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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명환 목사(크리스천뉴스위크 발행인)
미주 한인교회가 어렵다, 어렵다 하지만 그 어려움 중에도 사실 제일 어려운 사람들은 사모님들이라고 생각한다. 목회자 부인을 두고 사모란 말은 가당치도 않다고 따지는 분들이 있지만 우리 한국교회 문화권에선 목사 부인을 사모로 부르는 것은 이제 하나의 관습으로 굳혀 있기에 그 어원을 살펴 사용의 부적절성을 외치며 주장하고 다닐 때는 이미 지났다고 본다.
그 사모를 두고 하는 말이 있다. 교회에서 하는 일은 엄청 많은데 포지션이 없다는 말이다. 맞는 말이다. 사모는 직분자가 아니다. 그래서 마땅히 어디 낄 데가 없긴 하지만 사실은 교회 내 모든 일에 관여해야 하는 사람이다. 새벽마다 교회 문을 여는 사찰집사 역할도 해야 하고 주일아침이면 커피를 만들고 쌀을 씻어 밥을 지어야 하는 여선교회 회장일도 도맡아해야 하고 주일학교 교사, 성가대원, 피아노 반주자, 설거지, 부엌 청소, 문 단속…어디 그 뿐이랴. 담임목사의 심방에 동행해야 하고 크고 작은 교회 모임에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수퍼우먼이 사모란 직업이다. 어느 교회는 김치를 담아다가 성도들에게 나눠줘야 하고 차가 없는 교인들의 픽업을 전담하는 사모들도 있고 주일 예배시간 영아실에서 우는 아이들을 달래는 베이비시터 사모도 있다. 일은 죽도록 하지만 빛도 없고 생색도 나지 않는다. 사모니까 당연히 그러려니 한다. 연극용어로 따지면 목사가 주연 배우라면 사실 사모는 보이지 않는데서 일 만 하는 총감독인 셈이다. 한 교회의 성숙도를 알아보려면 그 교회 사모를 얼마나 존중해주고 인격적으로 대접해 주고 있는가를 보면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목사 부인하면 덮어 놓고 교회의 식모, 혹은 ‘부엌 아줌마,’ 절대로 자기주장을 펼 수 없는 ‘살아있는 마네킹’ 정도로 사모의 존재를 어이없게 평가 절하하고 있는 교회는 교회 덩치가 아무리 커진다 해도 성숙한 교회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케케묵은 남존여비 사상의 노예처럼 아직도 행동하고 말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것이 우리들의 현실이다. 물론 담임목사의 목회 철학에 따라 사모의 권위를 인정하는 척도가 크게 잘라질 수 있다. 어느 교회는 담임목사의 당당한 목회 파트너가 되어 심방, 교육, 상담 등의 분야에서 전문적인 능력을 발휘해 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한인교회에서 사모는 언제나 뒷전으로 밀리거나 꿔다 놓은 보릿자루 취급을 받는다.
남가주 한인 목사회가 금년 들어 ILP(I Love Pastor) 캠페인을 목사회 사업으로 추진해간다는 소식을 듣고 갈채를 보낸 적이 있다. 사실 우리 사회의 영적 지도자란 말에 어울리지 않게 교회 일부에서는 “우리가 월급 주는 사람,” 그래서 자기네 식성에 안 맞으면 언제나 갈아치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고용주 마인드를 가지고 사사건건 담임목사를 째려보는 살얼음판 같은 목회현장 … 그런 현실 속에서도 묵묵히 헌신하고 있는 목회자들에 감사하면서 우선 사랑과 존경 운동을 펼친다하니 얼마나 좋은 발상인가? 그런데 한걸음 더 나가 사모님들까지 아끼고 존경하는 캠페인이 함께 전개될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특별히 남편을 여의고 남은여생을 외롭게 살아가는 홀 사모님들 가운데는 생존을 위해 안타깝게 몸부림치고 있는 분들이 적지 않다고 들었다. 교회의 무관심속에 인생의 음지를 살아가고 있는 그 분들에게 조용히 다가가서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는 일은 누구라도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아니겠는가? 그들에 대한 지원이 제도화된다면 또 얼마나 좋겠는가? “목사님, 사랑합니다. 그리고 사모님도 더욱 사랑합니다” 그런 캠페인이 목사회의 연간 사업이 아닌 개 교회의 영구 체질로 정착될 수 있다면 아마도 한인교계는 더욱 밝고 아름다운 사랑의 공동체로 변모해 갈 수 있을 것이다. 사모하면 목회자의 비서나 심방 수행원, 덮어 놓고 벙어리 행세를 하라고 우기는 시대는 이미 지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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