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금옥 박사(기독교상담박사)
우크라이나 전혀 생소한 나라에 갑니다. 누구랑 어느 팀과 함께 가 아니고 홀로 길을 떠납니다. 전에는 어머니나 남편과 함께 하기도 하였지만 사정이 있고 일이 있어 갈경우는 미지의 길에 그분이 함께 하심을 믿고 스스럼 없이 길을 갑니다. 프랑스 드골 공항에서 새벽을 맞습니다. 뭐를 좀 먹었으면 하는데 이른 아침이라 공항내 문을 연곳도 하나 뿐이고 프랑스 지폐로 바꾸기도 그리하여 조금 더 참기로 합니다. 옛날 이십여년전 어머니와 단 둘이 쉬엄쉬엄 하는 서유럽 여행에 나섰지요. 로마에서 밤 기차(침대차)를 타고 파리에 도착하였어요. 이곳에서 꼭 기다리고 계시라고 당부한 후 기차역 은행으로 돈을 바꾸러 갔지요. 돌아와 보니 어머니가 안 계시어요. 영어도 불어도 하지 못하는 할머니가 사라졌으니 반 미친 사람되어 크게 부르며 사람들 사이를 정신없이 찿아다녔어요. 기다리는 사이에 파리에서 공부하는 아들 친구에게 공중전화하러 가셨답니다. 어머니는 정신을 잃어버린 내 모습을 보고 크게 웃으셨다고 합니다. 그날 종일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어요. 충격과 놀람에 다리의 힘이 풀어지고 머리도 제대로 작동을 멈춘상태라 할까요. 파리 공항에서 옛 생각을 하니 웃음이 슬며시 나옵니다.
우크라이나 키예브행 아침 비행기에 오릅니다. 다시 커다란 충격이 훅 밀려옵니다. 여러 인종과 더불어 사는데 익숙한 나의 시각에 들어온 작은 비행기 안은 모두 백인 남자들 뿐입니다. 여자 한명 눈에 띄지 않아요. 혼자 여행한 인도 에서도 동남아시아에서도 이런 느낌은 처음입니다. 우크라이나는 치안 문제로 유색인 인종 차별 관련 이슈가 매우 심각하다고 들었지요. 아프리카인이나 동양인을 싫어하는 스킨헤드(외국인 혐오자)들이 있다고 합니다. 키예프의 보리스필(Boryspil) 국제 공항은 규모가 작은편으로 터미널은 좀 어둡고 가라앉은 분위기입니다. 세계 곳곳에는 영어가 사용되는데 이곳은 영어 글씨나 안내가 적다고 할까요. 수화물 가방은 도난당할까봐 비닐과 끈으로 묶고 포장하였어요. 공항에 도착하여 입국신고서에 기록하고 전혀 낯선 곳 키예브에 도착하여 공항으로 나옵니다. 기다리는 얼굴들을 죽 둘러보니 동양얼굴도 내 이름을 적은 종이도 보이지 않아요. 몇년 전 남편과 함께 동, 서 유럽 여행에서 각자 출발하여 런던에서 만나기로 하였어요. 새벽에 도착한 런던공항, 안내원이 한시간이나 늦게 나타나 당황한 일도 있었지요. 왔다 갔다 하며 혹시나 나를 찿는 사람이 나타날지 기다립니다. 이곳은 아시아계나 아프리카계 관광객이나 학생들을 심문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스킨헤드 족이나 돈을 요구하는 일도 있다는 이야기들이 떠올라 마음이 편치는 않습니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직업 정신으로 택시 운전사들이 자꾸 가자고 합니다. 친구를 기다리는 중이어요. 마중나올 사람이 있어요 하는데도 눈치보며 그들은 끈질기게 계속 차 타기를 권유합니다. 약 30여 분이 지난 후 나를 알아보는 백인이 나타납니다. 종이엔 크게 영어로 내 이름이 적혀 있고 뒤에는 우크라이나어로 적어져 있습니다. 늦어서 미안하다는 표정을 하는 니콜라이에게 서로 말이 안통하니 고개만 끄덕이었습니다. 외부사람에 대한 분위기는 좋다고 하기가 힘들게 생각되는 우크라이나 사람들, 무뚝뚝한 표정이 섣불리 말을 붙이기가 어렵지만 말을 걸면 친절하고 나긋나긋한 편합니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위치한 서유럽 사람들도 우크라이나를 매우 낯설게 여긴대요. 그들이 일부 동유럽 국가들에게서 느끼는 심리적 거리감은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들보다 오히려 더 멀다고 합니다. 노란 가을 색으로 키가 큰 가로수 마다 치장하여 곱고 예쁩니다. 키예브 복음주의 신학교에 도착하니 학장님과 학생들, 목사님들이 반가이 맞아 줍니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차분하고 소박한 우크라이나라는 느낌을 가집니다.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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