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중 선교사(사회학박사,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공화주의
브라질의 공식 국가이름은 브라질의 연방공화국(República Federativa do Brasil)입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각 주(estado)로 구성된 연방제(聯邦制)입니다. 자치권을 가진 브라질 27개 주는 자체의 법와 제도를 가지고 따르지만 단위 국가의 공통된 정치-경제이념 아래에서 연합한 상태로 국가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연방제를 담는 그릇은 주권을 국민 개개인에게 부여하는 공화제(共和制)입니다. 공화제를 가진 국가는 시민들의 시민적 가치(cívica virtude)와 실천을 구현합니다. 국가 구성원들에게 선거권와 피선거권을 통해 국가 권력을 부여하지요. 선거권 그 자체가 중요한 이유는 국가 권력이 국민으로 부터 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국민의 대표로 선출된 사람들은 대중에게 공공재와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대중은 대표자들의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브라질은 연방공화국이 아니었습니다. 공화국 이전에 식민시대(1500-1808)가 있었고, 포르투갈 왕정이 히오(Rio de Janeiro)에서 통치하던 짧은 기간(1808-1821)를 지나, 봉건제로 독립의 지위를 유지했습니다 (1822-1889). 공화국은 1889년 11월 15일 데오도로 다 폰세카(Teodoro da Fonseca)의 쿠데타로 촉발되어서 공화국 선포와 공화정 체제로 이어집니다. 현재 브라질은 연방 공화국의 정치이념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
노예제와 가산제(patrimonialismo)와 같은 과거와의 단절을 선언한 공화국 선포가 130년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브라질이 추구하는 공화주의는 갈 길이 멉니다. 그 이유는 공화주의를 뒷받침하는 민주주의가 결핍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다양성의 인정입니다. Pedro S. Malan(2019)는 민주주의 체제에서만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성, 정당성, 결과에 대한 인식이 있고, 의사표현의 자유가 있고, 관용의 가치와 비폭력의 실천이 민주주의에서만 구현될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만 유혈 사태 없이 자신들이 선출한 통치자를 교체하고, 대화와 합의를 사회적인 갈등을 해결할 수 있지요. 사상의 자유로운 토론과 사고방식의 변화를 통해 점진적인 사회발전을 추구하는 것도 민주주의의 이상입니다. 브라질은 식민지 시대에서부터 오늘날 공화국에 이르기까지 국가를 소수의 권력자들과 엘리트들의 가지고 있었습니다. 혼종적이고 다양한 의견을 수용할 수 있는 사회적 공간이 적었지요. 결국 소수 권력자들의 부정부패는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Werneck(2004)은 “Balcão de negócios”에서 “대부분의 엘리트가 브라질 번영의 비결은 국가와 견고한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라는 믿음으로 형성되었다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국가를 팔고, 국가로부터 사고, 국가를 위해 빚을 지고, 국가의 재산을 사유화 하고, 국가로부터 무상으로 받고, 국가에게 부채를 떠넘기고, 국가에게 위험을 전가하고 국가의 이익을 획득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브라질은 국가의 권력을 대중에게 부여한 일이 없습니다. 단지 그렇게 보였을 뿐입니다. 공화주의를 구현하는 일은 더 많은 대중이 정치에 참여해서 다양한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튼튼한 민주주의의 그릇을 만드는 것입니다. 가진 것을 소수에게 집중시키기보다 최대한 많은 사람과 공유하는 민주주의는 느린 것 같지만 가장 빠른 130년 공화국의 꿈을 성취하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