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용주 목사(봉헤치로 제일교회 담임)

 1. 톨킨의 타락관

 톨킨은 요정(엘프)이 타락한 원인을 자기애, 즉 실마릴 보석들에 대한 병적인 집착과 자기 능력에 대한 자만심으로 유일신 에루의 명령을 거부한 불순종으로 설정하였다. 중간계에서 죽지 않고 살아갈 수 있고, 뛰어난 지혜와 기술을 선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니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오만하게 되어, 그들은 신의 명령에 불순종하였고 그에 따른 모든 악행을 저지르게 되어 그 대가를 치르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톨킨은 인간이 타락한 원인으로 유한성에 대한 불만족과 삶에 대한 병적인 집착, 그리고 죽음에 대한 과도한 공포 때문에 유일신의 가르침에서 위로를 찾지 못하고 오히려 불순종한 것으로 설정하였다. 인간은 유일신의 ‘둘째 자손’으로 ‘첫째 자손’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위대한 존재로 창조되었다고 그토록 말해주지만, 결국 인간은 힘으로 자기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을 쟁취하는 길을 택하였고, 그들은 이 악행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되었다고 한다. 

 이 두 이야기를 통하여, 톨킨은 사람의 타락에 대한 기독교적 관점을 피력한다. 그것은 자기애와 오만에 기인한 불순종이며, 하나님의 경고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자기 눈에 옳고 좋아 보이는 것을 쟁취하는 길로 계속 고집스럽게 행하는 것이다. 사람은 그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된다. 타락한 사람은 자신을 위하여 형제들을 자기 손으로 죽이는 만행을 저지르고, 그 어떤 희망도 없는 투쟁의 길로 행하며, 자신의 죄악으로 말미암아 저지른 악행에 대한 자책으로 끊임없이 괴로워하며 살고, 죽음의 공포를 하나님의 가르침이 아닌 이 세상의 물리적인 것으로 가득 채워 극복해보려 하나 결국 공허함만 커지는 것을 맛본다. 톨킨은 두 서사시인 “실마릴리온”과 “아칼라베스”를 통해, 인간의 언행이 이렇다는 것은 타락 때문이라고 분명히 경고하고, 거기에서 돌이키라는 초대를 하고 있는 것이다. 

 2. 엘렌딜과 망명왕국

악마 사우론의 유혹에 넘어간 아르-파라존이 신으로부터 영생을 빼앗기 위하여 군대를 모아 천사들의 땅인 발리노르로 진격한 것 때문에 세상의 모습이 바뀌고 3,287년 동안 존재했던 인간 왕국 누메노르가 홍수로 인해 바다 밑으로 가라앉을 때, 아직도 유일신 에루에게 충직했던 ‘신실한 자들’은 이러한 일이 일어날 것을 예견하여 이에 대비하였다. 

 ‘신실한 자들’의 지도자는 엘렌딜이었다. 그는 슬하에 두 아들을 두었는데, 첫째는 이실두르이고 둘째는 아나리온이었다. 엘렌딜이 예견했던 대로 홍수가 나고 섬이 가라앉자, 그들은 미리 준비한 아홉 척의 배를 이끌고 탈출하여 동쪽으로 나아갔다. 홍수로 인하여 큰 폭풍이 뒤에서 몰아치자, 그들은 오히려 더 빨리 동쪽 해안에 다다를 수 있었다. 

 그들은 중간계 북서부와 중서부에 누메노르 인의 망명왕국인 아르노르와 곤도르를 세웠다. 엘렌딜은 대왕이 되어 북왕국 아르노르를 다스렸고, 두 아들인 이실두르와 아나리온은 남왕국 곤도르를 다스렸다. 이 두 왕국 모두 악마 사우론의 영토에 그 동쪽 국경이 접했는데, 이는 그들이 홍수 때 누메노르에 있었던 사우론도 죽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사우론은 죽지 않았다. 비록 육신은 소멸되었지만, 그는 증오의 영이 되어 다시 중간계로 숨어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