 볼펜이나 쓰지만 나는 그것을 꺼내서 쓰곤 하였다. 설교 원고 쓸 때도 그것으로 썼고 학교에서 강의 노트를 기록할 때도 그것으로 썼다. 그러니 다른 볼펜을 살 필요가 없다 하나면 족하기 때문이다. 요새는 볼펜을 박스 체 사다가 쓰는 사람들이 많다. 집안이 볼펜으로 어지럽혀 있을 정도이다. 나는 크로스 볼펜 리필이 다 떨어지면 다시 1불50전 짜리 리필을 사서 끼어 넣는다. 또 몇 달을 쓸 수 가 있다. 나는 그 집사님을 잊을 수 없다. 지난 번 그분이 아들의 결혼식 주례를 해 달라고 부탁했다. 롱비치에 있는 퀸 매리 Loyal Wedding Chapel에서 결혼식을 올리는데 영어로만 해 달라고 했다. 나는 옛날의 고마움을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성을 다해 은혜롭게 결혼식을 진행했다. 그때 볼펜 이야기를 했더니 그 집사님은 눈물을 글썽거렸다. 여러 가지 생각이 났던 모양이다. 우선 23년 동안이나 그 볼펜을 간직하면서 써 준 것이 고맙고, 당시 자신은 잘 살고 있었는데 유학 와서 고생하며 공부하는 목사님을 돕지 못해서 죄송해서 눈물을 글썽이는 것이란다. 선물은 아름다운 것이다. 평생을 잊지 못하게 하는 선물이다. 고급이었기 때문에 늘 소중하게 사용했고, 지금도 소중하게 사용한다. 그리고 늘 기억에 남아 있다. 어디에서나 선물은 선물의 내용보다 마음을 중요시한다. 무엇을 했느냐 보다 누가 왜 했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유학하면서 고생하는 한 젊은 목사에게 무얼 해줄까 곰곰이 생각하다가 금으로 된 크로스 볼펜을 선물한 것이다. 그 분은 정말로 성공적인 선물을 한 것이다.
우리가 선물을 하려고 할 때 적은 가격이지만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사람을 잡으려고 해서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나 평생을 두고 기억할 수 있는 선물이야말로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나의 선물을 받고 누가 이렇게 마음 속 깊이 간직하고 있는 것이 있을까 생각해 본다. 나의 선물 중에 누군가가 평생 감사하는 것들은 어떤 것일까. 나는 지금도 그것보다 더 좋고 더 고급스러운 것도 있지만, 그것들을 쓰지 않고 집사님에게 받은 크로스 볼펜을 안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사용하고 있다.
현명한 사람은 그의 사랑하는 사람의 선물보다도 선물을 보내 주는 사람의 사랑을 귀중하게 생각한다는 말이 있다. 선물 보다 사람이 중요한 것이고 그 정성이 값있는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사랑하는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 위해 선물로 보내셨다. 이 보다 더 큰 선물이 어디 있을까? 우리의 선물은 하나님의 마음을 담아 정성껏 해야 빛이 나고 영원히 기억되는 선물이 될 줄 믿는다. 선물이란 서로 마음을 이어주고 사랑을 깊게 한다. 관심의 표현이 선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생일이 되면 선물을 한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선물을 주고받는다. 영원히 기억될 좋은 선물을 하도록 하자. 그리고 받은 선물을 감사할 줄 아는 사람들이 되자. 거기에 진정한 선물의 사랑을 꽃 피우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