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중 선교사(사회학박사,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인류의 고민
브라질에 살면서 좋은 점이 많은 데 그 중 풍부한 먹거리를 빼 놓을 수 없습니다. 남미 여러 대형마트를 가 봐도 브라질만큼 다양하고 질 좋은 식재료를 만나기 쉽지 않지요. 넓은 초원에 방목되어 있는 가축들과 뭘 심어도 쑥쑥 자라는 과일과 작물을 보면 우리가 사는 곳이 풍요의 땅이라는 것을 실감합니다. 재래시장은 또 어떻습니까. 신선한 야채와 과일, 유제품, 육류, 생선이 넘쳐 납니다.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인류는 좀 더 신선하고 몸에 좋은 음식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공산품 가격은 내려가지만 농산물 가격은 올라가는 경향이 이를 증명합니다. 100세 시대를 맞이하는 인류는 ‘살기 위해서 먹는 것이 아니라 먹기 위해서 사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브라질은 남미, 아메리카 대륙을 넘어서 미래의 먹거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나라 중 하나로 꼽힙니다. 북반구 선진국의 농경지가 화학 비료에 오염되어 지력과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지만 브라질은 비옥한 농경지가 아직도 많이 남아있고, 무엇보다도 깨끗한 담수가 국토 전역에 풍부합니다. 날씨와 같은 환경적 조건도 최적입니다. 넓은 땅과 혼종적 인종안에서 전개된 다양한 음식문화는 농업을 뒷받침하는 사회적인 요인이기도 합니다.
농업의 역사
브라질 역사는 농업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500년전 정복자들은 이 땅의 풍부한 농산물 자원을 발견하고 조직적으로 유럽으로 실어 나르기 시작했지요. 동부 해안가의 대도시들인 상파울로와 히오는 커피, 사우바도르 주의 바이아는 카카오, 뻬르남부꾸 주의 헤시피는 사탕수수로 시작된 행정, 종교, 문화의 중심지였습니다. 농산물을 중심으로 사람이 모이고 돈이 돌고 길이 뚫렸습니다. 지방의 대농장주들은 자본을 바탕으로 노동력을 유지했고 가족을 중심으로 한 과두 정치가 생겨났습니다.사회계급의 변화가 감지되는 곳도 농장이였습니다. 대농장은 인근 대도시와 유럽으로 상품을 팔기 위해 서로 연결되어 있는 조직적이고 복합적인 사회 구성체였습니다. 따라서 Afrânio Garcia 와 Moacir Palmeria(2001)는 ‘경쟁체제’, ‘금융제도’, ‘노동력’이 고도로 집중된 오늘날 농촌문화와 도시-농촌의 역학구도를 가족농업(agricultura familiar), 복합농산업(complexo agroindustrial), 기업농업(agricultura empresarial), 전통농업(agricultura tradicional)으로 분류합니다.
브라질의 미래
브라질의 미래는 농업에 있습니다. ‘Plano Safra’이 불리는 정부 정책은 농가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미래를 내다 보고 있습니다. 주목할 만한 것은 국민 비만을 낮추기 위해 유기농 생산 농가의 지원을 늘리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전체 국민 삶의 질을 상향 평준화 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작물의 성장을 촉진하는 ‘LED 온실 농장’, 적은 공간에서 생산이 가능해서 도시농업과 유통의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는 ‘수직농장’(Vertical Farming), 센서와 드론을 이용한 ‘스마트 농장’은 이미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우리는 일본 이민자들과 후손들이 브라질 전역에 퍼져 정착해 이룬 농업의 성과를 알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성공적인 이민집단으로 불리고 지금도 그 영향력은 상당합니다. 한인들이 브라질에 뿌리 내리고 번영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지금부터라도 브라질의 미래를 담고 있는 농업관련 산업에 꾸준하게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일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