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용주 목사의 문화탐방)나니아 연대기: 구원 그 이후 18
2024/04/12 21:57 입력  |  조회수 :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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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용주 목사(봉헤치로 제일교회 담임)

 

 피터: 첫 전투의 중요성

 피터는 『나니아 연대기』의 모든 작품에서 항상 믿음직스럽고 매사에 적극적이며, 동시에 엉뚱한 실수를 가끔 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피터’라는 이름도 베드로의 이름과 같아서, 아마도 C. S. 루이스는 피터를 사도와 비슷한 성정을 가진 것으로 설정한 듯하다. 이 작품들을 통하여 나타난 이 매력적인 아이를 살펴보기로 하자. 

 제 2권 「사자와 마녀와 옷장」에서, 페번시 4남매가 옷장을 통해 나니아에 발을 디뎠을 때, 그들은 말하는 비버를 만난다. 비버가 나무 뒤에서 고개를 내밀고 그들을 향하여 열심히 따라오라는 신호를 보낼 때, 그는 “가자, 한번 가 보지 뭐. 서로 바짝 붙어. 만일 저 비버가 적으로 돌변하면 한판 붙어야 하니까” 하고 말한다. 그의 성격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사다. 

 그는 맏이로서 동생들을 보호해야 된다는 책임감이 강한 인물인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형식적인 책임감이 아니라, 그들을 사랑함에서 나온 것이다. 에드먼드가 그들을 배신하고 마녀에게로 간 것이 명백할 때에도, 그는 이렇게 말한다. “그래도 우린 가서 에드먼드를 찾아야 해요. 아무리 못된 아이라 해도 우리 형제이니까요.” 비버가, 지금 상황에서는 아슬란에게 부탁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하자, 그는 수잔과 루시와 함께 아슬란을 만나러 갔다. 

 그러나 아슬란은, “할 수 있는 방법은 모두 써 보마. 하지만 너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힘들지도 모르겠구나” 하고 말했다. 그리고 곧 그 아이들을 맞는 파티를 준비하라고 명하였다. 그는 피터를 데리고 언덕 꼭대기에 올라, 그의 미래를 이야기해주었다. “자, 얘야, 저것이 카이르 파라벨 성이다. 저 성에는 네 개의 왕좌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네 자리다. 지금 저 성을 너에게 보여주는 이유는, 네가 맏이인 데다 앞으로 다른 왕들 위에 군림하는 태왕이 될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순간, 수잔의 뿔나팔 소리가 들렸다. 그와 아슬란이 소리가 나는 쪽으로 가서 보니, 루시는 온 힘을 다해 자기에게 달려오고 있었고, 수잔은 밑에 어떤 회색 동물에게 쫓겨 나무 위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었다. 그것은 바로 큰 늑대였다. 피터는 동생들을 구할 사람이 자기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검을 뽑아 들었지만 어찌할 줄 몰랐다. 이 급박한 상황, 이 복잡한 심경을 루이스는 이렇게 묘사한다. 

 “피터는 나설 용기가 나지 않았다. 사실은 속이 울렁거리려고 했다. 그러나 그런 문제는 피터가 해야 할 일과는 전혀 별개였다. 피터는 곧장 그 괴물에게 달려들어 옆구리를 내리치려고 했지만, 첫 번째 일격은 늑대의 몸에 닿지 않았다. (…) 미처 생각할 틈도 없이 전개된 상황 속에서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르자, 피터는 순간적으로 몸을 수그려 늑대의 앞다리 사이로 심장을 겨누며 힘껏 검을 꽂았다. (…) 피터는 정신없이 검을 잡아당겼다. (…) 잠시 후 피터는 늑대가 죽어 나자빠져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늑대의 몸에서 검을 빼낸 뒤 허리를 펴고 얼굴과 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피터는 완전히 녹초가 되어 있었다.” 

 그렇다. 아슬란이 제시한 원대한 사명을 이루려면, 적과 맞서는, 그리고 그 적을 상대로 이기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비록 이 첫 전투에서 완전히 녹초가 되고, 심지어는 만신창이가 될지언정, 첫 전투에서의 승리 경험이 앞으로의 승리를 더욱 구체적이고 확실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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