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명 목사(나누리선교회장)
어린아이들에게 묻는 괴로운 질문이 있다. “야, 길동아, 아빠가 좋니? 엄마가 좋니?” 하면 아이들이 선뜻 대답을 못 한다. 그러다가 조금 나이가 들면 “아빠 엄마 다 좋아.”하며 대답한다. 벌써 대답을 잘못하면 손해가 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어느 젊은 청년이 후라이드치킨, 양념치킨을 너무나 좋아했다. 그래서 미국 유학 생활 할 때 오직 치킨만으로 6개월을 산 적이 있었다고 한다. 유학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와서 결혼을 하고 조그만 셋 집을 얻었다. 이사하기 전에 아내와 도배도 하고 청소를 하다 점심때가 되자 아내가 “자기야 나 배고파~ 밖에 나가 점심거리 좀 사다 먹자.” 하자 남편이 양념치킨을 사왔다. 아내와 함께 양념치킨을 먹고 있는데 아내가 불쑥 “자기, 치킨이 그렇게도 좋아?”하니까 “응, 너무너무 맛있어” 아내가 다시 “그럼 자기 치킨이 좋아 하나님이 좋아?”하는 말에 남편이 먹던 치킨을 던지면서 “야, 너는 무슨 하나님하고 닭을 비교하냐!” 하며 “나 안 먹어 너나 다 먹어” 하며 밖으로 나가버렸다고 한다. 이 젊은 남편이 아내의 말도 안 되는 비교에 화를 낼 만도 하다. 그런데 우리는 이렇게 말도 안 되는 비교를 하며 갈등을 하며 살고 있다. 무슨 비교와 갈등인가? 하나님과 세상이다.
그런데 이번 제주도 여행길에서 나는 이런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우리 부부는 4월에 생일이 함께 있다. 그래서 부활절이 끝나면 교회에서 한달 휴가를 주어 여러 나라 여행을 하였다. 이번에는 한국에 있는 큰아들 부부가 부모님 생신이라 대접하겠다고 하여 3박 4일의 여정으로 제주도에 다녀왔다. 비행기를 타 본지가 2년이 넘어 설레는 마음이었다. 아내는 “나는 비행기만 봐도 좋다”고 할 정도로 여행을 좋아해 오후 5시 비행기인데도 점심 먹고 빨리 나가자고 안달해 일찍 공항에 도착했다. 코로나 거리두기가 해제되어서 그런지 월요일인데도 비행기 좌석이 만석이었다. 마침 비상구 자리를 주어 발을 뻗고 편하게 갈 수 있었다. 스튜어디스가 와서 “여기는 비상구 자리라 사고가 나면 문을 열고 먼저 내리신 후 다른 사람 내리는데 도와주셔야 합니다” 하자 우리는 고개를 끄떡이며 대답했다 나는 그녀에게 “이 비상구는 쓸 필요 없을 겁니다”하며 말하려다 그만두고 속으로 만 말했다.
며느리가 모든 일정을 다 정하고 아들은 운전하고 우리는 몸만 따라 다니면 되는 기쁘고 편안한 여행을 했다. 날씨도 좋았고 음식도 맛있었다. 특히 <아르떼 뮤지엄>은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았다. 나는 `아! 바로 이것이 메타버스(가상세계)의 시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레일 바이크를 타고 주위 환경을 보며 우리는 자연의 아름다움에 깊이 빠져들었다. 너무 마음을 평안케 해주었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날 아침에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성산봉 근처에 묵었던 호텔(아로하) 창문 밖을 보니 바다 끝부분이라 물이 호수같이 잔잔하게 흐르고 있는데 내 마음속에 `너와 너의 가족이 이번 여행 중에 무엇이 제일 마음에 기쁨을 주었느냐`하는 물음이 들렸다. 나는 하나님의 물음의 뜻이 “이 모든 것을 주신 하나님이냐! 아니면 세상 기쁨이냐!” 하시는 질문 같이 들렸다. 나는 그때 `하나님 아버지 이 호텔 앞에 보이는 저 잔잔한 호수같이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 곳은 제주도 열방대학 (예수제자 훈련학교)에 방문했을 때입니다.` 하고는 `제가 누리고 있는 이 세상의 복보다는 하나님이 더 좋습니다. 감사합니다.`하였다. 열방대학은 마치 중세 수도원 같은 분위기로 마음에 평안을 느끼게 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가 난 기류를 만나 심히 흔들릴 때, 두려운 마음이 찿아 왔다. 그때 나는 앞좌석 의자에 손을 얹고 내가 너무 좋아하는 성경말씀 시16편 1~6절 말씀 중 “하나님이여 나를 보호하소서 내가 주께 피하나이다 내가 여호와께 아뢰되 주는 나의 주시오니 주밖에는 나의 복이 없다 하였나이다. 내게 줄로 재어준 구역은 아름다운 곳에 있음이여 나의 기업이 실로 아름답도다.” 하며 기도드렸다. 내가 두려운 것은 비행기가 추락해 죽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죽기 전에 하나님께 진실한 회개와 나라와 민족과 이웃을 위한 기도와 우리 부부에게 주신 기업의 아들 가정에 복과 보호를 위한 기도를 더 간절하게 드리지 못한 후회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이번 여행에서 감사한 것은 나처럼 늦게 신학 공부를 시작했지만, 교회 전도사로 섬기며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열심히 믿음생활 하는 큰아들 부부에게 위로와 기쁨과 비젼을 주는 시간이 된 것이었다. 그리고 나의 신앙생활을 돌아보며 더 많은 기도 시간으로 하나님과 대화하고 싶은 마음을 강하게 주셨다. 너무 좋은 세상을 이기는 길은 오직 기도로 날마다 갓난아기처럼 아버지를 부르는 것이다. 갓난아기는 울면 된다. 그러면 엄마, 아빠가 다 해주기 때문이다. 아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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