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용주 목사(봉헤치로 제일교회 담임)
1. 데네소르
데네소르 2세는 『반지의 제왕』 시점의 곤도르 왕국의 섭정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섭정 엑셀리온 2(Ecthelion II)세였는데, 그가 죽자 데네소르가 섭정위에 올랐다. 그는 대단히 훌륭한 인물이었다. “그는 장신에 용맹하고 의기 높은 인물로, 곤도르가 지난 여러 세대동안 겪은 그 어떤 이보다 왕과 같은 풍모를 지녔다. 또 그는 지혜롭고 선견지명이 있으며 높은 학식을 갖춘 사람이었다(『반지의 제왕』 제 7권 부록 A 64쪽).”
그렇게 훌륭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가 섭정이 되자, 모든 통치권을 한 손에 장악한 강력한 군주가 되었다.” 그런데 바로 이것이 그에게 독이 되었다. 자신의 지혜와 학식과 용맹으로 자기가 생각하는 통치자가 되는 것에 성공하자, “그는 말수가 적어졌고, 조언에 귀는 기울였지만 결정은 자기 생각대로 내렸다.” 즉, 그는 오만해져 갔던 것이다. 그러더니, 갈수록 “더 음울하고 과묵해졌으며, 자기 시대에 모르도르의 공격이 닥칠 것을 예견하며 깊은 상념에 잠겨(…) 홀로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반지의 제왕』 제 7권 부록 A 64-65쪽).”
그는 자신의 명민함으로 그의 통치 때에 악마 사우론이 거센 공격을 퍼부을 것을 알았다. 그 때, 그는 전심으로 현자들의 지혜를 구하여야 했다. 하지만 그는 자기보다 나은 지혜를 가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에, 비록 다른 사람들의 지혜로운 조언을 들을 때 귀를 기울이는 자세를 취하기는 했지만, 그것을 따를 마음이 별로 없었다. 그 대신, 자기 혼자 많은 시간 동안 적의 공격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적의 동향을 누구보다도 자세히 알고자 하여, 그는 모든 것을 볼 수 있다는 팔란티르 신석을 사용하여 사우론의 군세를 엿보았다. 그러나 악마가 그에게 보여주는 압도적인 병력을 보게 되자 한편으로는 무력감에 휩싸여 갔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의 마음속에 절망감과 더불어 자만심이 점차 커져갔다. 마침내 당대의 모든 일 가운데 백색탑의 영주와 바랏두르의 군주 사이의 투쟁만을 유일한 문제로 여기고, 자신을 섬기지 않으면 사우론에 대적하는 다른 모든 세력들까지도 불신했다(『반지의 제왕』 제 7권 부록 A 64-65쪽).” 그는 이제 독선에 빠졌다. 심지어 그는 자기를 도우려고 고군분투하는 『반지의 제왕』 상 두 명의 메시아인 간달프와 아라곤이 작당하여 자기를 곤도르 왕국의 섭정 자리에서 쫓아낼 것이라는 망상에 다다르게 되었다. 곤도르의 법과 통치는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에, 이것은 그의 눈에 반역으로 비쳤다(제 7권 부록 A 64쪽 참조).
그러나 그것이야말로 반역이다. 자신이 섭정위에 오르며 백성들 앞에서 행한 서약인, “왕께서 돌아오실 때까지 그의 이름 아래 다스린다”와 정면으로 반대되기 때문이다. “많은 곤도르 인들은 왕이 언젠가 돌아올 것이라고 여전히 믿었다. (…) 그러나 섭정들은 그와 같은 생각을 못마땅하게 여겼다(『반지의 제왕』 제 7권 부록 A 67쪽).”
섭정이 ‘왕의 귀환’을 달가워하지 않는 이것이 바로 반역이다. 목회자가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을 기뻐하지 않는 이것이 바로 배교의 씨앗이다. 왜 기뻐하지 않을까? 섭정 데네소르에 비춰보면, 그것은 교계에서 자신보다 유능한 사람은 없다는 오만함으로 인하여 참된 기쁜 소식, 즉 복음의 조언에 귀를 막기 때문이다. 또한 복음이 아닌, 자기 자신과 이 세상 현실에 대해 골몰하다가 절망과 자만심과 독선이 점차 커 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