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팝아트로 믿음을 쓰는 나성주 작가의 신앙 고백
2026/02/13 08:13 입력  |  조회수 : 1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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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은 하나님의 말씀을 담는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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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지 박주성 발행인은 캘리그라피와 한글 팝아트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나성주 작가(봉헤찌로주님의교회, 안수집사)와의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1. 브라질에서 캘리그라피와 한글 팝아트 작가로 활동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브라질에 정착하면서 언어와 문화의 차이 속에서 제 정체성을 다시 묻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중국·일본 서예와 함께 묶여 보이는 한자 문화 속에서, 한국 작가로서의 고유한 색깔을 분명히 드러내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한글이 가진 독창적인 조형미와 소리의 질서를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고, 이것이 곧 제가 서 있어야 할 자리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한글은 제게 단순한 문자가 아니라, 그림이라는 생각에 맞춰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브라질 사회와 가장 정직하게 소통할 수 있는 한글 팝아트라는 아무곳이나 잘 어울리는 현대적 형식으로 한글을 풀어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한글의 과학성과 조형성에 주목하며, 자음과 모음을 ‘소통하는 존재’로 바라보았습니다. 그 이미지를 자연의 형태, 예를 들어 나무의 잎과 줄기, 꽃과 바람의 흐름 속에 배치해 시각적으로 풀어냈고, 이를 팝아트의 언어로 확장해 표현하고 있습니다. 한글이 자연처럼 살아 움직이며 사람과 사람을 잇는 통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한 작업입니다.

 

 2. 작가님의 작품에는 한글과 신앙적 메시지가 자주 등장합니다. 한글을 통해 복음과 믿음을 표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게 한글은 하나님의 말씀을 담는 그릇입니다. 복음은 언제나 언어를 타고 사람의 마음에 들어오는데, 제 삶의 언어는 한글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제게 맡기신 정체성과 재능이 한글 안에 담겨 있기에, 저는 그분의 말씀을 한글이라는 그릇에 담아 세상 앞에 조심스럽게 내어놓고 있습니다. 

 특히 세 번째 개인전 ‘말씀 속 향기전’은, 작품을 통해 하나님과의 관계를 돌아보고 우리의 마음을 그분께 올려 드리는 전시였습니다.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작업이 아니라, 먼저 하나님 앞에 서는 시간에 가까웠습니다. 붓을 드는 순간마다 ‘잘 보이게’ 그리기보다, ‘정직하게’ 하나님 앞에 서고자 했습니다. 성경 말씀을 한글로 쓸 때, 단어 하나하나가 제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 되고, 획 하나하나가 기도가 됩니다. 말로는 다 담기지 않는 믿음의 깊이와 연약함, 감사와 회개의 마음을 한글의 선과 여백 속에 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제 작품은 가르치거나 설명하는 설교가 되기보다, 하나님 앞에 서도록 조용히 초대하는 문이 되기를 바랍니다. 작품 앞에 선 이들이 제 이야기가 아니라, 각자의 방식으로 하나님을 만나게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저는 그 만남의 자리에 작은 길을 놓는 사람으로 쓰임 받기를 소망합니다.

 

 3. 캘리그라피와 한글 팝아트라는 형식이 신앙의 메시지를 전하는 데 어떤 강점을 가진다고 생각하시나요?

 캘리그라피는 손끝의 떨림과 숨의 리듬이 그대로 남는 언어입니다. 반듯한 활자와 달리, 멈칫하는 순간과 흔들린 선까지 기록됩니다. 제 신앙도 그렇습니다. 늘 온전하지 않고, 넘어지며 다시 일어나는 과정 속에서 하나님을 더 깊이 만나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완성된 모습보다, 하나님 앞에서 걸어가는 흔적을 그대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붓을 드는 순간마다, 제 믿음의 자리도 함께 적힌다고 느낍니다. 

