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광 목사(World Share USA)

 

1940년대 어느 해 4월, 프랑스령이었던 알제리 “오랑”이라는 “행복한 도시”에 페스트가 돌았습니다. 4월 16일에 오랑시에서 의사로 활동하는 베르나르 리외가 계단 통로 한가운데서 죽은 쥐 한 마리를 발견하고 수위에게 주의를 주는 것으로 사건이 시작됩니다. 그러나 이것은 작은 출발에 불과했습니다. 도시 곳곳에서 쥐들이 피투성이가 되어 죽어갑니다.

 갑자기 쥐들이 떼죽음을 당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때까지도 단지 유행병이 돌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상황이 점점 심각해져 갑니다. 시민들이 잇달아 죽습니다. 사람들이 마치 쥐들처럼 퍽퍽 쓰러지며 죽어 나갔고, 시는 폐쇄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전염병이 다른 도시로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도시의 문은 닫혔고 길도 막혔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도시를 탈출하는 사람들의 간절함은 처절했습니다.

 전염병의 기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그 희생자 수가 늘어 갈수록 도시는 황폐하게 됩니다. 모든 공공기관의 시설은 임시 격리 수용시설로 변하고 시의 물자도 부족해지면서 사람들은 혼돈 속으로 빠져듭니다. 시의 폐쇄로 할 일이 없어진 사람들이 거리에 나와서 카페나 술집에서 삼삼오오 모여서 페스트에 관해서 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거리는 텅텅 비어가고 창문은 굳게 닫힙니다. 편지 왕래마저 금지되어 도시 밖 사람들과 완전히 차단되었습니다. 페스트의 창궐로 오랑시 사람들은 철저히 격리되고 유배상황으로 살아갑니다.

 페스트로 도시는 폐허가 되어 가는데도 공무원들은 사태 파악을 못 합니다. 안일한 공무원들은 죽은 쥐들을 수거하여 소각하라는 명령만 내립니다. 이 무능한 공무원들의 무책임한 태도 까닭에 페스트는 더욱 창궐합니다. 용기 있는 사람들의 적극적 대처로 페스트를 극복하고 희망을 꿈꾸지만 중요한 사람들이 페스트로 죽습니다. 이상은 거칠게 간추린 알베르 까뮈의 소설 “페스트”의 줄거리입니다.

 페스트라는 강력한 전염병이 돌면서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가고 온 시민들이 큰 혼란에 빠집니다. 이 혼란의 상황에서 몇몇 사람들이 용기와 믿음의 화신으로 등장하여 사태를 진정 시킵니다. 반면에 어떤 사람들은 무책임과 무능력 그리고 부도덕한 모습을 보이면서 상황을 악화 시킵니다. 상황에 대처하는 모습이나 위기관리의 태도와 능력이 그들의 인격과 인생을 대변합니다. 소설 ‘페스트’에 등장하는 다섯 명의 주요 등장인물들을 정리합니다. 이들의 모습 속에 담겨진 우리들의 얼굴을 찾아보려 합니다. 

 먼저 코타르입니다. 그는 자신의 범죄로 처벌 받게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었습니다. 재판을 받던 중에 오랑 시에 페스트가 발생하자 석방되어 마약, 술, 담배 등을 밀매하며 치안 공백을 즐깁니다. 모든 공권력의 관심이 페스트에 집중되고 자신의 과거가 묻혀 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도시에 남아서 악을 자행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다가 페스트가 진정되어 도시가 회복될 기미가 보일 때 그는 처벌을 두려워하며 망연자실합니다. 절망감에 빠져 권총을 난사하다가 체포되는 비극을 보여 줍니다.   

 둘째 랑베르 기자가 있습니다. 그는 파리에서 오랑 시로 취재 나온 기자입니다. 그는 도시가 폐쇄되자 자신이 이방인임을 주장하며 자신에게 특별한 배려를 요구합니다. 그는 파리에 두고 온 아내를 만나야 하겠다는 일념으로 탈출을 시도합니다. 불법을 감수하며 탈출을 시도하지만 탈출이 어렵습니다. 어느 날 드디어 탈출할 기회가 왔습니다. 부두로 나가 배를 타면 탈출하게 되는데 마음을 돌이켜 오랑 시민들을 돕고 페스트와 싸우는 길을 선택합니다. 랑베르는 ‘혼자서 행복하다면 부끄러울 수 있다’며 오랑에 남는 선택을 합니다. 괴로운 사람들을 돕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구해 주는 것이 삶의 의미요 행복이라는 것을 깨닫고 실천에 옮깁니다.

 셋째 의사 리외가 있습니다. 인구 20만의 작은 도시 오랑이 페스트의 열풍에 휘청 거릴 때 그는 책임감과 사명감 넘치는 의사였습니다. 질병을 극복해야 하고,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시 당국의 대처에 분노한 의사 리외가 항의하자 시 당국은 페스트로 확정할 수 없다고 하면서 소극적인 방역 활동을 합니다. 시를 움직인 것입니다. 의사 리외는 이 작품에서 가장 능동적으로 페스트에 저항하는 인물입니다. 그는 참 행복을 위해서 자신의 실력을 백분 활용하는 행복을 만드는 의사입니다. 

 넷째 여행객 타루입니다. 본 작품에서 가장 난해한 사람입니다. 젊은 날에 방황했던 타루는 오랑이 여행하다 들렀던 타향이었지만 페스트로부터 도시를 구하기 위해 의용 보건대를 조직해서 페스트와 싸우다가 죽음을 맞이합니다. 페스트에 대항하여 싸우는 의사 리외와 의용 보건대를 이끈 타루가 보여준 용기와 헌신이 아름답습니다. 타루는 페스트를 통해서 인생의 참 의미와 행복을 경험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다섯째 오랑에서 사목활동을 하던 파눌루 신부입니다. 그는 신앙으로 페스트를 대합니다. 까뮈는 파눌루 신부가 페스트로 죽는 장면으로 신의 무능을 통렬히 야유하려 했는지 모르지만 파눌루는 고난과 위기 앞에서도 절대자 하나님을 향한 흔들리지 않는 신앙을 보여 줍니다.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환자를 돌보며 기도하는 파눌루 신부는 바른 성직자상을 보여줍니다.

 실존주의 작가 알베르 까뮈는 “페스트”를 통해서 절망과 고통에 항거하는 인간들의 용기와 의지를 높이는 작품을 썼습니다. 그러나 작가의 의도와 상관없이 행복의 참 모습이 드러난 작품입니다. 필자가 소개한 주요 등장 인물 다섯 사람 중에 코타르를 제외한 네 사람은 이 상황에서도 참된 삶과 행복을 추구하며 페스트와 싸웁니다. 페스트가 물러가고 일상으로 돌아간 시점에서 용기와 헌신으로 장식된 그들의 행복이 영롱히 빛나고 있었습니다.

 신종 바이러스로 인한 폐렴의 유행으로 지구촌이 요란합니다. 오늘 날도 무책임한 공무원들이 있고, 용기와 사명감으로 위험을 무릅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신종 바이러스 신드롬이 끝나고 세상이 고요해질 때에 희생과 헌신의 마음으로 앞장서서 싸워준 사람들의 용기와 그들이 만들어 가는 행복 이야기들이 영롱하게 빛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