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순 권사(배우리한글학교장, 연합교회)

 추석이라는 한국의 대표적인 명절이 이틀 앞으로 다가옴을, 떡 보따리를 챙겨 보내는 누군가의 고마운 손길로 확인이 된다. 잊은지 오래 된 명절이 고맙기도 하고 여유없이 살아 온 각박한 인심이 야속하기도 하다. 추석(秋夕)은 한자(중국 글자)로 가을 저녁이라는 평범한 말이지만 ‘중추절’, ‘한가위’와 함께 명절이라는 큰 의미로 존재한다. 중추절은 음력으로 가을을 세 등분하여 두번째에 해당하여 중간에 있기에 일컫는 말이고 ‘한가위’는 순 우리말식 표현인 추석의 다른 이름이다. ‘한’은 ‘크다’, ‘가위’는 ‘가운데’를 의미하는 말이니까 결과적으로 세 단어는 모두 같은 날이며 명절의 이름을 다른 말로 표현한 것 뿐이다. 개인적으로는 한가위라는 말이 친근하고 정감이 있지만 글자라는 것을 좀 배운 후에 알게 된 말이라서 추석이라는 말이 더 익숙한 명절의 이름이다.

 추석이면 으레 고리땡(골덴?) 꽃무늬 바지를 마련해주신 어머니, 선물이라기보다 어차피 다가 올 추운 겨울을 대비한 방한복이겠지만 그래도 해마다 기다리는 재미는 쏠쏠했던 것 같다. 지금, 이국에서의 명절은 그저 아련한 추억들만이 그 시간을 기억해 줄 뿐이다. 이해인 님의 시 [우리집]은 가족이 떠올려지는 감성적인 좋은 글이라 길게 원문을 다 올린다.

 [우리집이라는 말에선 따뜻한 불빛이 새어 나온다 /“우리집에 놀러 오세요”라는 말은 음악처럼 즐겁다 / 멀리 밖에 나와 우리집을 바라보면 /잠시 낯설다가 오래 그리운 마음 / 가족들과 함께한 웃음과 눈물 서로 못마땅해서 언성을 높이면 / 부끄러운 순간까지 그리워 눈물 글썽이는 마음 / 그래서 집은 고향이 되나보다 / 헤어지고 싶다가도 헤어지고 나면 금방 보고 싶은 사람들 / 주고 받은 상처를 서로 다시 위로하며 /그래 그래 고개 끄덕이다 따뜻한 눈길로 하나되는 사람들 / 이런 사람들이 언제라도 문을 열어 반기는 우리집, 우리집 / 우리집이라는 말에선 늘 장작타는 냄새가 난다 고마움 가득한 송진 냄새가 난다.]   

 톡방에 둥근 달이 뜨고 고운  한복 차림의 여인네를 보게되니 고국에서는 명절 쇠는 준비에 한창인 모양이다. 깊은 공감을 할 수 없음이 아쉽지만 나는 나대로 즐거울 수 있는 일을 만들면 되니 그것으로 족하다. 누가 나에게 보낸 이모티콘을 다시 누군가에게 떳떳하게 보내본다. 어색했던 관계를 명절을 무기로 삼아 해결한다. 브라질 일꾼들에게도 추석에 대한 정보를 횡설수설 쏟아내지만 예의상 들어주는 정도에 그치고 만다. 당연한 일에 그리 서운해 하진 말자. 

 수북히 솔잎을 얹어 쪄낸 그 향기 풀풀 풍기는 송편, 명절에라야 푸짐히 먹을 수 있는 들기름 재어 구운 한 소쿠리에 김, 그리고 계절보다 앞서 입어야 했던 골덴 바지……가족이 있었기에 즐거웠던 명절이다. 어릴 적 가족이 너무나 그리운 올해의 추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