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명환 목사(크리스천뉴스위크 발행인)
지난 주말 조지아 주 어거스타에서 열린 제74회 매스터스 골프대회는 골프 문외한인 필자에게도 흥미진진한 게임이었다. 우선 믿음 좋기로 소문난 최경주 선수가 마지막 날 공동선두에 올라서면서 혹시나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않을까 숨을 죽이며 스코어보드를 살폈지만 13번 홀에서 벙커에 빠진 볼을 들어내다 실패하여 뒤로 밀리기 시작하자 여간 서운하지가 않았다. 이번 경기에서 챔피언이 되었더라면 그의 간증거리가 얼마나 더 풍성했을까? 역시 노장다운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필 미켈슨은 영광의 그린 재켓으로 그치지 않고 암투병중인 지극한 아내 사랑까지 화제가 되어 이번 대회의 빛나는 주인공이 되었다. 그러나 또 하나 필자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 장면이 있었다. 바로 갤러리들의 모습이었다. 언제? 이번 대회 최대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불륜 스캔들 수개월 만에 필드로 복귀하는 타이거 우즈에게 박수를 보내는 갤러리들의 모습, 바로 그 장면 때문이었다. 어찌보면 골프 공 하나 잘 후려치는 특기 때문에 돈도 벌고 골프 황제로 등극했던 타이거 우즈가 그 수많은 여자들과의 스캔들이 줄줄이 사탕처럼 터져 나올 때 많은 사람들은 비아냥거리며 그를 두고 한마디씩 했을 것이다. “어린 것이 돈이 넘치다 보니 저렇게 철없이 놀았구나”그래서 이번 대회에 복귀하면서 내심 얼굴에 긴장감이 엿보였던 타이거 우즈가 필드를 돌때마다 주변에 진을 치고 몰려 있던 갤러리들은 그의 부도덕성을 떠올리며 돌을 던지거나 야유가 쏟아질 법도 했다. 그런데 야유는커녕 기립박수를 보내고 있는 게 아닌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보내는 이들 대부분은 타이거의 아버지뻘 되는 노인들이 대다수였다. 그것은 더 이상은 실수하지 말라는 용서의 박수였다. 실수를 딛고 일어나 더 멋있는 골프 황제가 되라는 격려의 박수였다. 필자는 젊은 선수에게 보내는 그 성숙한 갤러리들의 용서의 박수가 이날 매스터스 대회의 챔피언이란 엉뚱한 생각까지 했다. “그래, 용서란 저렇게 아름다운 모습이야!...”
사실 용서는 기독교의 주특기가 아닌가?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달리신 것도 하나님께서 인간을 용서하시기 위해 짜놓은 매스터플랜이셨다. 그래서 기독교인들은 용서의 용사들이 되어야 당연하다. 죄인이 용서받아 의인이 되었다면 이제 용서에 헤픈 인생이 되어야 한다. 용서가 없는 그리스도인, 용서가 없는 교회는 사실 앙꼬 없는 찐방에 불과하다. LA에 있는 1.5세 한인변호사를 만나 식사하던 중 한인교회들이 관련되어 있는 소송건수가 상상을 초월한다며 걱정하는 말을 했다. 자신도 목회자의 아들이지만 우리 한인교회들의 분쟁이 왜 이리 심각한지 이해가 안 간다는 것이었다. 할 말이 없어 그냥 못들은 척하고 꾸역꾸역 밥이나 먹었다. 용서는 고사하고 비위장이 상했다하면 법원으로 들고 뛰는 그대들이여! 그대들은 정녕 그리스도인이라 말할 수 있느뇨? 하다하다 결국 법에 하소연할 수밖에 없었다는 기막힌 사연들이 어찌 없을까? 그러나 한번 다부지게 맘먹고 용서를 결행해 본 경험이 있는가? 용서가 되지 않는 마음 한 자락을 부등켜안고 겸손한 마음으로 기도했는가? 담임목사의 불법이 노출되어 그가 진심으로 사과했다면 용서하고 다시 영적지도자로 모셔야 성숙한 신앙공동체가 아닐까? 꼴도 보기 싫다며 끝내 내쫓아야 직성이 풀리는 게 한인교회의 체질이 되었다. 그래서 한인교회에 용서는 없어 보인다.
잘못이 들어나면 경쟁적으로 돌을 들고 일어나 내리 치는 비판과 정죄만이 시퍼렇게 살아있어 보이는 오늘 우리들의 ‘말로만 사랑 공동체’... 그래서 진정한 고백, 건강한 용서는 자취를 감춰버리고 구린데가 있으면 덮어놓고 감추려고만 애쓰는 음침한 공동체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예수님이 그렇게 질타하셨던 바리새인들로 한인교회들은 만원사례를 이루고 있는 것 같다. 목사들에게 단죄의 칼을 들이대는 사람들 중엔 자신들의 불법이 들어나면 슬그머니 교회를 옮겨 카멜레온처럼 얼굴을 바꾸는 일에 능숙한 사람들이 많다. 여전히 그리스도인이란 꼬리표를 달고 교회를 무리지어 옮겨 다니다 보면 얼씨구나 잘 오셨다고 모셔 들이는 교회가 이민사회엔 즐비하게 깔려 있고, 사실 그런 교회들이 번창하고는 있지만 그들 대부분은 사회에서조차 용서받지 못할 사기꾼이 허다하다는 사실을 알만 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조차도 용서해야 한다. 주님 앞에 용서받지 못할 인생이 어디 있겠는가? 타이거 우즈에게 보낸 어거스타 골프장의 그 갤러리들의 너그러운 용서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용서에 목말라하는 교회가 되자. 일곱 번씩 일흔 번이라도 용서하라는 주님의 말씀을 우리는 그냥 취미삼아 듣고 있는가?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ammicj@hanmail.net
"남미복음신문" 브라질 유일 한인 기독교 신문(nammicj.net) - copyright ⓒ 남미복음신문.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메일보내기
화제의 포토
화제의 포토 더보기
![]()
|
|
|
칼럼
프린트
스크랩
메일전송
댓글달기
목록
이전
맨위로
RSS
nammicj@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