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순 권사(배우리한글학교장, 연합교회)

 ‘쓸모’는 어떤 일에 필요한 정도, 소용 등을 나타내는 말인데 매일의 삶 속에서 맞닥뜨리는 일이 쓸모 있는 일이 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일이 되는 것이 다반사입니다. 어떤 결과에 대해 소득이나 이익이 된다고 판단이 되면 곧장 그 일에 매진하며 정진하는 이유는 나의 판단이 옳다고 믿는 마음이 확고하기에 망설일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불확실한 결과에 자신감이 없을 때는 쉽게 어떤 일을 실행한다는 게 모험이기 때문에 이미 결과에 대한 성공률까지 따져 본 후 별 볼일 없는 일로 판단되면 그 일을 실행하려고 덤벼들지 않습니다. 

 올림픽 출전을 앞둔 운동 선수는 메달을 따는 목표가 있기 때문에 열심을 다해 연습을 합니다. 입시를 앞둔 수험생은 당연히 합격이 최종 목적이겠지요. 이 땅에 태어난 존재의 의미를 아는 크리스찬이라면 마땅히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신앙인의 자세로 삶을 영위하는 것이 목적일 수도 있겠네요. 어찌 보면 세상에 속한 사물들도 인간 못지 않게 그 쓸모와 가치가 참 많습니다. 다만 우리의 시선이 한 곳에 집중하지 못하고 엉뚱한 곳을 바라보기 때문에 쓸모 있는 것과 쓸모없는 것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 뿐입니다. 

 바퀴살은 대략 삼십 여개로 이루어져 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바퀴에 붙어 있는 바퀴살이 눈에 띄기 때문에 수레를 이끄는 일은 바퀴살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바퀴살을 모아 한 곳에 집중시키는 구멍이 있어야 균형을 이루며 바퀴는 완성되고 그 힘으로 서로 의지하며 굴러가는 임무를 다하는 것입니다. 

 기회가 있어 서너 번 이과수 폭포에 다녀왔습니다. 폭포는 그야말로 장관이지요. 우리의 시선은 낙하를 이루는 그 모습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좀 더 세심히 폭포를 이루는 그 근원의 물줄기를 생각해 보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곳곳에 있는 물이 한 데 모여 엄청난 양을 이루지만  만약에 낙하를 이루는 절벽이 없다면 그저 고인 물에 불과합니다. 이 물이 폭포를 이루는 것은 낙하를 이루는 절벽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물이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요. 

 한국에 숨은 명소를 찾는 프로그램에서 엉뚱폭포라는 지명을 듣고 의아했습니다. 지명도 생소했지만 붙인 이름이 그야말로 엉뚱했기 때문입니다. 알고 보니 이 폭포는 비가 와야만 폭포가 된답니다. 사진으로 확인해보니 비가 오지 않아 물이 없을 때는 그저 절벽일 뿐이지만 비가 오면 그 절벽을 타고 흐르는 물이 낙하되어 폭포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의 시선은 늘 쓸모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쓸모없는 것에는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찰흙으로 만든 그릇은 찰흙이 중심이 되지만 그릇 안의 빈 공간으로 그릇의 쓰임이 있게 되고 아무리 멋진 집을 지었다 해도 사람이 그 안에 살고 머물러야 비로서 집의 역할이 완성되는 것입니다. 강의안을 알차게, 멋있게 준비했다 하더라도 듣는 수강생이 없으면 쓸모 없는 일이 되지만 반대로 수강생이 아무리 많아도 강의안이 별 볼일 없이 빈약하다면 그 강의안은 쓸모 없음으로 취급됩니다. 

 브라질 이민 60주년의 발자취를 더듬으며 주역을 이룬 60명 안에 선정된 본인이 한껏 쑥스러운데 쓸모 있다, 없다의 경계선의 의미가 불분명하니 굳이 쓸모 있는 자로 남으려고 아등바등할 필요는 없겠다는 엉뚱한 발상을 이 아침에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