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용주 목사의 문화탐방)영화 속 구원의 신앙 41: 백룸(7)
2026/07/24 04:50 입력  |  조회수 : 1,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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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용주 목사(봉헤치로 제일교회 담임)

 

 회피: 은신 아닌 가식 

 자신의 외로움과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마음의 안도감과 자유를 가지고 살기 원한다는 것은 영화 본론의 첫 대사를 보면 알 수 있다. “우리는 모두, 우리가 쳇바퀴 돌 듯 살게 하는 행동들, 동일한 해결책에 도달하게 하는 자신만의 일상과 습관을 가지고 있다. 이것들이 당신을 새로운 어떤 지경에 이르게 할 것이라 생각하면서. 그러나 그렇지 않다. 그것은 최소한적 저항의 신경 기관의 작동방식이다. 당신이 만든 작동방식. 그것은 유소년기에 당신을 안전하게(safe) 지켜준다. 당신은 주변 사람들이 당신에게 해를 입히기 전에, 그들을 당신으로부터 멀리 밀어내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 지금, 성인이 된 당신은 여전히 바로 그 출발선상에 갇혀 있다. 혼자서.” 

 이 독백은 메리가 엄마와 함께 살던 집이 헐리는 것을 슬픈 표정으로 바라보며 시작된다. 그리고 이 대사가 진행되는 동안, 클락이 텅 비어 있는 자신의 가구점 ‘클락 선장의 오토만 제국’으로 출근하는 모습이 나오고, 마지막 단어인 ‘혼자서(alone)’라는 단어를 말할 때 장면이 전환되어, 클락의 심리상담사로 그의 앞에 앉아 있다. 즉, 영화 본론을 여는 이 대사는 그녀의 목소리로 전달되고 있지만, 사실 이것은 그녀와 클락 모두에게 해당되는 사실이다. 

 그런데 ‘혼자서’가 나오는 때부터 어떤 위화감 또는 미묘한 긴장관계가 감지된다. 그 이유는 첫째, 매일 반복되는 습관이라는 수단으로 자신을 안전하게 지켜온 두 사람이, 한 사람은 상담사이고 또 한 사람은 피상담인이라는 것이다. 둘은 똑같은 심리상태를 지니고 살아가는 사람들인데, 전자가 후자에 대하여 더 높은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은 메리가 의도한 바는 아니다. 하지만 클락은 그녀를 의지해야 하는 사람이고, 그녀는 그를 지도하는 사람이라서 그렇다. 

 둘째, 그녀는 클락을 이끌어야 하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클락과 매우 비슷한 심리상태를 가진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에 비해 더 높은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마음은 그렇지 않은 상태다. 그렇다면 그것은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는 것’이 되어, 결국 파국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셋째, 그녀는 클락 또는 다른 피상담인들에 비해 상담사라는 더 높은 위치로 자기를 설정하면서, 그곳으로 자신을 도피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 위치에 있으면, 자기와 자기를 찾아오는 사람들 - 그녀로서는 유일하게 관계를 맺는 인간들 - 이 동일한 심리상태에 있다는 것이 들키지 않는다. 따라서 그들은, 소설가 김훈이 『칼의 노래』 서문에서 말한 대로, “영원한 남으로서 서로 복되다.” 서로 일정한 수직적 거리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로부터 해를 당할 위험도 없다. 결론적으로, 그녀는 그들과의 관계를 이렇게 설정함으로써 스스로를 안전하게(safe) 지킨다. 스스로를 구원(safe)의 상태에 둔다. 

 그러나 그것은 안전도, 구원도 아니다. 단지 스스로를 시간과 공간에 가두고 있는 것이다. 그녀의 시간은 유소년기에 멈춰 서서 흐르지 않는다. 그녀의 공간은 엄마와 함께 살던 그 집에 고정되어 있다. 그러나 그녀는 이제 성인이다. 살고 있는 곳도 어릴 때의 그 집이 아니다. 그 집은 이미 허물어졌다. 더군다나 그녀는 엄마와 함께 살고 있지도 않다. 

 그녀는 온전히, 혼자다. 

 그리고 이러한 우월적 위치설정을 통해 자신을 가림으로 타인으로부터 도피하는 것은 은신이 아닌 가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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