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람? 브라질사람?
 브라질에 사는 한인은 한국사람입니까 브라질사람입니까? 한국에서 태어나 말도 잘하고 문화도 아는 1세는 물론 한국사람이라고 할 것 같지만, 30년이상 브라질에 살면 거의 현지사람 다 되었다는 소리를 듣기도 하지요. 어렸을 때 브라질에 온 1.5세는 포어와 브라질 문화도 배웠지만 한국사람인지 브라질사람인지 혼란을 겪을 때가 많습니다. 브라질에서 태어난 2세는 어떻습니까. 브라질사람인 것 같지만 만나보면 자기는 한국사람이라고 하는 경우도 보게 됩니다. 이민 세대별로 차이는 있지만 브라질의 한인들을 100% 한국사람이거나 브라질사람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왜일까요? 이민자들은 두 개 이상의 문화의 경계를 넘나드며 삶의 정체성을 형성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매일의 일상에서 만나는 브라질사람, 사회, 환경은 한인들의 삶에 중요합니다. 브라질 문화와 한국 문화가 만나는 지점에 우리는 서 있습니다.
 다문화성과 상호문화성
 많은 이들은 콜럼버스의 1492년 신대륙 도착을 세계사의 위대한 발견으로 라틴아메리카 근대성의 시작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복, 수탈, 식민의 역사이지만 이들 유럽인들이 아니었다면 이 땅은 지금도 원주민들의 미개한 문명수준에 머물렀을 것이라는 인식이지요. 하지만 이 땅에는 수천년, 수만 년 전부터 사람이 살았고 사회와 문명을 형성했습니다. 단지 유럽의 정복자들이 도착했을 때 서구의 문법과 달랐기 때문에 칼과 총 그리고 종교 앞에서 무기력하게 무너졌을 뿐입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물어야 합니다. 과연 유럽적인 것이 이 땅을 풍요롭게 하고 행복한 삶을 만들었습니까? 유럽의 것이 우월하고 좋은 것이었다면 라틴아메리카가 언제나 미국과 유럽의 뒤꽁무니만 쫓는 신세가 된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다문화성’에서 ‘상호문화성’으로의 전환은 유럽에 대한 종속적 세계관을 극복하려는 시도입니다. 서울대학교 라틴아메리카연구소의 김은중 교수는 다문화성(multiculturalismo)을 “지식, 교육, 국가와 정부의 개념, 정치경제학, 도덕 등이 지배적인 원리를 국가가 통제하고 이러한 국가의 통제하에 국민들은 국가가 관리하는 정치· 경제 ·윤리의 토대를 이루는 인식적 원리에 도전하지 않는 선에서 자신들의 문화를 향유할 자유를 갖는 것”이라고 정의합니다. 유럽의 정복자들은 자원을 효과적으로 수탈하기 위해 수많은 원주민들과 군중을 농장 안에 몰아넣고 길들여진 자유를 주었습니다. 이는 오늘날 라틴아메리카의 고질적인 불평등과 부패의 뿌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상호문화성(interculturalismo)은 “하나 이상의 타당한 우주관으로 구성되는 복합문화적 국가를 지향한다 … 그것은 ‘터’와 ‘몸’에 뿌리를 둔 각각의 세계가 다른 것으로 환원되지 않는 존엄성을 갖는 세계로 인정받고, 지역적이고 자율적인 역사를 갖는 세계로 인식되는 세계”입니다. 이 관점에 따르면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와 근대성은 유럽의 선하고 좋은 것이 이식이 아니라 원주민과 이민자들과 같은 비유럽적 세계와의 만남의 과정이자 결과입니다. 다문화성이 편하고 쉬운 결과를 지향한다면 상호문화성은 불편하고 치열한 과정 속에 의미의 생산을 추구합니다. 
 만남의 문화 찾기
 브라질 한인의 역사는 이미 반세기가 넘었고 여러 재외 한인 공간에서도 성공적인 이민사회로 평가받습니다. 하지만 성공신화가 브라질 사회 내에서도 유효 하려면 한국과 브라질 문화의 만남을 찾아야 합니다. ‘다문화주의’가 지적하듯, 우리는 브라질 사회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한국 문화를 유지하고 생산했습니다. 최근 한류와 한국기업의 진출이 단지 한국적인 것의 일방적 ‘드러냄’의 ‘일시적’인 현상이 된다면 결국 한인과 한인사회는 브라질 사회에서 소수자로서 주변부에 머무르게 될 것은 자명합니다. 한국적인 것을 드러내고 전파하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포용하여 지속적인 만남의 과정 속에서 ‘브라질화된 한국문화’와 ‘한국화된 브라질문화’를 생산하는 일은 더 중요합니다. 이는 브라질은 주체이고 한인사회는 객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문화의 경계에 사는 이민자 삶의 총체에 논리와 의미를 생산하는 일입니다. 브라질 한인사회가 ‘상호문화성’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때입니다.