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용주 목사(봉헤치로 제일교회 담임)

 1. 절대반지와 빌보 배긴스

 처음부터 기독교적 관점에서 쓰여진 소설 『반지의 제왕』 전체에 흐르는 중심 주제는 “죄인인 인간에게도 구원과 자유가 가능한가” 이다. 지난 글에서 보았듯이, 이 삼부작 소설 내에서 ‘원죄’의 기능을 하는 것은 바로 ‘절대반지’이다. ‘최후의 동맹’ 전쟁에서 사우론이 잃어버린 후, 그것은 ‘신실한 자’들의 왕인 이실두르의 손으로, 그리고 그가 안두인 대하에서 살해당하자 그 강 기슭에 살던 스메아골의 손으로, 그리고 동굴 안에서 만난 호빗 빌보 배긴스의 손으로 주인을 옮겨가게 된다. 

 빌보 배긴스는 다른 호빗과 크게 다르지 않은, 먹고 마시는 즐거움을 만끽하며 살아가는 평범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어느 날 회색의 마법사 간달프와 난쟁이들과 함께 떠난 여행 중 ‘절대반지’를 소유하게 되면서, 그는 줄곧 마음에 근원을 알 수 없는 불안함을 가지게 되었다. 그것을 갈수록 뚜렷하게 느끼면서도, 그는 그것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살아왔다. 『반지의 제왕』 제 1권 1장, “오랫동안 기다린 생일잔치”에 이르기 전까지 말이다. 

 2. 빌보의 비밀 

 빌보는 호빗의 평균 수명보다 오래 살았다. 자신은 그것이 타고난 건강 때문이라고 믿었지만(또는 그렇게 합리화했지만), 사실은 그의 ‘절대반지’가 정정함을 유지시켜 주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알 수 없는 불안이 마음을 짓누르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해결책으로, 다시 한 번 자기가 여행했던 곳을 방문하고 싶어했다. 그런데 그것을 계획한 것은 역시 낙천적인 호빗 다운 방식이었다. 자신의 111번째 생일을 맞아 성대한 잔치를 열고 손님들에게 많은 먹거리와 선물을 나눠준 후, ‘절대반지’의 속성을 사용하여 그들의 눈앞에서 사라지려 한 것이다. 그의 계획은 순조롭게 실행되었다. 그러나 그의 속셈을 꿰뚫어본 간달프가 그보다 먼저 그의 집에 와 있었다. 급하게 여행 준비를 하면서, 빌보는 간달프에게 자신의 모든 재산을 양아들인 프로도에게 넘긴다고 말한다. 이 때 마법사는 그들 둘만의 약속을 상기시킨다. 

 [ “모두라고 했나? 반지는? 자네도 기억하겠지만 우린 약속하지 않았나?”

 “예, 아… 예, 그랬지요.” 

 빌보는 말을 더듬었다.

 “어디에 뒀나?”

 “봉투에 넣어 두었습니다. 정 알고 싶으시다면 말입니다. 저기 벽난로 위에요. 아니, 이게 내 주머니에 있네!” 

 빌보는 짜증내며 머뭇거렸다. (…)      

 간달프는 나직이 말했다.

 “빌보, 내 생각에는 그것을 여기 두고 가는 것이 좋겠네. 그러고 싶지 않은가?” 

 “음, 그래요… 반지를 남겨 두고 싶지 않습니다. 왜 그래야 하는지 정말 모르겠군요.” (…)

 빌보의 어조에 묘한 변화가 일었다. 그의 목소리는 의혹과 분노로 날카로워졌다. 

 -『반지의 제왕』 제 1권 1장 88-89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