한글 팝아트는 문자를 이미지로 풀어내어, 언어를 모르는 이들에게도 먼저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는 통로가 됩니다. 복음은 말로만 전해질 때보다, 마음에 먼저 스며들 때 더 오래 머문다고 믿습니다. 색과 형태로 다가간 한글이, 누군가의 마음 문을 살짝 두드리는 작은 종소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 두 형식은 제게 전도의 도구이기 이전에,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의 방식입니다. 작품이 제 뜻을 전하기보다, 하나님의 마음이 조용히 전해지는 통로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사람을 향한 하나님의 시선이, 한 획의 여백 속에 스며들기를 기도하며 작업하고 있습니다.

 

 4. 해외에서 활동하는 기독 예술가로서, 신앙을 지키며 창작하는 과정에서의 고민이나 도전은 무엇이었나요?

 해외에서 작업하다 보면 신앙을 드러내는 일이 때로는 오해를 낳기도 합니다. 종교적 메시지가 배타적으로 보이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고, 동시에 제 믿음을 희석시키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그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일이 늘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강요하지 않는 증언’을 선택했습니다. 작품이 품은 태도와 마음의 결 속에 신앙이 스며들기를 바랐습니다. 관람자가 먼저 마음으로 다가오고, 질문하게 만드는 방식의 신앙 고백을 택한 것입니다. 히우의 예수상은 이 도시를 내려다보며 두 팔을 벌리고 서 있습니다. 그 형상은 상처 입은 세상을 향해 열려 있는 품과도 같습니다. 높은 곳에 서 계시지만, 시선은 언제나 낮은 자리의 사람들을 향해 있고,두 팔은 판단이 아니라 환대와 회복을 말하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기독 예술가로서 제 작업은 설교가 되기보다 기도가 되기를 바랍니다.

 또한 교회가 사회 안에서 어떤 얼굴로 서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제 작업에 자연스럽게 담기고 있습니다. 닫힌 교회가 아니라, 아픔을 품고 이웃과 함께 숨 쉬는 열린 교회의 마음을 작품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결국 제 창작의 바탕에는 늘 같은 질문이 놓여 있습니다. “이 작업이 세상을 향해 하나님의 의를 조금이라도 더 따뜻하게 올려 드리고 있는가.” 그 질문이 제 붓의 방향을 조용히 붙들어 주고 있습니다.

 

 5. 작가님의 작품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신앙적 가치나 성경 말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고린도전서 13장)의 정신을 가장 소중히 여깁니다. 작품이 사람을 판단하기보다 품어주고,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질문을 남기기를 바랍니다. 제 작업의 중심에는 늘 ‘사랑으로 말하기’가 놓여 있습니다. 사랑이 곧 하나님의 성품이고, 예수님의 삶과 십자가는 그 사랑의 실천입니다.

 저는 붓을 들 때마다 주님을 향한 마음을 먼저 세웁니다. 믿음이 제 심장이라면, 작품은 그 심장이 보내는 메시지입니다. 한 획, 한 획에 기도가 스며들고, 그 기도가 누군가의 마음에 작은 빛으로 닿기를 소망하며 작업합니다.

 

 6. 앞으로 한글과 기독교 예술을 통해 브라질 사회 또는 다음 세대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다음 세대에게는 “너의 뿌리는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한글은 한국인의 정체성이며, 동시에 세계와 대화할 수 있는 아름다운 언어입니다. 저는 작품 속에서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해체하고, 다시 엮고, 중심을 세우며 다양성을 품은 하나님의 형상을 표현합니다. 흩어지기도 하고, 모이기도 하며, 각 글자가 제자리를 찾아가듯 우리 또한 각자의 모습 그대로 존중받는 존재임을 말하고 싶습니다.

 제 작품이 크지 않은 불빛이 되어, 누군가의 마음 한쪽을 조용히 밝혀 주기를 소망합니다. 작은 등불 하나가 밤을 다 밝히지는 못해도, 길을 잃지 않게 해 주듯이 말입니다.

 “당신은 존중받아야 할 존재이며, 혼자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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