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호영 목사의 솔직 담백)길
2019/11/21 21:45 입력  |  조회수 : 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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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영 목사(워커스미니스트리 대표)
 
사춘기 때는 호기심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다. 그러다 부끄러운 일도 얼마나 많이 했는지.. 하루는 한 친구가 부모님들이 나가셨다고 자기 집에서 놀자는 제안을 받아 다섯 놈들이 우르르 그 친구 집에 모여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갑자기 녀석이 이상한 눈빛으로 제안을 한다. “너희들 재밌는 거 볼래?”. 순진했던 나는 “뭐 홍콩영화야?”라고 물으니 “그건 너나 봐 새꺄!”하며 무안을 준다. 그리곤 갑자기 안방으로 가 비디오 테잎 하나 가지고 오더니 “이거 울 엄마아빠 장에서 찾았다!”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눈치를 채고는 긴장한 눈빛으로 “야 너 지금 이거 틀려고? 들키면 어떡해?” 그러자 녀석은 자신있다는 듯 “걱정마, 이거 다 볼 때까진 절대 안오셔”하고는 테잎을 비디오 기기에 넣는다. 우리는 테잎이 ‘윙윙’소리를 내며 준비되는 그 순간부터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때 난 이런 생각을 했다. ‘아, 드디어 이 길고 긴 여정이 끝나는구나.. 지금까지 쫒겨난 극장만 몇 군데며 거절당한 비디오 방은 얼마였던가?’ 나는 너무 친구가 자랑스럽고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그리고 드디어 화면이 켜지고 영화가 시작되었다. 당시 우리의 뇌는 모든 세포를 총동원, 화면을 공략했다.(공부를 저렇게 했으면..) 아 그런데.. 서술이 왜 이리 긴 지 주인공과 여자가 만나는 과정을 너무도 지루하게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러자 성질 급한 한 녀석이 “머꼬 이거! 뒤로 돌리라!”. 그러자 다른 녀석이, “빙신아 가만있어. 이런 건 과정이 중요한거야!”. 난 싸우거나 말거나 오로지 화면만 집중했다. 한 장면도 놓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드디어 뭔가 일이 일어날까 말까 하려는데, 갑자기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친구 부모님들이 들어오시는 것 아닌가? 사실 인기척이 그 전부터 있었을텐데 하도 집중하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도 이런 상황을 대비, 준비는 하고 있었다. 집주인 친구는 비디오 컨트롤을 들고 누가 오면 얼른 기기를 끄기로 했고, 나는 TV 컨트롤을 들고 얼른 지상파 방송으로 채널을 돌리기로 했던 것이다. 갑자기 들어오시긴 했지만 순발력 빠른 내 친구는 이미 컨트롤로 비디오 기기를 껐고 이제 나만 채널을 바꾸면 되는 거였는데.. 아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그리고 결국 이상한 풍경이 만들어졌다. TV는 혼자 “치익~~”소리를 내며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데 다섯 놈이 꼼짝않고 그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너무 쫄아 인사는 커녕 고개도 돌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 광경을 한참 보시던 부모님들이 보다못해 “너희 뭐하냐?”하곤 물으셨다. 그러자 그 친구가 얼른 일어나 제 부모님들께 인사를 하며 유난을 떨었고 우린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재빨리 테잎을 꺼내 수습하고는 급히 헤어졌다. 몇 일 뒤 친구들은 완전범죄를 꿈꾸며 재시도를 하자며 녀석을 찾았는데 녀석은 놀라운 이야기를 한다. “다 틀렸어.. 아셨나봐. 테잎이 없어졌어”. 우린 너무 놀랐고 부끄러워 다시는 그 친구집에 얼씬하질 못했다. 그리고 행여나 그 부모님들을 만날까 늘 피해다녔다. 하지만 그래도 야단치지 않으시고 조용히 숨기시기만 했다니 감사할 뿐이다.
 옛 철없던 시절, 부끄러웠던 과거를 생각하다보니 하나님 보시기에 난 지금도 또 얼마나 철없는 짓을 하고 있을지 묵상해 본다. 가끔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준비했건만 갑자기 길이 막힐 때가 있다. 그리고 이제는 ‘이것도 다 하나님의 사랑의 표현이시로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나름 나 자신을 기특하다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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