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용주 목사(봉헤찌로 제일교회 담임)

1. 로스로리엔에서 

 깊은골에서 출발한 반지원정대는 간달프의 인도에 따라 처음에는 눈으로 뒤덮인 카라드라스로 갔다. 하지만 눈보라가 너무 심하여, 일행은 난쟁이들의 대도시인 모리아로 들어갔다. 그러나 거기서 발로그를 만나게 되고, 간달프는 모두를 살리기 위하여 희생한다. 

 이제 원정대는 성큼걸이 아라고른이 이끌게 되었다. 그는 일행을 요정(엘프)들의 위대한 왕국인 로스로리엔(Lothlorien)으로 데려갔다. 아라고른은 거기서 한 때를 보낸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와 사랑을 맹세한 그의 연인 아르웬 운도미엘(Arwen Undomiel)이 성장한 곳도 그곳이었다. 

 『반지의 제왕』의 때에 로스로리엔 왕국은 켈레보른과 그 아내 갈라드리엘이 다스리고 있었다. 당시 중간계 요정(엘프) 왕국 중 가장 크고 강대한 왕국이었는데, 그것은 바로 갈라드리엘이 지닌 반지 ‘넨냐’의 권능 때문이었다. 이 반지는 에레기온 왕국의 켈레브림보르가 만든 세 개의 요정(엘프) 반지 중 하나로, 물의 힘을 담고 있었다. 

 2. 갈라드리엘의 시험

 넨냐가 다른 남자 요정(엘프)들과 겨루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강하고 지혜로운 갈라드리엘을 훨씬 더 강력하게 만들어 준 것도 사실이지만, 동시에 그녀에게 시험으로 작용하였다. 이 반지가 그녀 내면에 은밀히 움직이는 욕망을 증폭시킬 수도 있는 수단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악과 그 화신인 사우론을 중간계에서 몰아내려는 욕망을 가지고 있었다. 이것 자체는 선이다. 하지만 그녀는, 강한 힘을 가진 악마 사우론을 물리치고 굴복시키기 위해서는 자기 또한 강력한, 심지어는 사우론을 없애 버릴 수 있을 만한 물리적 권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더욱 강한 힘으로 악마의 강한 힘을 굴복시키려는 것이었다. 

 이것이 그녀 속에 도사린 은밀한 야망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스스로 “오랜 세월 동안 [남편 켈레보른과] 함께 길고 긴 패배와 맞서 싸워 왔습니다(『반지의 제왕』 제 2권 7장 295쪽)” 하고 반지원정대원들에게 말하였지만, 그 싸움은 동시에 중간계의 여왕이 되려는 야망과 맞물려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악마를 증오하고 그것을 이기기 위해 악마보다 더 강한 권능을 가지려 하는 것은 자신이 없애려 하는 악마와 동일해지는 것 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 자기 힘, 자기 생각으로 선을 이루려는 것이다. 사실 이것이 기독교가 직면하는 가장 뼈아픈 시험 중 하나다. 이 세상이 기독교를 만만하게 보지 않게 하기 위하여, 더 나아가 이 세상과 겨루어 이기기 위하여, 이 세상보다 더욱 강한 정치력과 물리력을 갖추기 위하여, 막대한 부를 비축해야 한다는 생각, 그래서 그러한 번듯한 모양새와 외관과 건물을 꾸미고, 그것으로 이 세상의 인정과 존경과 감탄을 받아내려는 생각 말이다. 

 그러나 예수님은 ‘자기 부인’과 ‘자기 십자가’가 하나님의 선을 이룬다고 가르치신다. 바로 그렇게, 예수님 자신이 사탄의 시험을 물리치셨고, 그렇기 때문에, 겟세마네 동산에서도 자기 뜻이 아니라 하나님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구하셨다. 

“네 칼을 도로 칼집에 꽂으라 칼을 가지는 자는 다 칼로 망하느니라. 너는 내가 내 아버지께 구하여 지금 열 두 군단 더 되는 천사를 보내시게 할 수 없는 줄로 아느냐? 내가 만일 그렇게 하면 이런 일이 있으리라 한 성경이 어떻게 이루어지겠느냐?” (마 26:5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