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순 권사(배우리한글학교장, 연합교회)

‘놀자’라는 말의 의미가 즐거운 말이기보다 잘못, 혹은  속죄라는 말로 먼저 떠오르는건 웬일일까. 아무리 미화하려해도 이 말이 편안하지 않다. 성실하지 못하고, 게으르고, 행동이 꺼부정하고 건들거리고… 몸가짐이 바르지 못한 표현에만 사용해서 그런 건 아닌지. ‘놀자’의 의미를 다르게  한 번 생각해 보면 불편함이 조금 해결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인터넷에서 ‘묵념’이라는 제목의 사진을 보았다. 사진 윗부분의 모습만 보아서는 대체 무슨 일이기에 이리 단체 묵념을 하는건지 당최 알 수가 없다. 전체를 보고 나니 이해가 되나 혀를 찰 일이다. 모든 이들이 일제히 고개를 떨구고 무엇인가를 응시한다. 두 손을 모아 열심으로 손놀림을 하는 것이다. 각자의 목적은 다르겠지만 행동은 하나같이 똑같다. 또 다른 사진은 전철 안의 풍경이었는데 상황은 다를 바 없이 똑같다. 남하고 상관없는 저 혼자만의 놀음이다.  

 아이들이 어릴 적에 지능, 창의, 뭐 이런 것을 고려한  레고(Lego:플라스틱 조립 블록 완구)를 어렵사리 사 준적이 있다. 유행처럼 남이 다 사니까 나도 덩달아 산 것이다. 혼자해도 될 일을 삼남매가 동그라니 모여서 열심으로 끼워 맞춘다. 큰아이가 맞추어 놓은 묶음을 막내는 분해하고 언니의 손놀림을 흉내내다 작은 아이는 창작품을 등장시킨다. 한 두 시간의 공백을 쉽게 때우는 레고 장난감, 그 조각을 버리지도 않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자꾸 줄어든다. 아무튼 다 없어지기까지 갖고 놀던 장난감 레고는 묵념에 필요한 이상한 기계가 생기기 한참 전에 우리 아이들이 가지고 논 수준 높은(?) 놀이이다. 혼자가 아니어서 다행이었다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된다.   

 신경림 시인이 쓴 [농무]는, 제목 그대로 농부들의 춤이라 해석하면 좋을 듯하다.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달린 가설 무대/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빈 운동장/……산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랴/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아예 여편네에게나 맡겨 두고/……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1970년대 초반, 산업화의 여파로 파괴되어 가는 농촌의 모습을 농부들의 놀이인 농무로   신명을 내보자고 역설한다. 사회적 현실의 변화로 이미 공동체적 분위기가 사라져 버려 신명이 날 일 없는 농촌 생활과 농민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전달한 시인데 농사일을 마친 농부들이 쉬고 놀아야 할 일이지만 노는 일이 즐겁지 않다고 한다. 점점 신명이 난다고 한 것은 농민들의 울분을 반어적으로 표현한 것이므로 울분을 토해내는 절정의 표현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바른 해석이다. 춤을 추며 놀자는 의미가 아닌 것이다. ‘ 놀자’는 권유형이므로 같이 하여야 한다. 이제 그만 ‘쉬고 놀자’라고 하면 놀 자격이나 여건이 마련되어야 놀 수 있다. 자격은 열심과 성실함의 결과로 얻어지고 여건은 환경에 따라 좌우된다. 놀 수 있는 자격이 있다면 환경이 허락하는 곳에서 놀면 된다. 가족, 친구, 이웃, 동료와 같이. 그리고 주님과 같이........

 [주님과 같이 내마음 만지는 분은 없네 오랜 세월 찾아 난 알았네 내겐 주밖에 없네] ‘같이’라는 말을 넣으니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 분명해지며 편안해 진다. 빗대어 표현한 신명이 아닌 사실대로의 ‘놀자’의 의미를 담아 더불어, 함께, 같이 놀아 보자. 도쿄 올림픽의 운동경기도 간접적인 놀이로 포함해도 좋겠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