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문학 산책)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2019/04/11 21:31 입력  |  조회수 : 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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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광 목사(World Share USA)
 
움베르토 에코는 20세기가 자랑하는 인문학 천재입니다. 기호학자이자 철학자, 역사학자, 미학자로 이탈리아 볼로냐대학교의 교수를 지냈습니다. 움베르토 에코의 천재성은  9개의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했고, 40여개의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고, 자신이 교수로 있었던 볼로냐 대학 도서관의 모든 장서의 위치를 기억하고 있었다는 것으로 증명합니다.

 움베르토 에코는 1932년 교육도시 알렉산드리아에서 태어났습니다. 변호사가 되길 원했던 아버지의 뜻에 따라 토리노 대학교에 입학하였으나, 중세 철학과 문학으로 전공을 선회, 1954년 토마스 아퀴나스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그는 그의 학위논문을 발간함으로써 문학비평 및 기호학계의 주목을 받게 됩니다. 

 기호학과 미학의 세계에 열중하던 중 우연한 기회에 출판사에 근무하는 친구가 비소설가의 작품을 출판하려 한다는 소식을 듣고 소설을 씁니다. 그는 2년 반의 집필 끝에 1980년 첫 소설 ‘장미의 이름’을 발표했습니다. 이어 1988년 두 번째 장편 ‘푸코의 진자’를 발표해 프랑크푸르트 북페어에서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받았고, 1994년 세 번째 장편소설 ‘전날의 섬’을 발표해 작가로서의 재능을 다시 확인시켰습니다. 

 에코는 문학은 죽는 방법까지 가르쳐 준다고 말할 정도로 문학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를 합니다. 아울러 그는 문학에 대한 대단한 지식과 안목을 가진 사람으로 알려집니다. 그는 종종 문학가들 앞에서 문학을 강의 하는 대담성을 보였다고 전해집니다. 그는 ‘움베르토 에코의 문학 강의’라는 책에서 문학의 매력과 영향력을 소개합니다. 

 ‘장미의 이름’은 1980년 이탈리아 움베르토 에코가 발표한 장편 소설입니다. 역사적 사실과 소설적 풍미가 가미된 독특한 작품입니다. 사실과 픽션이 결합된 소위 팩션이다. 소설 ‘장미의 이름’은 역사소설, 추리소설, 종교소설 다양한 얼굴이 있습니다. 소설 ‘장미의 이름’은 복잡한 내용과 섬세한 역사적 기술로 문학계의 큰 주목을 끌었던 화제작입니다. 

 소설 ‘장미의 이름’은 1327년 11월 이탈리아 어느 수도원에서 발생한 일련의 살인 사건을 다룹니다. 이 외딴 산속의 수도원은 베네딕토 소속의 수도원이었습니다. 전직 이단 심판관이었던 영국 수도사 윌리엄은 연쇄살인사건을 수사 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이 수도원에서 머물며 사건을 수사합니다. 사건을 수사하는 도중, 윌리엄은 이 연쇄살인과 수도원의 도서관이 관련되어 있음을 알게 되고 도서관에 얽힌 비밀을 밝히기로 결심합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수도원 도서관은 그 곳 수도사들도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곳이었습니다. 특히 도서관 비밀구역은 저주가 걸려있어 들어가는 사람마다 죽게 된다는 흉흉한 소문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윌리엄은 특유의 이성적 판단과 백과사전적 지식을 바탕으로 도서관의 저주는 사실상 조작된 것임을 밝힙니다. 그리고 도서관의 비밀이 기록된 문서를 발견하고 그것을 해독하면서 비밀구역으로 들어가는 통로를 알아냅니다. 

 그러나 온갖 함정들이 설치되어 있어서 도서관 깊숙한 곳에 있는 비밀구역까지 접근이 쉽지 않았습니다. 윌리엄이 비밀을 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동안에 또 다른 살인이 발생합니다. 더 큰 희생을 막기 위해 박차를 가한 윌리엄은 장서관 비밀구역에 있는 특정 도서의 유출을 막기 위해 수도원 도서관 비밀구역에 들어온 사람들을 죽였다는 것을 추리해냅니다.

 영민한 월리엄은 호르헤라는 늙은 맹인 수도사가 살인을 했음을 알아냅니다. 그는 기쁨의 유익을 소개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2권’ 모든 페이지에다 독을 묻혀 놓아 책장을 넘기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독의 중독으로 죽게 만드는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그 책은 양피지로 딱딱하고 두꺼워서 읽을 때 엄지와 검지에 침을 묻혀서 책장을 넘겨야 했습니다. 

 호르헤는 평소 진리는 웃음과 같은 경박한 것으로 더럽혀지면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사회 분위기가 점차 웃음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자 위기를 느끼고 웃음의 유익을 소개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제 2권의 교훈을 세상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살인을 한 것입니다. 책을 감춰야 한다는 그의 욕심은 광기로 변질되어 수도사 4명을 살해하였습니다. 이 모든 비밀을 윌리엄에게 들킨 호르헤는 스스로 필사본 서책을 삼킴으로 문서를 없애려 합니다. 윌리엄 수도사의 필사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호르헤는 장서관에 불을 질러 수도원과 당대의 최고의 도서관이 불타 사라집니다.

 소설의 배경인 14세기 수도원은 중세 암흑기의 문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었습니다. 경건을 추구했던 수도원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서로 다른 이념으로 경직되고 반목하는 투쟁의 장소였습니다. 무자비한 폭력과 살인이 난무했고, 결국 수도원들은 파멸의 길을 걷습니다. 

 소설 ‘장미의 이름’은 절대적 진리에 대한 맹신과 자신만 옳다는 독선의 위험성을 고발하는 작품입니다. 자신이 금서라고 믿는 것을 지키기 위해 눈먼 도서관장 호르헤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살인을 자행합니다. 또 교황청에서 파견한 조사관 베르나르 귀 역시, 자신과 교리나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이단으로 몰아 고문하고 화형에 처형합니다. 당시 카톨릭 교회에 팽배했던 도그마의 패악을 고발하는 수작입니다. 

 둘째로 소설 ‘장미의 이름’은 중세 로마교회가 가졌던 웃음에 대한 편견을 고발합니다. 작품 속에 많은 논쟁이 등장하지만 가장 치열했던 논쟁이 ‘웃음논쟁’입니다. 웃음이나 행복을 경건 생활에 적이 되는 것으로 규정합니다. 노 수도사 호르헤는 웃음의 유익을 강조한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2권을 아무도 읽지 못하게 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합니다. 물리적으로 막을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살인죄를 자행합니다. 그와 그 시대의 로마 교회는 웃음은 경건에 대한 독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었습니다. 엄숙함이 경건한 삶의 틀로 규정되어 버린 중세의 고정관념을 오늘 교회도 품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셋째로 소설 ‘장미의 이름’은 중세 교회가 가졌던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한 열등감을 고발합니다. 윌리엄이 “희극을 논하고 웃음을 찬양한 서책은 얼마든지 있소. 왜 하필이면 이 서책이 유포되는 것을 그렇게 두려워하게 된건가요?”라고 질문하자 도서관장 호르헤 수도사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그것은 바로 아리스토텔레스라는 철학자가 이 서책의 저자였기 때문이오. 아리스토텔레스의 서책은 하나같이 기독교가 수세기에 걸쳐 축적했던 지식의 일부를 먹어 들어갔소.” 호르헤 신부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희곡을 불에 태우고 자신도 그 서고의 책들과 함께 불에 타 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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