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중 선교사(사회학박사,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코로나 바이러스 
 중국 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Coronavirus)가 심상치가 않습니다. 1월말 현재 확진자는 6천명, 사망자는 132명으로 알려졌습니다. 브라질도 벨로 오리존치, 포르투 알레그리, 쿠리치바에 의심 환자가 발견되었습니다. 중국은 초기 대응에 실패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많은 여행자들이 명절기간을 통해 우한 지역을 거쳤고 빠져나갔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전세기를 동원하여 자국 국민을 송환하고 있습니다. 유럽과 북미는 거리 때문에 관망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각자 대응시스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전염성 정도나 치사율이 우려할 정도는 아니지만 주의 깊게 사태를 주시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지나친 두려움과 언론의 추측성 보도 행태는 오히려 사태를 더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결국 과거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대규모 전염성 질병의 글로벌화는 어떻게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 함께 살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문화적 추론(cultural reasoning)
 1992년에 베네수엘라에서 발생한 콜레라는 중남미 공중보건체계 뿐 아니라 인간의 공생(共生)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사건을 현장에서 목격하고 구호활동을 했던 Charles Briggs와 Clara Briggs는 2003년 “콜레라 시대의 이야기: 의학 악몽 기간의 인종 탐사”(Stories in the Time of Cholera: Racial Profiling during a Medical Nightmare) 라는 책으로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베네수엘라 동쪽 오리노코(Orinoco)의 삼각주지역에서 창궐한 콜레라는 단기간에 500여명을 죽음으로 몰았고 수많은 피해를 남겼습니다. 이 사건은 원주민들을 둘러싼 질병, 인종, 권력에 대한 민낯을 드러냅니다. 저자들은 공중 보건 당국과 언론 역할의 부재를 이 비극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합니다. 초기 콜레라가 발견되었을 때 언론들과 보건당국은 이 질병을 원주민들의 심령술과 주술적 믿음 때문이라고 몰아갑니다. 이들의 행태는 새로 생긴 것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자본과 권력에 기댄 정복자들과 소수자들이 원주민들을 둘러싼 문제를 다뤄온 기술(skill)이었습니다. 저자들은 원주민들의 폄하된 이미지가 특정 제도적 장치를 통해 생산되고 대중소비를 통해 사람과 사건에 관한 공유된 개념으로 만들어지며, 결국 공공정책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기록합니다. 그리고 질병을 통제하고 해결하여 자국민들을 보호해야 하는 권력자들의 ‘문화적 추론’(cultural reasoning) 행태를 꼬집습니다. 이 개념은 어느 사회문제가 권력이나 자원이 없는 개인이나 집단에서 발생되었을 때, 그들의 후진성을 정당화하고 비판하기 위해 프레임을 씌우는 것입니다. 결국, 사회병리학적 사건의 이면에 자리잡은 소수권력자들과 자본가들이 나와 다른 이들과 ‘공생’하지 않으려는 또 다른 질병의 민낯을 이 책은 밝히고 있습니다.

 ‘공생’을 위하여
 적지 않은 언론들은 코로나바이러스의 원인을 중국 우한시의 어시장에서 거래되는 박쥐나 밍크를 특정합니다. 중국 내 보건위생의 문제점과 전통 식재료 사용의 후진성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한국 일부 언론과 정치세력도 이 질병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아니라 ‘우한 폐렴바이러스’라고 해야 한다며 중국을 바이러스를 퍼트린 원흉으로 비판하기 시작했습니다. 30여년전 베네수엘라 콜레라 창궐에서 등장한 ‘문화적 추론’(cultural reasoning)이라는 질병이 다시 등장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부터 ‘배제와 혐오’가 일상이 된 사회의 인식은 코로나바이러스보다 더 위험합니다.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는 ‘초연결사회’에 살고 있는 인류에게 자연과 더불어 살지 않고 무분별한 개발을 일삼으로 환경을 파괴하는 욕심과 타인과 공생하지 않으려는 이기심은 또 다른 무서운 전염병이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