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광 목사(World Share USA)
옛날에 황금 뇌를 가진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태어났을 때, 의사들은 아기의 머리가 너무 크고 무거워 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잘 자랐습니다. 그런데 무거운 머리가 항상 문제였답니다. 걸을 때마다 넘어져 걱정이었답니다.
어느 날 계단에서 굴러 이마를 계단 모서리에 부딪히는데 머리에서 팅 하고 금속성 소리가 났습니다. 사람들은 아이가 죽은 줄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일으켜 보니 두서너 개의 황금 조각이 머리에 붙어 있는 게 보였습니다. 그때 부모는 아이가 황금 뇌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부모는 이것을 비밀에 부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그 아이도 자신의 비밀을 알지 못했습니다. 왜 동네 아이들과 함께 뛰어놀 수 없는지 궁금해서 물었습니다. 어머니가 “널 훔쳐 갈까봐 그러지. 귀여운 내 보물단지야!”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아이는 누가 자기를 잡아 갈까봐 겁을 먹었습니다. 그래서 아무 말 없이 그 무거운 머리를 이끌고 집안에서 혼자 놀았습니다.
열여덟 살이 되어서야 부모는 그 엄청난 비밀을 아이에게 알려주었습니다. 그리고는 지금까지 먹이고 입혀줬으니 그 대가로 머리의 금을 조금만 떼어달라고 했지요. 아이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금 한 덩어리를 머리에서 떼어줍니다. 아이는 호두알 크기만 한 금을 떼어 어머니 무릎에 던졌습니다.
엄청난 황금이 자기 머리에 들어 있다는 생각에 아이는 황홀했습니다. 욕망과 자신이 가진 돈에 취해버린 아이는 부모를 떠나 바깥세상에서 금을 마구 써대며 살았습니다. 금을 물 쓰듯 허비하며 화려한 생활을 합니다. 그런데 사실은 그의 뇌는 조금씩 작아지고 있었습니다. 그의 눈은 점점 초점을 잃어버렸고, 볼도 볼썽사납게 움푹 패어 갔습니다.
어느 날 불빛도 희미한, 어지러운 파티장의 뒷자리에 홀로 남은 그는 자기 머리에 커다랗게 구멍이 난 것을 알아차리고 경악합니다. 정신을 차려야 할 때가 온 것이었습니다. 이때부터 사내의 생활은 확연하게 달라졌습니다. 그때부터 그는 사람을 멀리하였습니다. 의심도 많아지고 겁도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그때 홀로 사는 황금 머리를 가진 사나이의 뒤를 밟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황금 뇌의 비밀을 알고 있는 친구였습니다. 어느 날 밤 머리가 깨지는 듯한 두통 때문에 황금 뇌를 가진 사나이는 잠에서 깨어납니다. 정신없이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달빛에 비치는 사람이 있습니다. 눈에 익은 친구의 모습입니다. 친구는 외투 속에 뭔가를 감춘 채 허둥지둥 달아났습니다. 친구의 황금 뇌에서 금을 뜯어갔습니다.
얼마 후 황금 뇌를 가진 사람은 사랑에 빠졌습니다. 그에게 심장이라도 다 빼줄 것처럼 그를 사랑했던 여인은 금발의 아가씨였습니다. 그 금발의 여인은 허영이 많았습니다. 그를 사랑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모피 코트, 금박 장식이 박힌 구두 등 화려한 것들을 더 사랑하는 여자였습니다. 화려하게 치장하기를 좋아하던 이 여인을 만족시키기 위해 그는 머리의 황금을 계속 사용했습니다. 자신의 황금 머리가 텅텅 비어 가도 사내는 마냥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사내는 아가씨가 불안해 할까 봐 자신의 돈이 어디서 나오는지는 끝까지 말해주지 않았답니다.
그녀는 수시로 “우리 부자죠?”라고 물었습니다. 그러면 그는 “물론이지! 우리는 부자야!”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황금 머리의 사나이는 자신의 뇌를 헐어서 어여쁜 아가씨의 환심을 사고 사랑을 구걸하였습니다. 가끔 사내도 두려움에 젖어 다시 황금을 아껴볼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아가씨의 교태로 그의 마음은 흔들렸습니다. 이렇게 늘 그의 결심과 다짐은 허물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녀가 원하는 명품과 값비싼 옷들을 사주면서 자신의 뇌를 허물었습니다. 그녀와 함께하는 시간만큼 그의 머리는 텅텅 비어 가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2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그녀가 죽었습니다. 그녀를 위해 그의 머릿속 황금을 다 썼는데 그녀가 죽었습니다. 홀로 남게 된 사나이는 머리에 남아 있는 황금을 모아서 그녀를 위한 성대한 장례식을 치렀습니다. 자신의 머리를 파내어 사랑을 했고 마지막 남은 황금을 거의 다 사용해서 장례식을 마쳤는데도 그의 마음은 허전했습니다. 그는 머리를 긁어 거의 마지막 남은 금을 챙겼습니다. 기부도 하고, 상여꾼과 꽃 파는 아낙에게도 황금을 나눠주었습니다. 결국 묘지를 나서는 그의 뇌에는 텅텅 비었습니다. 두개골 여기저기에 황금조각이 아주 조금씩 달라붙어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는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며 거리로 나섰습니다. 저녁이 되어 상점에 불이 켜지기 시작할 때 그는 커다란 진열장 앞에 멈춰 섰습니다. 멋진 천과 장신구들이 불빛에 화려하게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그는 그중 백조깃털로 장식한 파란색의 숙녀용 구두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구두를 그녀에게 신겨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정신이 희미해진 그는 그녀의 죽음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구두를 사러 가게 안으로 들어섭니다. 그는 몸을 가누지 못하고 계산대에 반쯤 기댄 채 정신 나간 표정으로 주인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한 손에는 백조 깃털로 장식한 파란 구두를 쥐고 있었고, 다른 한 손은 온통 피투성이였습니다. 손톱 밑에는 두개골에서 긁어낸 금 부스러기가 묻어 있었습니다.
이상은 별, 마지막 수업 등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알퐁스 도데의 소설 “황금 머리를 가진 사나이” 줄거리입니다. 탐욕 가득한 당시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을 지적하는 풍자 소설입니다. 알퐁스 도데는 인간의 탐욕의 추악함을 질타하고 있습니다. ‘황금 머리를 가진 사나이’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은 황금을 얻으려고 그의 뇌를 뜯어갑니다. 심지어 부모들까지도.
아울러 이 작품은 가진 것을 아낄 줄 모르는 어리석음을 조롱합니다. 우리 인간들은 가진 것을 과시하려 합니다. 황금 머리를 가진 사나이는 자신의 황금을 자랑하고, 자신이 가진 황금의 위력을 즐기다가 스스로 죽고 맙니다. 자신이 가진 권력, 금력 그리고 재능을 과신하는 사람들의 멸망을 예언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