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중 선교사(사회학박사,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중국의 지배력

 브라질 어디를 가도 대형 생활용품 가게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규모에 놀라고 가격에 또 한번 놀랍니다. 브라스 새벽시장은 대단하지요. 동대문시장을 옮겨놓은 듯합니다. 다이소만큼은 아니더라도 물건의 종류가 상당합니다. 인구가 2억이 넘고 영토가 엄청나게 큰 나라인데 생활용품 수요는 얼마나 클까요. 중국을 출발한 컨테이너가 브라질 항구에 얼마나 많이 도착하는지 상상이 안갑니다. 중국의 지배력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큽니다. 기술이 필요한 것은 한국, 일본, 미국, 유럽 국가들의 제품에 수입하고, 기술이 필요하지 않는 공산품은 이제 모두 중국제입니다. 브라질 제품(produtos industria Brasileira)은 이제 더 이상 경쟁력이 없습니다. 단순한 노동과 값싼 인건비로 유지되는 브라질 제조업의 미래는 암울합니다. 제조업은 서민의 경제활동을 지탱하는 중요한 산업인데 브라질 정부는 이것을 인지하고 있는지요. 기간 산업은 중국 자본에 잠식당하고 있습니다. 기술도, 노동력도 경쟁이 없으면 이제는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지요. 왜 브라질은 과거에도 지금도 그리고 미래에도 누군가에 의지하며 살아가야 할까요. 

 종속이론

 브라질 경제를 설명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종속이론(teoria da dependência)입니다. 글로벌한 경제 환경에서 한 국가는 혼자서는 살 수 가 없습니다. 문을 열고 필요한 것을 사고 가치가 있는 것을 외국으로 팔아야 합니다. 문제는 이 거래가 공정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고부가치 상품을 생산하는 나라와 기술이 없는 나라 사이의 거래는 불평등이 존재합니다. 브라질에서 애플기기의 값은 미국의 두 배가 넘습니다. 맥도날드 가격도 엄청 비쌉니다. 같은 노력과 재화를 투입해도 기술이 있는 나라와 없는 나라의 거래는 구조적으로 결국 한 쪽이 다른 쪽을 의지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브라질의 종속성은 식민지 시대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유럽정복자들은 자원을 수탈하고 유럽의 시장에 값싸게 내다 팔았습니다. 결국 이윤은 식민지가 아니라 유럽의 왕실과 대지주들의 주머니에 들어갔습니다. 사탕수수, 커피, 고무를 생산하는 원주민, 노예, 브라질인의 노동의 가치는 보상 받지 못했습니다. 다수의 피와 땀과 노력은 일하지 않는 소수의 배만 불렸습니다. 근대 경제 개념이 생기기 시작한 19세기부터 유럽 자본과 미국은 브라질 정치-경제 시스템을 완전히 종속시켰습니다. 중국은 이제 브라질을 넘어 라틴아메리카의 새로운 지배자입니다. 지금도 브라질은 외채에 의지하는 허약한 경제구조입니다. 주인의 이름만 바뀌었을 뿐 종속당하는 하인은 그 자리에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세계는 지금 4차 산업혁명을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손에 의지하는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 제조업, 농업을 발전시켰고, 강철, 석유, 자동차, 화학, 전기의 2차 산업혁명은 인류에게 커다란 부를 가져다 주었지요. 3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는 인터넷, 문화와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업으로 번영을 누렸습니다. 이제 인공지능, 데이터, 공간의 혁명을 대비하는 기술혁신이 인류의 미래를 결정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브라질은 지금 어디쯤 있나요. 3차 산업의 시대를 충분히 경험하고 누리고 있는지요, 아니면 아직도 2차 산업시대에 머무르고 있나요. 많은 전문가들은 브라질의 미래가 농업과 환경에 달려있다고 합니다. 풍부한 자원을 보존하고, 개발하고, 상품화시킬 머리와 기술과 비전을 찾아야 또 다른 종속을 벗어나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이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