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용주 목사(봉헤치로 제일교회 담임) 

 프로도: 구원의 여정

 섭리가 아니었다면, 과연 프로도는 자신의 여정을 끝내고 구원을 얻을 수 있었을까. 

 골룸처럼, 빌보는 자신이 ‘우연히’ 얻은 절대반지를 사랑하면서도 미워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그것을 버려야 함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회색의 마법사 간달프가 반지를 두고 떠나라고 했을 때, 그는 그렇게 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놓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한 가지 나름의 방법을 생각했는데, 그것은 바로 자신의 생일잔치 날 손님들에게 많은 선물을 나눠주는 것이었다. 참으로 그 다운 발상이었다. 

 “사실 잔치를 그렇게 성대하게 연 것도 다 그 때문이에요. 선물을 많이 나눠 줘버리면 반지를 내어놓기도 쉬워질 줄 알았습니다. 결국 아무 효과도 없었지만요(『반지의 제왕』 제 1권 1장 92쪽).” 그는 많은 헌금, 기부 또는 적선을 한 것이다. 그렇게 하면 반지를 놓는 것이 더 쉬워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원을 얻은 후, 그 자신도 인정한다. 그런 것은 결국 아무 효과도 없었다고. 성경도 그렇게 말한다. 종교 행위 그 자체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이사야 1장).

 하지만 절대반지가 그에게 주어져서 그가 버리게끔 역사한 것은 그 반지를 만든 악마 사우론의 의지조차도 뛰어넘는 그 ‘누군가’이다. “이 사건의 이면에는 이 반지를 만든 자의 계획마저 뛰어넘는 어떤 다른 힘이 작용하는 것으로 짐작이 되네. 쉽게 말하자면, 빌보가 반지를 발견하도록 (그 주인이 아닌 다른 누군가에 의해) 계획되었다는 거야.” 그리고 빌보가 놓은 반지는 프로도에게 주어진다. 빌보가 반지를 소유하게 된 것을 말한 간달프는, 동일한 대화에서 프로도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자네가 반지를 가지게 된 것도 그 누군가의 뜻에 따른 것이며, 따라서 이 사실은 우리에게 큰 위로가 되는 거지(『반지의 제왕』 제 1권 136-137쪽).”

 반지 운반자의 자격

 그러나 절대반지가 빌보나 프로도에게 ‘주어진’ 것은 그들의 어떤 자질 때문이 아니다. 그 또한 ‘죄’인 절대반지를 스스로의 힘으로 버릴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죄인이기 때문이다. 톨킨은 그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꺼낼 때만 해도 그는 곧바로 반지를 불 한복판에 던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 순간 그는 그렇게 할 수 없음을, 웬만한 용기가 없이는 던질 수 없음을 깨달았다(『반지의 제왕』 제 1권 147쪽).” 

하지만 그는 자신이 그것을 없애려는 일에 선택되었음을 깨닫는다. 그런데 왜 자기인가? 왜 하필 자기가 ‘그 누군가’에 의해 선택되었는가? 그러나 이러한 질문은 교만에서 나온 것이다. 조금 전에 분명히 그는 자기 힘으로 절대반지를 버릴 수 없음을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그것을 마치 자기가 ‘그 누군가’의 선택을 받아 없앨 수 있는 것처럼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에 대해 간달프는 엄중히 경고한다. 

 “어리석은 말 하지 말게. 이 반지가 다른 사람에게 가지 않은 것은 자네가 잘나서가 아니라는 것을 자네도 잘 알잖나? 자네에게 힘이나 지혜가 있어서가 아니야. 어쨌든 자네는 선택 받았고, 따라서 자네에게 있는 힘과 용기와 지혜를 모두 짜내야 하네(『반지의 제왕』 제 1권 148쪽).” 그렇다. 구원 받도록 선택된 이에게 무슨 자격이나 능력이 있겠는가? (고전 1:26-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