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용주 목사(봉헤치로 제일교회 담임)

 프로도: 구원의 여정(5) 

 그러나 우리 삶이 “이야기의 가장 아슬아슬한 대목에서 꼼짝 못하고 있는” 그런 때에, 계속 나아가기만 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늘 명랑한 샘에게도 그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는 처음부터 이 일에 대한 어떤 진정한 희망도 품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명랑한 호빗이었기 때문에 절망이 늦춰질 수 있는 한 희망이 필요치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이제 비참한 마지막 부분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는 지금까지 주인을 충실히 섬겨왔다. 그것이 그가 여기까지 온 주된 목적이며, 또 그는 여전히 주인을 충실히 섬길 작정이었다. 주인 혼자 모르도르로 들여보낼 수 없었다. 샘이 그와 함께 갈 것이니까.” (『반지의 제왕』 제 4권 88-89쪽) 

 그러나 길은 샘이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한 극한보다 더 험했다. 먹을 것이라고는 요정(엘프)들이 준 렘바스 빵 밖에 없었고, 그들이 가지고 떠난 물은 사라진지 오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렘바스 빵은 마치 만나와 같이 오직 그것에 의존할 때 더욱 큰 힘을 불어넣어 주는 능력이 있었고, 극한의 땅 모르도르에도 - 비록 더럽고 쓰고 기름기가 둥둥 떠다니기는 하나 - 흐르는 물줄기는 있었다. 

 먹구름으로 뒤덮인 하늘과 사막의 열기를 지닌 땅을 여행하며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던 어느 날 밤, 샘의 눈에 “시커멓게 높이 솟은 바위산 위 구름조각 사이로 흰 별 하나가 반짝이는 것이 잠깐 보였다. 버려진 땅에서 본 그 아름다움은 샘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고, 그는 얼마간 희망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한 줄기 선명하고 차가운 광선 같은 생각이 샘의 머리속에 떠올랐다. 그것은 바로, 어둠은 언젠가 사라지고 말 하찮은 것이며 그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영원불멸의 빛과 지고한 아름다움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 그 찰나 동안 자신의 운명도, 심지어는 프로도의 운명도 그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온갖 두려움을 떨쳐 버리고 그는 깊고 편안한 잠에 빠져들었다.” (『반지의 제왕』 제 6권 62-63쪽)

 샘이 보았던 이 별은 작중에서 ‘에아렌딜’이라 부르는 별이었다. 톨킨 교수의 말로는 이 별이 오늘날 ‘금성’이라 불리는 행성이라고 한다. 그런데 성경에서 금성은 바로 ‘새벽 별’이며, 예수 그리스도의 상징이다(민 24:17; 계 22:16). 프로도와 샘은 ‘에아렌딜’의 빛을 담은 병을 가지고, 어둠의 땅을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 ‘에아렌딜’ 자체가 저 하늘에서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그들에게 이보다 더 큰 위로가 있을까. 이 위로의 힘으로, 그들은 온갖 두려움을 떨치고 깊고 편안한 잠에 빠져들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여정이 정말로 마지막에 이르면, 이제는 렘바스 빵도 길가에 물도 없었다. 하늘에서 ‘에아렌딜’을 볼 수도 없었다. 그들에게는 오직 그 빛을 담은 물병만 있었다. 샘의 마음은 절망으로 가득 찼다. “그러나 샘의 마음속에서 희망이 사라지자, 그것이 오히려 새로운 힘으로 나타났다. 그의 평범한 호빗 얼굴은 안으로 다져진 의지로 인하여 엄숙하고도 단호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절망과 피로, 그리고 끝도 없이 가야만 하는 황야, 그 무엇에도 굴하지 않을 돌과 강철로 이루어진 존재로 바뀌어 가는 듯한 느낌에 샘은 사지에 전율을 느꼈다. 

 샘은 완전히 새로운 책임감을 느꼈다.” (『반지의 제왕』 제 6권 86-87쪽)

 그렇다. 중보자 ‘에아렌딜’의 빛은 절망도 새로운 힘으로 바꿔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