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용주 목사(봉헤치로 제일교회 담임)

 이 모든 것 마지막에 

 절대반지는 파괴되었다. 악마 사우론은 권능과 형체를 잃었다. 프로도는 죄의 짐에서 해방되어 구원을 얻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중간계의 많은 이들이 해방되었다. 

 마지막 순간에 프로도가 절대반지를 ‘운명의 산’ 분화구에 던지는 것에 실패해서 그가 얻은 구원이 거짓되다는 가설이 항상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이것은 구원의 성질을 모르고서 하는 말이다. 원래 구원은 그 누구도 스스로의 생각이나 의지 또는 힘으로 얻을 수 없는 것이다. “너희가… 구원을 얻었나니 이것이 너희에게서 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선물이라… 이는 누구든지 자랑하지 못하게 함이라(엡 2:8-9).” 오직 하나님의 의지, 즉 간달프가 말한 ‘모든 사람의 의지, 심지어는 악마 사우론의 의지조차도 뛰어넘는 그 누군가의 의지’에 개인과 모두의 구원이 달린 것이다. 

 구원을 얻고 나서, 빌보가 간달프에게 고백한 말을 다시 한 번 상기해보자. “사실 잔치를 그렇게 성대하게 연 것도 다 그 때문이에요. 선물을 많이 나눠 줘버리면 반지를 내어놓기도 쉬워질 줄 알았거든요. 결국 아무 효과도 없었지만요(『반지의 제왕』 제 1권 1장 92쪽).” 그는 구원이 결코 자기 힘으로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고백한다. 생일잔치 선물을 아낌없이 나눠주고 나면, 즉 헌금과 기부 등을 많이 하면, 반지를 내려놓기도 쉬울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죄를 내려놓는다는 것은 많은 헌금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명확하게 인식한 것이다. 

프로도도 마찬가지다. 그 또한 구원이 자기 힘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고, 마지막까지 곁에서 함께 한 샘에게 고백했다.

 “샘, 그가 없었다면 나는 그 반지를 파괴하지 못했을 거야. 그 쓰라린 최후의 순간까지 와서 우리의 원정이 수포로 돌아갈 뻔했어. 그러니 그를 용서하기로 하지. 원정은 성공했고 이제 모든 것이 끝났으니까(『반지의 제왕』 제 6권 114-115쪽).” 그는 의를 위한 수많은 모험과 위험으로 이루어진 고난을 겪고 나면, 그에게 크나큰 고통을 끼친 반지가 징그러워져서 그것을 내려놓기가 쉬울 것이라고 줄곧 생각해 왔다.

 그러나 그 역시, 수많은 고난과 고통을 겪는 것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명확하게 인식한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과정에서, 하나님은 그들이 구원을 얻을 수 있도록 그 모든 과정에 섭리로 역사하셨다. 구원받은 이들은 그들 스스로 얻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큰 은혜가 주는 위로가 마음에 가득했다. 영화에서는 이것을 프로도의 간단한 한 마디 대사로 표현한다. “It’s done. He’s gone - 모두 이루어졌다. 악마는 사라졌다.” 

 그들의 마음은 또한 감사와 기쁨으로도 충만했다. 빌보가 자유하게 되었을 때, 간달프를 향한 그의 얼굴은 “안도의 표정과 웃음으로 바뀌었다. ‘자, 그럼 끝났군요. 이제 떠납니다(『반지의 제왕』 제 1권 1장 93쪽).” 그리고 샘을 향하여, 프로도는 이렇게 말했다. “너와 지금 나와 함께 여기 있어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 샘, 이 모든 것 마지막에(『반지의 제왕』 제 6권 114-115쪽).” ‘이 모든 것 마지막에’라는 표현은 성경에서 인용한 것이다. “이 모든 날 마지막에 [하나님이 그] 아들을 통하여 우리에게 말씀하셨으니(히 1:2).” 이 ‘하나님의 아들’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 곧 “구원의 창시자(히 2:10)”이다. 이미 한 번 이 땅에 오셔서 하나님의 큰 일을 시작하셨고 훗날 완전한 영광 가운데 돌아오실 분이시다. 

 그날이 오면, 온 세상에서 죄악은 제거될 것이다.

 그날이 오기까지, 구원은 현재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