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순 권사(배우리한글학교장, 연합교회)

[오늘은 당신이 가르쳐 준 태백산맥 속의 소광리 소나무 숲에서 이 엽서를 띄웁니다. 아침 햇살에 빛나는 소나무 숲에 들어서니 당신이 사람보다 나무를 더 사랑하는 까닭을 알 것 같습니다. 200년, 300년, 더러는 500년 풍상을 겪은 소나무들이 골짜기에 가득합니다. 그 긴 세월을 온전히 바위 위에서 버티어 온 것에 이르러서는 차라리 경이였습니다. 바쁘게 뛰어다니는 우리들과는 달리 오직 ‘신발 한 켤레의 토지’에 서서 이 처럼 우람할 수 있다는 것이…… 소광리에 솔숲은 마치 회초리를 들고 기다리는 엄한 스승 같았습니다]
 “당신이 나무를 더 사랑한 까닭”이라는 수필을 쓴 신영복씨는 그의 친구가 왜 나무를 사랑했는 지에 대한 까닭을 솔숲에 서서 말합니다. 제목에서 ‘더’라는 말이 특이합니다. 사랑하는 대상이 있고 그 대상보다 더 사랑한다는 표현이 아니겠습니까? 지은이는 소나무를 좋아한 친구의 얘기를 소재로 자신의 생각을 그 위에 덧 붙입니다. 친구에게 엽서를 띄운 곳은 소광리 숲입니다. 이곳은 우리나라에만 있다는 금강송이, 무리지어 자라는 곳이고 이 금강송은 경복궁의 복원 공사에 사용되었는데 그 양이 어마어마 했답니다. 조선시대에 개인이 이 나무를 벨라치면 곤장 100대에 3년 감옥 살이를 했다고도 하니 그만큼 귀중한 나무임에 틀림없습니다. 이토록 귀한 소나무를 함부로 벤다는 것은 몇 백만년의 세월을 잘라내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글쓴이의 생각이 진하게 전해지니 덩달아 나무를 정말 사랑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 같은 것이 생깁니다.
 뭐 그리 좋은 것도 아닌데, 한동안 카펫트라는 것을 집 안에 깔아 놓고 외국에 살고 있는 모양새를 흉내내 본 적이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니 눈에 띄지 않는 먼지들이 겹겹이 쌓여가고 미처 손이 닿지 않은 곳곳에 덕지덕지 두터운 층이 만들어지더니만 급기야 비염을 악화시킵니다. 바닥을 나무로 깔아야 해결된다는 결론이 내려지고, 집이 크지 않아 참 다행이라며 경비의 절약을 좋아했던 그 마루 바닥이 특별히 나무라서 좋은 것도 아니고 그저 나에게 편리한 이유 뿐이었는데 이러한 글을 읽고나니 다른 각도에서 나무라는 것이 새로운 의미로 확인됩니다. 그리고 다음의 글로 또 이어집니다.       
 [나무와 함께 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나무로 만든 말구유에 태어나 아버지를 따라 나무를 다루는 목수가 되었고 마지막에 나무에 달려 죽었다. 그러나……]
 나무를 사랑해야 할 새로운 이유가 확실해졌습니다. 누군가는 사람보다 나무를 더 사랑하는 친구를 솔숲에 이르러 이해할 수 있다고 했지만 나무를 사랑해야하는 진정, 숨겨진 의미를 이미 알고있는 우리에게는 굳이 이해하길 바라는 설명이 필요 없겠습니다. 바라는 것의 실상을 보는 눈만 있다면  모두에게 가능한 일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