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자

 

석화라 불기기도 하는 아데니움은 가히“사막의 장미”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화려하고 당차고 꼿꼿하게 핀다. 강인한 생명력과 선명하고 정갈한 자태는 다른 어떤 꽃과도 비교를 허락하지 않을 만큼 도드라진다. 아프리카와 아라비아 등 열대지방에서 번성하는 것으로, 바오밥 나무를 닮은 통통한 줄기를 지닌 협죽도과의 반상록 다육식물 성 관목이다.

 무모한 사랑이란 꽃말처럼 햇빛과 통풍이 잘되고 습하지만 않으면 척박한 상황에서도 연중 개화로 즐거움을 선사하며 사랑을 독차지한다.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는 단아함과 수분을 저장하는 탱글탱글한 뿌리와 도톰한 잎사귀가 어우러진 조화로움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사막의 모래바람을 견딘 것처럼 모든 상황을 잘 살아낼 것 같지만 한없이 여리고 예민한 부분이 있다.

 우아한 모양을 잡아 주기 위하여 모든 가지를 잘라내고 뿌리를 높여주는 분 갈이도 잘 견딘다. 그러나 화분 속 실뿌리의 작은 상처가 습기에 노출되면 무름 병이 발생한다. 병은, 겉으로는 멀쩡하게 꽃을 피우고 있지만, 나무 전체의 단단하고 하얀 속살을 순식간에 짓무르게 한다. 어느 날 문득 빈 껍질만 남은 가지가 손에 물컹하게 잡힐 때는 이미 속이 다 녹아버려 손을 쓸 수가 없다.

 몇 개월 전 탐스러운 석화 한 그루를 구매했다. 애석하게도 집으로 가져온 다음 날에서야 통통한 나무둥치 속이 짓무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교환하려면 한 주간을 기다리면 되겠지만 그동안 나무는 죽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구매처에서는 보살피지 않고 폐기처분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경험해본 바라 망설일 것도 없이 무른 밑둥치를 긁어내고 계핏가루를 뿌리고 아물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얼마지 않아, 싸매준 보답이라도 하려는 듯 움푹 팬 가슴 위로 뻗은 가지마다 흰색 꽃대에 자줏빛 깃을 단듯한 꽃을 소담스럽게 피웠다. 둥그런 밑둥치를 반이나 긁어내었는데도 당당한 자태를 들어낸 것이 기특하고, 감사했다. 그러나 악착같이 견딜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었는지 정갈하게 꽃을 물고 있던 청록색의 도톰한 잎새들이 노란 은행잎처럼 우수수 떨어졌다.

 가지 끝에 흔들림 없이 피어있는 꽃에는 미안했지만, 어쩔 수 없이 애지중지 보살피던 나무를 뽑았다. 병든 뿌리 구석구석을 커터 칼로 도려내기 시작했다. 안타깝지만 하얀 속살이 드러날 만큼 짓무르는 부분을 완전히 들어내야 한다. 칼날을 그을 때마다 콧잔등이 시큰해 질만큼 마음이 아프다. 그러나 살리려면 썩어가는 부분을 제거하여야 한다. 혹독하리만치 아프고 힘든 시간이다. 그러나 머지않아 상처가 아물고 새순이 돋으며 단정하게 필 것이다.

 어떻게든 살려보겠다고 얼이든 부분을 도려내고 남은 뿌리만 한 크기로 두툼한 가지들도 모두 잘랐다. 몽땅해진 몸뚱어리에 감염되지 말라고 계핏가루를 뿌리다가 울컥 목이 멘다. 지난 날 내 모습과 허물어지는 나를 살리시려고 속내를 태우셨을 주님이 보여서다. 날개 잃고 다리도 잃은 상한 심령을 찢고 싸매시던 주님의 마음은 얼마나 아프셨을까?. 나보다 나를 더 아파하시며 치열한 외로움의 강을 대신 건너셨을 것이다.

 그래야 하므로, 그리하여야만 내가 살 수 있기 때문에 얼마나 아파하시고 눈물을 흘리셨을까? 기어이 새 생명으로 피어나기 바라시며 실뿌리마다 맺힌 상처들을 하나하나 자르고 다듬고 가꾸셨을 것이다. 마땅히 구할 바도 알지 못하는 바보 같은 사람을 위하여 때마다 순간마다 얼마나 애통하셨을지 나는 감히 짐작도 할 수 없다. 창해일속 같은 마음이 천만번을 조아려보아도 그 큰 은혜를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언제나 내 아픔이 내 문제가 눈을 가려서, 나를 보듬고 아파하시는 주님은 보이지 않았다. 얼만큼이나 더 울어야 내 눈물이 마를 것인지 따지고 원망하던 날도, 이 모진 광야의 끝은 어디쯤이냐며 탄식하던 날에도 주님은 침묵했다. 스스로 사막으로 광야로 정신 줄을 놓고 헤맸지만, 주는 잠잠히 구름 기둥 불기둥으로 인도하시며, 나를 나 되게 다듬어가신 은혜와 섭리를 이 광야 끝자락에서야 알았다.

 “지척에 당신을 두고, 당신께로 돌아오는 길이 이렇게 멀 줄은 몰랐다”는 이 못난 사람의 고백처럼 참 멀고도 긴 세월 강을 건너왔다. 지나온 걸음걸음이 쉽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그곳에 이르기 위하여 꼭 거쳐야만 하였던 과정이었다. 굴곡진 삶의 구비를 돌아오며 나는 나를 수없이 포기하여도, 주님은 나를 한번도 포기하지 않았다. 지름길을 두고 먼 길을 돌고 돌았지만, 끝까지 참고 기다리셨다.

 내 심령의 사막에 생명수의 강이 흐르고, 신랑 되신 주님만을 기다리는 꽃으로 피도록 까지 상한 심령을 씻기시고 싸매시며 가꾸셨다. 예수그리스도와의 연합, 그리스도의 신부로 일어나 어린양이 이끄는 곳으로 따라가는 것이 나를 향한 하나님 아버지의 소원이시다. 사막의 장미처럼, 나 오늘 빈들에 서 있어도 두렵지 않음은, 모든 것에 모든 것 되신 내주 예수그리스도가 함께하심 때문이다! 아멘 할렐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