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용주 목사(봉헤치로 제일교회 담임)

 질: 구원의 목적, 그리고 표적

 그렇다면 아슬란이 질을 나니아로 데려와 맡긴 ‘자기 십자가’, 즉 임무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행방불명된 나니아의 왕자를 찾아서 왕에게 데려다 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것은 나니아에 한 번도 와보지 않은 질에게는 당연하게도, 대단히 어려운 임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슬란은 그녀가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녀가 이 일을 하기에 생소한 환경이 지장을 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을 가데스 바네아까지 인도하시고, 그곳에서 곧장 가나안 남부 산간지대로 올라가 그 땅을 정탐한 후 정복하라 하셨다. 노예 상태에서 풀려난 지 몇 년 되지도 않은 그들, 군사 훈련도 별로 받지 않은 그들에게, 자기가 함께 할 테니 두려워하지 말고 올라가 정복하라는 것이었다. 이 지시는 누가 봐도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가능하다고 생각하셨다. 하지만 이스라엘 백성은 실패하였고, 무려 40년이라는 세월을 광야에서 방황하게 하셨다. 

 아슬란은 나니아에 난생 처음 와본 질이 그가 맡기는 임무를 충분히 수행할 수 있도록 표적 네 개를 알려준다. 

 “첫째, 유스터스는 나니아에 들어서자 마자 오랜 친구를 만날 것이고 그러는 즉시 그 친구에게 인사를 해야 하느니라. 그러면 너희는 둘 다 큰 도움을 받을 것이니라. 둘째, 너는 나니아에서 벗어나 고대 거인들이 살던 폐허의 도시에 닿을 때까지 북쪽으로 계속 여행을 해야 하느니라. 셋째, 너는 그 폐허의 도시에서 돌에 새겨진 글을 발견하게 될 것이니라. 그러면 그 글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느니라. 넷째, (혹시 왕자를 찾게 된다면) 다음과 같은 사실로 그가 행방불명된 왕자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니라. 왕자는 너희가 여행하는 동안 처음으로 나의 이름, 아슬란의 이름으로 무엇인가를 부탁하는 사람이니라.” 

 이렇게, 질에게 있어서 암호 같기도 하고 수수께끼 같기도 한 것들을 일러준 아슬란은, 곧바로 주의사항을 알려준다. 

“사람의 아이야, 우선 이 표적들을 기억하고, 기억하고, 또 기억해야 함을 잊지 말아라.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밤에 자기 전에, 그리고 한밤중에 자다 깼을 때에도 늘 기억해야 하느니라. 그리고 어떤 이상한 일이 일어나더라도 표적을 따라가기로 한 너의 마음을 굽혀서는 아니 되느니라. 너에게 두 번째로 주의할 점을 알려 주리라. 여기 산 위에서는 네 가지 표적을 너에게 명확하게 알려 주지만, 저 아래 나니아에서는 그런 일을 별로 없을 것이니라. 여기 산 위에서는 공기도 맑고 네 마음도 맑지만, 나니아로 내려가면서 공기가 점점 탁해질 것이니라. 그것 때문에 네 마음이 혼란스러워지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여라. 그리고 막상 그곳에서 여기서 배운 표적들과 맞닥뜨리게 돼도 네가 상상했던 것과는 딴판으로 보일 것이니라... 절대 겉모습에 신경 쓰지 말거라. 표적들을 기억하고, 표적들을 믿어야 하느니라. 다른 것들을 중요하지 않느니라.”

 아슬란이 질에게 요구하는 것은 딱 두 가지, 즉 네 가지 표적들을 반복해서 기억하고, 그 표적들을 만났을 때 그가 알려준 그대로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아슬란 자신이 그렇게 말하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모세도 방랑을 마친 이스라엘 백성에게 말한다. “기억하라.” 이 표현은 신명기에 약 열 두 번쯤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