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운철 교수(월드미션대학교)

(지난호에 이어서)
 나를 가장 괴롭힌 것은 단연 공부로 인한 불안과 초조였다.  ‘공부를 끝내지 못해 나를 믿고 기다려주시는 분들께 실망을 안겨드리면 어떡하나?’하는 생각이 논문 초안을 마무리 할 때까지 그림자처럼 나를 따라다녔다. 초안을 끝마치자 ‘아, 이제는 해낼 수 있겠다.’라는 생각과 함께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실로 첫 1년 반은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나오는 힘겨운 싸움이었다.
 2003년 첫 번째 학기를 마치고 겨울방학을 맞아 미국으로 귀국했다. 대서양을 건너 열시간이 넘는 비행을 마치고 LA 집에 도착하자 아내가 문을 열고 맞이했다. 4개월 영국 유학생활에 몸과 마음이 많이 상했고 떠날 때의 모습과 너무나 달라진 나를 보고 아내는 눈물 흘렸다. 4개월 조금 넘는 기간동안 나는 8킬로그램이나 빠졌다. 이런 일은 일년에 두 번씩, 거의 2년 동안 반복되었다. 영국에 있을 때는 살이 빠지고 미국에 있을 때는 살이 찌고 … 영국과 미국을 오가며 첫 2년 동안 나의 체중과 정서상태는 급락과 급등을 거듭하는 놀이동산 기차였다. 이때 힘이 되어준 것은 QT였다. 가족을  LA에 남겨두고 혼자 영국에 갔고 기숙사에 홀로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자연히 하나님과 함께 할 시간이 많아졌다. 공부하다가 지치면 ‘생명의 삶’을 펼쳤고 정서적 숨통이 트였다. 하나님 앞에서는 힘든 이야기도 할 수 있고 속마음도 털어놓을 수 있어 LA에서 하던 QT는 영국에서도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가끔 동료 학생들과의 유쾌한 대화도 커다란 위로가 되었다.
 논문 초안(first draft)을 완성하고 1년 동안 수정, 보완 작업을 거쳐 드디어 완성본을 만들었다. 심사를 위해 논문심사위원회에 제출했다. 영국 대학은 학교 내부인과 학교 외부인 두 명을 심사위원으로 선정한다. 이때 누가 심사위원으로 선정되는가도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친다. 나는 좋은 분이 오시기를 기도했다. 마침내 구두심사(viva) 날이 되었다. 두 시간 정도의 viva에서 심사위원들은 날카로운 질문과 예상치 못한 질문을 했다. 나는 이해하고 있는 대로 답했고 배석한 지도교수는 후에 답변이 훌륭했다며 칭찬했다. 조금 안심이 되었다. 두 시간의 질의 응답 후 밖에서 잠시 기다리라고 했다. 최종 심사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한 조율시간 같았다. 30분이 지났을까? 내부 심사위원인 Peter Oaks 교수가 들어오라고 했다. 쿵쿵 뛰는 심장을 느끼며 나는 심사실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두분의 심사위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다. 심사받을 때 내가 앉아있던 의자에 이르자 그들은 “Dr. Song, congratulation. You have passed!”라고 말했다. 나도 모르게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지난 4년 아니 Fuller에서 공부할 때, 그 전에 토플준비할 때부터의 모든 고생이 한순간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승리의 기쁨과 그간의 서러움이 한순간에 밀려와 나는 눈물짖지 않을 수 없었다. 몇 분이 지났을까? 감정을 추스리자 Peter Oaks교수는 몇 가지 minor correction을 위해 2주를 줄 때니까 수정해서 제출하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심사실을 빠져나오면서 나는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이어서 지도교수님께 먼저 기쁜 소식을 전했고 우리는 얼싸 안고 함께 기뻐했다. 감사의 인사를 드린 후 나는 Oxford road 공중전화박스로 가서 미국에 있는 아내에게 합격소식을 전했다. 그리고 같이 고생한 박사과정 동기들과 교회에도 기쁜 소식을 전했다. 예수님이 날 위해 죽으셨음을 알고 목사가 되어야 겠다고 생각한지 10여년 만에 공부 준비를 끝마치고 2007년 4월 나는 짐을 정리해 발걸음도 가볍게 미국으로 귀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