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독교계가 자랑하는 소설가 미우라 아야꼬는 많은 걸작들을 남겼습니다. 미우라 아야꼬는 아사히가와 시립 여자 고등학교 졸업 후 7년 동안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했습니다. 1946년 3월, 전쟁을 일으킨 국가의 기만성, 교육의 과오를 깨닫고 교직을 퇴직했습니다. 같은 해 6월, 폐결핵 발병으로 이후 13년 동안 요양생활을 계속했는데 30세 되던 1952년 병상에서 세례를 받고, 1959년 미우라 미츠요와 결혼했습니다.
 그녀의 대표작 중에 하나인 “설령(雪嶺)”은 1966년 4월부터 2년 반에 걸쳐, 일본 기독교단의 출판국에서 나오던 월간지 ‘신도의 벗’이라는 잡지에 연재된 소설입니다. 작가 미우라 아야꼬는 이 책을 통해 희생의 의미를 가르쳐 주려고 노력합니다. 이 소설은 현대인의 삶에서 결여된 ‘희생’이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어떻게 실천되고 있는가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소설 설령(雪嶺)은 실화 소설입니다. 소설 ‘설령(시오카리 고개)’은 열차승객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순직한 신실한 크리스천 철도직원의 생애를 기독교적 관점으로 그렸습니다. 기독교에 거부감을 느꼈던 주인공이 복음을 받아들이는 과정과 죽음이란 크나큰 희생으로 생을 마감한 이야기는 깊고도 강렬한 메시지를 남깁니다.
 소설의 주인공 나가노 마사오(1880~1909)는 일본 국철 아사히카와 운수사무소의 서무주임이었습니다. 그는 철도부 직원 기독교 청년회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1909년 2월 28일 큰 눈이 내린 그날도 철도부 직원 기독교청년회가 나요리 지역에서 순회전도를 다녀오던 길이었습니다. 그들은 매 주일 역을 돌며 순회 전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그가 탔던 열차가 시오카리 고개의 급경사지에 진입했을 때 객차의 연결고리가 풀려 열차가 반대방향으로 폭주하기 시작했습니다. 속도가 점점 빨라져 전복될 위험에 처해졌습니다. 그는 재빨리 열차 승강구 발판 쪽으로 뛰어가 핸드 브레이크를 잡아당겨 기차의 속도를 겨우 줄였습니다. 그러나 속도는 더 이상은 줄지 않았습니다. 나가노는 몸을 던져 기차 바퀴에 끼입니다. 나가노의 몸을 타고 오르던 기차 바퀴는 멈춰 섭니다. 자신을 던져 큰 사고를 막은 것입니다.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 멋진 이야기는 1968년 미우라 아야꼬의 소설로 세상에 알려지게 됩니다. 나가노 마사오의 거룩한 희생으로 인해 열차에 타고 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건졌습니다. 이 거룩한 희생이 소설을 통해서 세상에 알려지면서 일본 열도는 흥분했습니다.
 그 시절 일본은 기독교 신자가 되면 사람 취급도 하지 않던 사회였습니다. 나가노 마사오의 죽음은 그런 몽매함에 젖어 살던 일본 사람들의 머리를 열어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당시 마사오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은 많은 사람들이 기독교에 입문하였습니다. 또 아사히카와, 삿포로를 중심으로 한 철도원 직원 몇 십 명이 동시에 기독교에 입교했습니다. 철도부 직원 기독교 청년회는 놀라운 부흥과 성장을 경험하게 됩니다. 
 기독교를 경시하고 두려워하며 기독교를 배척했던 일본인들이 나가노의 희생을 보며 기독교를 새롭게 보았습니다. 모범적이고 진실한 그리스도인의 삶이었습니다. 미우라 아야꼬는 실화를 바탕으로 소설의 주인공 나가노 노부오를 창조했습니다. 그리고 그가 태어나서 시오모리 고개에서 자신의 몸을 던지기까지의 일생을 아름다운 소설로 그렸습니다.
 나가노 노부오는 어린 시절부터 여러 가지로 삶과 죽음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기독교에 대해 거리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 모습은 그 시절 일본인들의 일반적인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아버지의 죽음, 친구 요시가와의 동생인 후지꼬와의 사랑, 어느 전도사의 설교를 들으며 그의 마음은 복음을 향하여 열리게 되었습니다. 일단 복음을 받아들인 후, 그는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살아갑니다. 그는 성경의 말씀을 실천하는 올바른 성도로 살아가려고 몸부림치다가 마침내 이 세상의 한줄기 빛이 되었습니다. 그는 늘 하나님 앞에 거룩한 삶을 사모하였습니다. 
 그는 매년 설날마다 새로 써서 몸속 깊이 간수하고 다녔던 유언이 있답니다. 그 유언은 ‘나는 여러 형제자매들이 내 죽음으로 인해 하나님께 가까이 나가, 감사의 참뜻을 맛보기를 기도한다’이었답니다. 그가 얼마나 신실한 믿음의 사람이었는가를 보여 주는 대목입니다.
 나가노 노부오라는 인물은 확실히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경건한 인물입니다. 보기 드물게 곧고 올바르고 깨끗하게 살아가려는 사람이었습니다. 작가가 기독교인이기 때문에 등장인물들을 깨끗하게 그린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주인공은 기독교에 입문하기 전부터, 심지어 기독교를 막연하게 싫어할 때조차도 외곬수라고 할 정도로 고지식하고 깨끗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을 도왔고, 많은 사람들의 등불이 되어 주었고 마지막에는 사람들의 빛이 되었습니다. 주인공 나가노 노부오는 주인공의 원형인 나가노 마사오 씨와 작가의 소꿉친구 마에까와 다다시 씨를 합쳐서 주인공인 나가노 노부오를 만들었다고 전해집니다. 두 사람 모두 보기 드물게 착하고 선한 사람들이었답니다.
 이 소설은 탁월한 인물의 삶을 다룬 교훈적인 소설답게 중요한 교훈을 전합니다. 첫째로 신실한 성도의 삶이 주는 거룩한 영향력의 힘을 소개합니다. 나가노 마사오의 삶이 진실되고 선했다는 것을 미우라는 거듭 거듭 밝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삶은 살아서 주변 동료들에게 감동과 도전을 주었음을 알리고 있습니다. 그는 살아서 이미 순교자와 같은 성자의 삶을 살았습니다. 그의 삶과 죽음이 일본 열도에 남긴 거룩한 영향력은 대단합니다.
 둘째로 거룩한 희생의 가치를 가르칩니다. 나가오 미사오의 희생은 기억되고 인정받아야 할 가치가 있는 거룩한 희생입니다. 시오카리 고개 기념관에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는 말씀이 새겨있는데 이것이 작가인 미우라 아야꼬의 저작동기인 듯합니다. 미우라 아야꼬는 작가 후기에서 “시우카리 고개를 넘을 때 나가노 마사오 씨를 추모해 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그가 설날마다 새로 써서 몸속 깊이 간수하고 다녔던 유언 ‘나는 여러 형제자매들이 내 죽음으로 인해 하나님께 가까이 나가, 감사의 참뜻을 맛보기를 기도한다!’는 말을 독자들의 가슴 속에 새겨두기를 바란다.”고 말하는데 미우라 여사가 얼마나 그의 희생적 삶을 귀히 여기는 지 알 수 있습니다. 교회가 지탄과 비난의 대상이 되는 이 시점에 설령이 주는 감동이 더욱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