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포라, 교포, 한인?
 한국 밖에 거주하는 재외동포들은 약 720만명으로 추산됩니다. 그 중 80%는 중국 일본 러시아와 같은 동아시아에 살고 있지요. 중남미로 좁혀보면 멕시코부터 아르헨티나까지 약 10만명의 재외동포 중 5만명 정도가 브라질에 삽니다. 브라질 한인은 중남미를 넘어 재외 한인 사회에서도 성공적으로 정착한 이민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근데 재외한인을 부르는 명칭이 다릅니다. 중국 조선족, 중앙아시아 고려인, 일본 자이니치, 미국교포 등. 그렇다면 브라질의 한국인들을 어떻게 부르고 있을까요? 브라질에 사는 한국인을 지칭하는 용어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디아스포라’, ‘동포’, ‘교포’, ‘교민’, ‘한인’은 모두 브라질에 사는 한국 사람 혹은 한국 부모를 둔 자녀를 지칭합니다. 먼저 ‘디아스포라’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종교적 이유 등으로 민족의 구성원이 세계 여러 곳에 흩어져 삶을 지속하는 것을 말합니다.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유대인들을 떠올리면 될 것 같습니다.
 둘째, ‘동포’, ‘교포’, ‘교민’은 이민사회에서 한국이라는 민족적인 특수성을 더 드러냅니다. 칠레 국립대학 한국학과의 최진옥 교수에 따르면 ‘교포’는 자국민임을 강조하고 ‘교민’은 거주와 정착의 측면이 강조되어 모국과의 연대성에 무게 중심이 있다고 합니다. 필자가 관찰한 바로는 브라질의 한국사람들은 교민과 동포라는 말보다 교포라는 말을 선호하여 민족적인 특징을 드러내려 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민 1세들이 주로 쓰는 말이기도 하지요.
 마지막으로 ‘한인’은 객관적이고 폭 넓은 개념입니다. 이민 세대와 현재의 한국과의 연결성의 유무와 관계없이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인 혹은 한국인의 부모를 둔 자들을 지칭합니다. 미국에 사는 한인, 일본에 사는 한인, 중국에 사는 한인과 같이 정치, 경제, 사회적 가치 판단을 배제한 중립적인 표현입니다.
 우리는 스스로 어떻게 부르는가
 이민자들을 어떻게 부르는지는 이민자의 정체성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중국에 오래 전부터 살고 있던 한국사람을 조선족이라 부르고 구 소련 지역에 살던 한국사람들은 고려인이라고 하지요. 그리고 일본에 사는 한국사람은 재일조선인 혹은 자이니치라고 부릅니다. 이 말들 속에는 19세기 말 급박한 국제정세 속에서 비자발적으로 흩어져야만 했던 아픈 역사적 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이 일제강점기를 지나 전쟁으로 폐허가 되었을 때 이들은 찢어지게 가난하고 알려지지 않은 나라의 성원으로서 거주국에서 소수민족으로서 말할 수 없는 서러움과 아픔을 겪었습니다. 1990년대 중후반부터 한국의 재외동포정책이 개선되면서 한국으로 돌아오기 시작했지만 후진국에서 돌아온 ‘환영받지 못한 동포’라는 딱지가 붙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자들을 선진국에서 왔다고 해서 ‘환영받는 동포’라는 한국사회의 부끄러운 수용성도 발견합니다.
 필자가 만난 브라질에서 영주귀국한 한인들은 중간 어디쯤 어디에 있는 것 같다는 말을 합니다. 동아시아에서도 온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미국이나 유럽에서 살지도 않은 중남미에서 온 ‘애매한 교포’ 말이지요. 브라질 한인은 환영받지 못한, 애매한 동포보다 환영받을 수밖에 없는 동포가 되어야 합니다. 다시 말하면, 한국 밖에 엄연히 존재하는 한국사회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브라질에서도 인정받고 조화롭게 살아야 하는 이중의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브라질에서도 환영받는 이민사회 말입니다.
 브라질 이민 60년이 되어가는 시점에서 우리는 여전히 한국사회를 향한 복합적인 감정이 있습니다. 한국에 우호적이던 비판적이던 스스로를 부르는 말 가운데 여전히 한국사회에 대한 종속적 관계나 스스로를 낮게 평가하고 있지는 않은 지 혹은 대립적인 뜻이 있지 않은 지 돌아보게 됩니다. 우리는 스스로를 어떻게 불러 주길 원합니까? 스스로를 어떻게 부르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